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에 없는 돈은 지키지 못한다.
예전에 50대 후반의 한 남성분을 감명한 일이 있다. 허름한 잠바차림에 차림이 추레했고 낯빛이 검고 눈매가 날카로운 인상이 그다지 좋지 못한 사내였다. 말없이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대는데 1962년 6월 23일(음력) 밤 10시 생이다. 고로 사주팔자는 壬寅年 丁未月 癸亥日 癸亥時가 되었다. 이 사주는 癸亥日柱가 시주의 비견‧겁재를 두어서 신왕하다. 그런데 월간의 丁火가 재인데 월지 未土를 만났으니 재가 양인을 만나게 되었다. 사주에서 재가 양인을 만나면 상처하게 되니 상처한 분임을 알 수 있다. 사주팔자속 재가 살을 만나고 원명에 살이 끼여 있으면 가난할 명이다. 癸水일주가 丁火를 재로 하는데 시지 亥水가 丁火의 살이 되니 이 팔자는 재물을 지니고 살 팔자가 못됨을 알 수 있다.
재물이 많이 들어와도 지니지 못하는 팔자가 있는데 필자의 팔자가 여기에 해당되는바 이 사주팔자의 재(財)가 필자와 유사하다. 즉, 재(財)가 많고 신약하면 겉으로는 부자처럼 보이나 실속이 없어 가난하다. 이 사주팔자는 월간에 편재가 월지에 뿌리를 박고 있어 재물은 많이 들어오나 고이지 못하고 다 새버리니 가난할 수밖에 없다. 즉 ‘빛 좋은 개살구’격 사주팔자이다. 그런데 이 사주팔자는 일간이 일지에 겁재를 두고 있고, 시주가 비견.겁재가 되니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놓고 형제간 재산싸움을 크게 벌렸음도 알 수 있다. 이 사주팔자를 보니 필자와 재물에 있어‘빛 좋은 개살구’ 라는 공통점이 있어 흥미로웠다.
예전에 말하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필자의 재산이 어마어마하고 필자가 업무를 보는 빌딩도 필자의 것이라고 소문을 낸 적이 있어 필자를 실소하게 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여러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부모의 유산을 놓고 형제간 재산싸움을 벌리는 사치(?)를 누려보지 못했고, 지독히도 처복이 없으나 다행히도 사별의 고통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분처럼 돈이 들어오는 족족 마른 모래에 물 스며들 듯이 없어지는 것은 같은 팔자이다. 필자는 대학 졸업이후 현재에 이르는 수 십 년 동안 단 한 달도 쉼 없이 무척이나 많은 돈을 벌었지만 불행히도 지독히도 없는 처복과 부모형제 복, 지독히도 박복한 인복 등으로 인해 그 돈이 알뜰하게(?) 한 푼도 남김없이 없어져 버렸듯이 이분역시 유사했다.
이분은 경기도 연천분이다. 비록 시골이지만 부농의 3남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학업에는 관심이 없으나 이재(理財)에 밝아 고교졸업 후 군대를 다녀온 뒤 석유장사를 해서 돈을 모았다. 어린 나이에 꽤 큰돈을 벌고 결혼도 하였으나 불행히도 부인이 당시 희귀했던 혈액 암에 걸려 10년 가까이 엄청 많은 병원비를 소진 하고도 결국 죽고 말았다. 10여년 가까운 세월 병치레를 하느라 모아 두었던 많은 돈도 결국 다 사라져 버렸다. 매달 천 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긴 세월 감당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상처의 아픔을 애써 잊고 다시금 사업에 열중하여 돈도 다시 꽤 모았으나 가까운 고등학교 동창생에게 사기를 당해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한동안 사기 친 동창 놈을 찾아 잡아 죽이겠다고 이를 갈며 몇 년을 미친 듯이 쫓아다니다 보니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 이즈음 아버님이 꽤 많은 농토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사단은 이분의 형인 장남이 욕심을 부리고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벌어졌다. 형제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을 놓고 싸움이 벌어졌다. 지리한 법정 다툼 끝에 형제는 형제가 아닌 원수가 되었고 서로 이리저리 갈려 패싸움을 벌인 끝에 대부분의 형제가 의절을 하게 되었다. 재산싸움 끝에 이분에게 떨어진 유산도 꽤 큰 재산이여서 이 돈을 밑천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하였고 젊은 부인을 얻어 재혼도 하게 되었다. 부인은 이분보다 15년 가까이 어린 여자였는데 학력도 이분보다 높아 대학 졸업자였고 젊고 예뻤으나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룸싸롱에 나가 일하다 이분과 인연이 되었다. 비록 술집 출신이지만 술집에 나 온지 얼마 안 돼 이분을 만났기에 세상 때를 크게 타지도 않았고 천성적으로 심성이 착한 여자여서 마음에 들었다 한다.
새로 시작한 사업도 순조로 왔고 결혼 생활도 행복했으나 불행이 또다시 닥쳤다. 착하고 순해서 양 같던 부인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숨기고 있던 것을 알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독한 노름꾼이었던 부인은 겉으로 보는 순한 양 같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유한마담들과 어울려 온갖 사치를 다하며 큰 노름판을 매일 벌려왔고 남편의 이름을 팔아 사채까지 얻어서 큰 빚을 지고 있었다. 결국 험상궂은 사채업자들이 사업장에 들이닥쳐 행패를 부리게 되었고 어마어마하게 저질러 놓은 부인의 빚 감당에 또다시 사업을 접게 되었다. 아무 탈 없이 잘 굴러가던 사업체를 부인의 노름빚으로 뺏기고 나자 이제 정말 살 의욕도 없었다 한다. 가정도 풍지박살 나고 노숙자 같은 생활을 몇 년 하다 미국 LA에서 의류 도매상을 하는 이종 사촌형에게 의지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다.
이종 사촌형 가게에서 배달도 하고 수금도 하면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 보니 자기 자신이 너무도 한심해서 비관하다 교차로에 있던 필자의 칼럼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내 팔자가 왜 이다지도 기구한지 알고 싶어 필자를 찾게 되었다 한다. 필자가 처음 이분의 팔자를 보고 왈 “선생께서는 돈은 계속 많이 들어오나 결코 고이지 못하는 팔자군요! 사별하신 경험이 있고 앞으로도 여자복은 없을 것이니 혼자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형제간에도 재산 다툼을 겪고 다시는 가까이하지 못할 것 같아 답답한 팔자입니다. 한마디로 고립무원의 팔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종교에 매진하여 삶의 길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하니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좌절하는 표정으로 낙심하는 이분에게 앞날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지 못하는 필자 역시 답답함을 금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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