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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개나 소나 역술인

2022.04.16

           





                        개나 소나 역술인  


 예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K라는 사기꾼이 있었는데 나이 50이 넘도록 이런저런 일을 해보아도 통 되는 일이 없자 답답한 마음에 길을 걷다 철학관 간판이 보여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허름한 건물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3층 구석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60대 초반의 초로의 사내가 웅크리고 앉아 풍로에다가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다. 이이가 후에 K의 스승역을 잠시라도 한 A라는 사내였고 역시 이이 역시 사기꾼이었다. A는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는 K의 사주를 들여다 본 뒤 역학을 배워 철학관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득였다. 장사가 안되어 몇 달 동안 철학관 방세도 못내 곧 쫓겨날 처지였던 A는 어떡하든 K를 꼬득여 자기의 제자로 붙들어 놓고자 안간힘을 썼다. 


제자가 되려면 매달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내고 배워야하기에 사이비 역술인들은 사주 보러 오는 사람 중에 어리숙해 보이거나 이와는 반대로 말솜씨가 있어 사기성이 보이는 이들에게 주로 이런 권유를 해서 제자로 만들려고 애쓴다. 제자 1명 받아들이면 몇 달 동안 당분간은 방세 걱정 안하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없어 파리 날리는 주제이면서도 자신이 역학의 고수라도 되는 양 폼을 잡으며 무조건 끌어들이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이런 관계는 몇 달 뒤 스승과 제자가 서로 드잡이를 하고 욕을 하며 끝나는게 관례다. 실력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자가 무엇을 제대로 가르치겠는가? 나중에는 결국 제자가 스승에게 “내 돈 내놔 개새끼야!”이에 스승이 제자에게 “니가 공부 열심히 안하고 왜 나한테 지랄이야?” 라는 말로 끝나는게 틀림없는 정석 코스이다. 


손님 상담하기도 바쁜 실력 있는 역술인은 시간이 없어 제자 교육하기도 어렵고 대학이나 문화교육센타에서 강의 요청이 와도 거의 대부분 거절한다. 강의료도 형편없고 괜히 말들만 많아서이다. 한가한 역술인들이 이런 곳에 가서 폼 잡고 강의하기를 즐긴다. 그러고도 ‘OO大 역학교수’ 하는 식의 명함을 파서 들고 다니고 광고를 통해 이 경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이곳 LA의 모 문화강좌를 맡아달라는 요청도 있었고 TV, 방송 등에서도 고정출연 자리를 제의받은 것도 수차였으나 모두 고사해왔다. 이래서 ‘은둔자 구도원’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고 ‘신비주의 컨셉으로 나간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아무튼 K는 스승 A와 드잡이를 한 뒤에 ‘속았다’는 생각에 씩씩 거리다가 엉터리 강의지만 돈 주고 2달 배운 것이 아까와 자신도 A처럼 사기를 치려고 마음먹는다. ‘계룡산에서 20년 수련 후 득도한 도사’라고 거창하게 광고를 하고 소문을 내면서 철학원을 차렸다. 그러나 역시 파리만 날리고 만다. 최근통계를 보면 10군데의 철학원이 OPEN하면 거의 틀림없이 9군데가 3년 이내에 망하고 남아있는 1곳도 한 달 평균수입이 80만원이 채 안 되는 곳이 90% 이상이라 하니 역술바닥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생존의 장(場)임이 확실하다. 물론 필자처럼 엄청난 고소득의 역술인도 있으나 이는 전체 역술인의 불과 0.001%에 불과한 극소수의 유명인들의 이야기다. 아무튼 K는 엉터리선생으로부터 2달 배운 실력으로 역술의 고수행세를 하며 사기칠 길을 찾았으나 모든 것이 제대로 이루어질리 없었다. 이러던 중 우연히 중학교 동창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이 만남이 K에게 인생의 큰 전환이 되었다. 


동창은 고교졸업 후 평생을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때 근무처가 마침 K의 철학원 인근 동사무소였다. 소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K의 머리에 문뜩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동창의 협조만 얻으면 기가 막히게 사기칠 방법이 생각난 것이었다. 상담하려면 전화로 예약이 꼭 필요하다고 하고 미리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받아놓았다. 지나가다 들른 손님에게는 예약이 밀려있어 조금 후에나 상담이 가능하다고 하고선 역시 개인정보를 적는 상담신청서를 미리 작성하라고 했다. 그러고서는 동창생에게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등본상의 정보를 알아냈다. 부인이름과 식구들 나이까지 미리 파악한 뒤 연극을 했다. 상담에 임한 손님에게 다짜고짜 “당신 남편성이 김씨지!” “당신 부인성이 최씨지!” “당신지금 아들하나 딸 둘 두고있지!” “당신큰애가 몇 살이지?” 하는 식으로 들이밀었다. 


자신의 사주팔자만 가지고 배우자의 성이나 나이까지 알아맞히고 자녀수에 아이들 나이나 나이차까지 본 듯이 이야기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야! 정말 신통방통하다. 계룡산에서 20년 도(道)닦은 도사님이라서 역시 다르다!” 엄청난 신기(神氣)를 부리는 도사가 출현했다고 난리가 났다. 입소문에 입소문이 더해지고 ‘말은 돌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서 이윽고 “도사님은 하루에 한 끼도 먹지 않고도 하늘의 기운만 마셔서 무병장수하신다!” “도사님은 구름을 타고 하늘나라에 가끔 소풍도 다녀오신다.” “도사님은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 “물위를 걷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앉은뱅이를 벌떡 일으켜 세우고 눈 먼 장님을 눈뜨게 했다.” 하는 식으로 점점 사기꾼 K를 신격화하는 식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갔다. 이러다보니 철학원 주인인 사기꾼 K는 점점 교주행세를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 정도까지 일이 확산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갈수록 가관이었다. 동사무소 직원인 동창과는 처음부터 수입을 정확히 반씩 나누는 것으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이렇게 일이커지고 수입이 막대하게 되자 사기꾼 K는 동창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이 아깝기만 했다. 그래서 다른 말단 공무원 한명을 매수하여 매달 말단공무원 월급의 배에 해당되는 돈을 주고 수하처럼 부렸다. 동사무소 동창은 방방뛰었다.” “이 개 같은 놈이 나를 배신해? 밥도 못 먹고 빌빌거리는 점쟁이새끼를 출세시켜 놓았더니 이제 와서 나를 배신해? 내가 당하고(?) 가만있을 것 같아? 이놈 두고 보자! 빠드득(이가는 소리)” 결국 이 문제로 서로 다투다가 치고 박는 싸움으로 번졌고 경찰에 끌려가 조사받는 과정에서 K가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한 것과 동창생인 공무원이 무단으로 주민정보를 빼 준 죄가 탄로 나게 되었다! 


결국 두 놈 다 구속되었고 새로 고용(?)된 신참 공무원은 재수 없게도 돈 몇 번 받아먹지도 못하고 불구속 입건되자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제자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말도 안되는 엉터리 실력으로 사람들을 모집해서 교육비 명목으로 제자들 돈을 갈취하고 돈 벌게 해 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떼먹는 수법이 만연하고 있다. 이렇듯 개나 소나 역술계에 뛰어드니 이제 작금에 이르러 한국의 역술인수가 40만에 이른다 한다. 참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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