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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양반가에서 주역을 기피한 이유

2022.04.04

 



                  양반가에서 주역을 기피한 이유  


 조선시대에 선비에게 있어 과거급제란 평생을 두고서라도 성취해야 하는 지상과제였다. 선비는 생업에 종사할 수도 없고 오로지 과거에 합격하여 관리로 나아가는 길만이 평생을 허송세월 않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과거에 목숨 걸고 평생을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양반 가문이라 하더라도 4대째 이상 벼슬을 못하는 몰락한 집안은 양반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중인 계급 취급을 받았으니 죽기 살기로 과거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만의 일신 영달이 아닌 가문의 중흥과 몰락이 달려있는 중대차한 일이였다. 따라서 양반 사대부 집안에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과거급제 자를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시험에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서(四書)를 달달 외우는 일에 매달렸다. 


대학(大學), 논어(論語), 중용(中庸), 맹자(孟子)를 완전 이해하고 줄줄 외지 않고는 과거급제를 꿈도 꾸지 못했다. 학문이 경지에 이른 학자들은 주역을 읽고 연구하기도 했으나 학문을 막 시작하거나 공부중인 양반가 자재들은 주역공부를 엄하게 금지시켰다. 그 이유는 이렇다. 漢文의 문리(文理) 즉 독해력은 처음 천자문을 배우고 동몽선습, 명심보감을 공부하면 작은 문리가 터지고 사서(대학,논어,중용,맹자)를 읽으면 웬만한 한문서적 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고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읽고 나야 문리가 완전히 열리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답답하게 정해진 정주학(程朱學)의 틀 속에 있는 사서삼경보다는 천지의 이치를 탐구하는 주역이 더 흥미롭고 깊이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과거시험 교과서인 사서에 흥미를 읽을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에 굳이 금지시켰다. 


과거시험만을 지상목표로 하는 양반 가문에서 보았을 때 주역 책을 들여다보는 놈은 시험공부를 포기한 집안망칠 놈이라 보았기에 애초에 그런 싹을 자르기 위해 주역을 읽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역술(易術)에 관한 서적은 방서(方書)라 해서 사대부 집안에서 기피하는 서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학문의 대가들은 예외 없이 세상이치의 근본원리인 역(易)을 깊이 연구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학자인 퇴계(退溪)이황 선생 같은 천재 중 천재이자 대학자인분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역의 연구에 몰두하셨다. 이분이 평생에 거쳐 연구 끝에 쓴 책이 계몽전의(啓蒙傳疑)였다. 


이 책은 앞일을 알기위해 점(占)을 치는 복서이론(卜筮理論)의 원론서이다. 이 책은 4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바 제 1편은 본도서 제일(本圖書 第一), 제 2편은 원괘획 제이(原卦畫 第二), 제 3편은 명시책 제삼(明蓍策 第三), 제4편은 고변점 제사(考變占 第四)로 구성되어 있다. 제 1편 본도서란 주역 하도낙서의 근본원리를 밝힌 책이고, 제 2편인 원쾌화는 팔괘(八卦)의 원리에서부터 64쾌에 이르는 이치와 달의 모양에 따라서 구궁에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10천간이 어째서 배속되는가를 설명한 책이며, 제 3편 명시책은 대나무 50개를 가지고 본서법을 시행하여 그 원리를 밝힌 책이며, 제 4편고변점은 동전 3개를 집어던진 후 점사의 길흉여부를 말해주는 육효점(六爻占)의 원리를 설파한 책이다. 역학계몽은 주자(朱子)가 주역의 이치를 깊이 공부하다가 공부가 깊어질수록 한역(韓易)인 상수(常數)학을 모르고서는 주역의 깊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말년에 저작한 책이다. 


퇴계선생은 평생 이 책을 연구하였고 이 연구 끝에 나온 책이 상기한 계몽전의라는 책이다. 역학연구에 몰두한 분들은 퇴계선생뿐만 아니라 화담, 남명, 율곡, 서애 같은 대학자분들도 모두 한결같이 역의 연구에 깊이 빠지셨고 관련 책도 남기셨다. 이후 조선후기 대학자 정약용선생도 18년간의 귀양살이를 하며 주역의 연구에 몰두하여 <주역사전>같은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주역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의 기초이자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역의 정수인 것이다. 세상사 모든 것은 보이는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환경이나 조건이 우수하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이와 반대로 모든 환경이나 조건이 불리하다고 모두 성공 못하는 것도 아니다. 


지네는 다리가 그리 많음에도 다리 없는 뱀보다 느리고 사람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아 우수한 두뇌와 기백이 하늘을 찔러도 운이 없으면 성공 못한다. 문장으로 대명을 떨친 공자도 평생 곤궁함을 면치 못했고 강태공도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어 나이 80이 되도록 위수 강가에서 헛 낚시질을 해야 했다. 도척은 천지의 이치를 꿰뚫어 보면서도 늙어 죽을 때까지 한낮 도적의 괴수로 지낸 불량배였다. 요 , 순 임금 같은 성군(聖君)들은 자신들이 그리 훌륭함에도 자식들은 모두 불초(不肖)했다. 뜻대로 안되는 게 세상일이다. 장자방은 평민이었고 소하는 지방의 면서기였으나 둘 다 정승이 되었다. 안자(晏子)는 오 척 밖에 안 되는 난쟁이였으나 제(齊)나라를 부흥시킨 유명한 정승이 되었고, 제갈공명은 남양 땅에서 28세까지 논밭을 가는 농부였다가 일약촉한의 군사(軍師)가 되었다. 


한신(韓信)은 닭 모가지도 못 비틀 정도로 유약하여 불량배의 가랑이 아래를 기어야 했으나 한조의 대장이 되어 천하장사 인 항우를 쓰러트렸다. 천하의 대 책략가인 포송령은 그 높은 학문의 경지에도 70이 넘도록 과거 급제를 못했다. 용(龍)도 등천하기 전 까지는 이무기에 불과해 물고기와 새우 사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때가 이르지 않으면 승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자(君子)도 때를 얻지 못하면 소인(小人)밑에서 먹고 살기위해 손바닥을 비비며 아첨해야 하는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운(運)에 좌우된다. 사람의 힘으로 이운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運의 흐름을 미리 알아 피흉추길 하는데 있다. 계절에 따라 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오지 않게 하거나 그 오는 순서를 바꾸거나 할 수는 없다. 다만 겨울이 오기 전 추위에 대비해 방한준비를 하여 얼어 죽지 않게 대비하고 그 시련을 별 탈 없이 잘 보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봄이 왔을 때 열심히 씨앗을 뿌려 최대한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쁜 것은 최소화 하고 좋은 것은 최대로 할 수 있도록 하 기 위해 앞날을 알 고저 함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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