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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신기(神氣)있는 제자

2023.03.15



              신기(神氣)있는 제자 


 필자의 옛날 제자 중에 신기(神氣)를 지닌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이른바 ‘아는 소리’를 하니까 무속인이 될까 두려워 역학공부를 통해 이를 막아 보려는 의도에서였다. 한번은 이런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신기 있는 필자의 여 제자가 공부를 위해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와 필자의 상담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상담차례를 기다리는 한 여성분이 같이 앉아 있었는데 필자의 여 제자가 자기도 모르게 신기가 발동하여 옆에 손님에게 “어머! 남편 분께서 꽤나 멋쟁이시네요! 하얀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시고 구두도 백구두를 신으셨네요!”라고 하자 옆에 손님이 경악을 하고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 남편이 외출하며 입은 복장 그대로를 이야기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여성 손님이 제자에게 물었다. “아이고! 이렇게 잘 보시는 분이 여기는 웬 일이시데요?”라고 하니 제자 왈 “구도원 선생님이 제 선생님이셔요! 오늘은 공부하는 날이라서 선생님 수업 들으러 온 거예요!”라고 답하자 이 여자분 반색을 하며 “아니? 제자가 이 정도인데 안에 계신 선생님은 어느 정도 실까요?”라고 하며 기대에 찬 감탄을 했다 한다. 이 제자는 그날 호된 나무람을 들었다. 아무리 이런 저런 것이 보여도 의식적으로 안 보려고 노력해야 하고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는 필자의 엄명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역술공부를 통해 역술로 풀이하는 것이 몸에 익어야 신기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자는 증조할아버지가 명 풍수로 이름을 날렸던 분이다. 증조할아버지가 지나가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90도 각도로 꾸부려 절을 할 정도였다 한다. 


제자의 아버지는 공무원 이셨는데 제자가 태어나면서 부터 매번 진급을 하고 하는 일마다 잘되어 공무원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사업을 하게 되었다. 제자의 아버지는 제자를 ‘복덩이’라고 부르며 매우 예뻐했다. 복덩이라서 그런지 빚 받을게 있어 갈 때 ‘복덩이’를 안고 가면 틀림없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한다. 그래서 중요한 계약이 있거나 중요한 일에는 꼭 딸을 데리고 다녔고 일이 술술 풀렸다.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아는 소리’를 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옆집 할아버지가 오늘 저녁 돌아가시네!”라고 하면 틀림없었고 친구 이름을 데며 “00 가 배앓이를 해서 설사를 한다.”하면 실제로 그 아이가 아팠다. 이러자 제자의 어머니는 딸을 무척이나 미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는 소리를 할때마다 몽둥이로 늘씬 딸을 두들겨 패서 제자는 함부로 보이는 것을 말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간혹 자기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와 몹시 맞기도 했다. 


여자중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이 신고 있는 신발만 보면 그 친구가 시험을 잘 쳤는지 망쳤는지가 보였고 틀림이 없었다. 여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은 총각 영어선생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그 선생님의 얼굴이 샛노랗게 보였다한다. 아이들에게 그 선생님이 죽을 것 같다고 하니 “저렇게 젊고 튼튼한 선생님이 죽기는 왜 죽어? 이년 미친년 아냐?”라고 하며 여럿이 제자를 나무랐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죽겠다고 하니 미웠던 거였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보름도 못되어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자기도 모르게 무심결에 뱉은 이야기가 맞아 떨어지니깐 자기 자신도 무서웠다고 한다. 또 한 번은 과학 선생님 신발을 보니깐 흰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 선생님은 그날 당일 숙직을 보시다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고 한다. 이러다가 교회를 열심히 다녔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이런 증세는 다소 가라앉으면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이런 증세는 완전히 사라진다. 대학교 2학년 때 선배언니의 결혼식에 갔다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키가 훤칠한데다가 아주 잘 생긴 남자였다. 집안도 좋아 아버지는 병원원장 이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겸 대학교수였다. 둘은 서로에게 열열히 빠져 들었다. 제자도 누가 보더라도 한번쯤은 뒤돌아 다시 한 번 볼 만큼 아주 미인 이였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부모에게 제자를 소개하고 결혼하겠다고 허락을 구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갑자기 완강히 반대를 했다 한다. 처음 인사 갔을 때는 제자를 보고 “복스럽고 너무 이쁘게 생겼네!”하면서 그렇게도 마음에 들어 하던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특히 결사반대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딘가에 가서 궁합을 보았는데 둘의 궁합이 상극으로 나왔고 둘이 결혼하면 하나가 죽거나 여자에게 신이 내려 무당이 될 팔자라고 했다 한다.


남자친구에게 어릴 적 있었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런 소리가 나왔다 했다. 반대를 하면 할수록 그 반발심에 더 가까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둘은 도망을 쳐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두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둘은 아랑곳 않고 깨소금이 쏟아지는 신혼생활을 보내게 됐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어느 날부터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약을 써보아도 차도가 없자 급기야 서울의 큰 대학병원을 찾았고 췌장암으로 진단된다. 암 진단을 받은 지 허무하게도 한 달 만에 남자친구는 숨을 거둔다. 너무나도 놀라서 정신이 혼미한데 남자친구 집식구들이 쫒아 와서 “내 아들 살려내라 이년아!”하면서 난리굿을 치고 머리털을 다 뽑아놓았다. 까무러치기를 몇 번이나 했건만 뱃속의 아기는 씩씩하게 잘 놀기만 했다. 시기를 놓쳐 중절수술도 할 수 없기에 안 된 이야기지만 그냥 아기가 유산되었으면 했는데 아기는 이런 난리굿 속에서도 무럭무럭 뱃속에서 자랐고 결국 튼튼한 남자아이를 출산한다. 


유복자인 아들을 어렵게 키우면서 이런저런 남자들과 로맨스도 몇 번이나 있었지만 제자 자신이 지닌 팔자대로 제대로 된 놈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만났다하면 도둑놈. 사기꾼이거나 노름쟁이에 술주정뱅이 마약쟁이였다. 이러다보니 남자라면 넌더리를 치게 됐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떤 인연으로 이곳 미국에 아들과 함께 오게 되었고 필자와 인연이 닿았다. 필자가 처음 제자를 보았을 때 얼굴은 엄청나게 미인이지만 팔자는 엄청나게 사나운 여인임을 알았다. 십 오년도 넘은 오래전 제자의 이야기였다. 어디에서라도 몸 건강히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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