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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비서(秘書)

2022.04.07

 




                비서(秘書) 


 역술인들 중에 정통공부에 진력을 내고 이른바 쉽게 갈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하는 비서(秘書)에 관심을 두는 이가 꽤나 있다. 역학공부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단기간 내에 성취가 어렵고 최소 10년 정도의 공부가 있어야 어느 정도의 공부성과가 나타나기에 이 과정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역학계의 우스개소리 중 하나가 ‘사학년(死學年)’이란 말이다. 공부를 시작하고 3년쯤 되면 한계에 부딪치고 대부분 진력이 나서 4년을 채 채우지 못한다는 뜻에서 四學年이 아닌 死學年이 된 것이다. 


老學難成 一村光陰 不可輕(노학난성 일촌광음 불가경)이라는 말이 있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촌음의 시각도 가벼이 여기지마라’는 뜻인바 열과 성을 다하여 공부에 매진해도 부족한데 이런 쓸데없는 쪽으로 관심을 두는 이가 많은 것은 역학 공부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비기(秘記)가 현무발서(玄武發書)다. 현무발서라는 책은 신비한 술수로 토정 이지함 선생 및 여러 학자들이 그 수를 알고 있었다는 책인데 예부터 사람들입에 오르내렸지만 그 책을 직접 보았다는 이는 드물었는바 K대학 교수를 퇴임한 수학자 K교수만이 그 수를 알고 있다고 하지만 K교수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어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한다. 


이 외에 월영도(月影図)라는 책이 있는바 이 책은 40년 전쯤에 별세한 전남사람<여수문둥이>라 불리던 분이 진수를 터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수문둥이>라는 역술인은 상담시에 문복(問卜)하러온 사람의 본성(本姓)과 부인의 성까지 알아 맞추며 심지어 한의학상의 사상체질까지 정확하게 짚어 내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이런 비서(秘書)가 있는바 황무경서, 철판신수, 소자수, 준자수 등이다. 이 책에는 역술의 비기가 있어 역술가라면 누구나 이 책을 구하려 안간힘을 쓴다고 들었다. 예전 10~20년 전쯤까지 국내외를 불문하고 이 책을 구하려고 애쓰는 이들이 많았다. 이 책 중 하나라도 구하여 비법을 배우면 문복자의 나이나 성은 물론 부모의 나이까지 맞추어 보는 이의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철판신수와 황주경서 원판은 대만과 홍콩에 한두 명이 지니고 있다하는데 그 중 어떤 이는 어떤 사람의 은행예금이 얼마인지? 오늘 이 가게에 오는 손님의 숫자가 몇 명인지? 처음 가게에 들어서는 손님의 성별과 나이, 체형은 어떠한지? 등등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여 사람들을 감탄케했다 하며 그 중 다른 어떤 이는 어떤 사람(문복자)의 부인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예측해 내었는데 “부인은 지금 식탁에 앉아서 막 국수를 먹으려하고 있습니다.” 라고 했는바 그 자리에서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틀림없었다한다. 철판신수는 신농시대(神農時代) 연산역(連山易)과 황제시대(黃帝時代) 귀장역(歸藏易)의 진수인데 진희이 선생이 도력으로 태화산 동굴로 찾아 들어가매 석함이 있길래 열어보았더니 석함안에 써있기를 ‘몇 년 몇 월 며칠에 진가(陳家)라는 도인이 이 책을 찾아가리라’ 라고 써있었다 한다. 진희이 선생이 이 책을 갖고 내려와 이를 익히고 그 학맥이 소강절 선생으로 이어져 소강절 선생으로 인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 한다. 


이러한 비기에 얽힌 수많은 사연이 역술계에 있는바 필자의 도반 한 명이 공부에 진력을 느껴 책을 몇 번이나 내팽겨 쳤다 다시 집어들기 수십 차례 중 어떤 지인으로부터 귀가 솔깃하는 소리를 듣는다. “여주에 살고 있는 역술인이 도선비기(道詵秘記)의 진본을 지니고 있는데 애지중지하는 이 진본을 은밀히 생활이 너무 궁하여 팔려고 한다” 이 책만 익히면 엄청난 재주로 큰돈을 버는 것은 따논 당상이지만 여주에 있는 역술인은 국민 학교만 겨우 졸업한 이여서 처음부터 한문을 다시 익혀서 이 책을 읽기에는 역부족이라 눈물을 머뭄고 이 책을 할 수 없이 팔려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어리숙한 이 도반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없는 돈에 수백 만원을 써서 은밀히 이 비서(秘書)를 구입한 뒤 희희낙락 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이 책에서 조금 저책에서 조금씩 필사하여 그럴듯하게 꾸민 가짜 책이었다. 


이 비서를 이용해서 큰 이름을 얻고 큰 부자가 되려고 꿈에 부풀었던 이 도반은 이 사건에 충격을 받았음인지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처럼 잔재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기법은 수백종류가 있으나 이에 대해 스승께서는 항상 하찮게 여기셨다. “참으로 웃긴 놈들이여! 자기 앞날이 궁금해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본인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부모나이나 아내의 나이 자신의 직업 등을 알려주는 이유가 뭐여? 어떤 바보 멍충이가 지 부모나이 아내나이를 모를까! 지성도 모르는 놈이라서 성까지 알려주는겨? 하찮은 놈들! 쯧쯧쯧” 또 이어 “그런게 그 사람들에게 무슨 득이 되는겨? 귀한 돈을 받았으면 그이에게 필요한 미래에 대해 예측해줘서 밥값을 해야 할꺼아녀!” 


그렇다. 밥값을 해야지 그이도 다 알고 있는 그 사람의 신변잡기를 맞추는 것이 그 사람에게 무슨 득이 되겠는가? 앞으로의 운세가 어떤지 돈을 투자 하려는데 이익을 볼 것인지 손해를 볼 것인지,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는데 돈을 빌려주면 어떤 결과가 올지, 이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하게 될지 불행하게 될지, 나는 어느 정도의 재물그릇을 가지고 있고 그 재물그릇은 언제나 꽉 채워질지, 재판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등등의 수천 수 만 가지 상대에게 유익한 것을 알려줄 것이 무수히도 많은데 그 사람의 집안 식구 내력이나 알아 맞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긴긴 시간 공부를 하다보면 공부에 진력이 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요령을 피워보려는 마음이 생긴다. 이렇듯 요령을 피워보려는 마음이 생길 때 마음의 마군이가 드는 때이다.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진정한 공부로 쭉 밀고 나가지 못한다. 


예전에 필자가 교육을 하다보면 어떤 제자들은 “선생님! 좀 쉽게 가는 방법 없나요? 이걸 꼭 다 외워야만 하나요? 그냥 요점만 알려주는 방법은 없나요?” 라고 하며 요령을 피우려든다. 이에 대해 필자 왈 “요령이 있지요!” 눈들이 또랑또랑해진다. 답은 “공부 그만해!” 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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