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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일평생 떠돌이 땡초팔자

2022.04.19

 




            일평생 떠돌이 땡초팔자 


 몇 년 전쯤의 일이다. 한 중년 남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나이는 60대 중반을 넘긴 듯했는데 얼굴에 주름이 짜글짜글하고 바짝 마른 외소한 몸매에 머리는 삭발을 한 상태였고 옛날 이방수염 같은 염소 콧수염과 턱수염이 가늘고 길었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게 수 십 년은 넘었을 듯한 구식양복에 옛날 스타일의 굵은 넥타이를 몽땅하게 매달고 있었다. 나름 멋을 낸 모양새였는데 무척이나 구질구질하고 옹색해보였다. 예전 한국에서는 스님이나 죄수들만이 빡빡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와보니 빡빡머리도 하나의 헤어스타일로 인정되는 듯 많은 이들이 머리를 삭발하는 터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 양반의 모양새는 영~ 아니 올씨다 였다. 


생년월일시를 물으니 1952년 양력 10월6일생으로 아침 8시 30분경 태어났다한다. 하여 사주팔자는 음력 8월18일 辰時여서 壬辰年 乙酉月 乙酉日 庚辰時가 되었고 운은 순행하여 庚戌,辛亥,壬子,癸丑,甲寅,乙卯,丙辰,丁巳로 흐르고 대운수는 1을 쓰는 命이다. 乙木日柱가 酉月에 태어났고 모든 지지(支地)가 辰酉合으로 온통 金이 되어버렸다. 더구나 일간 乙木과 시간 庚金도 合하여 金이 되는듯하나 年干(연간) 壬水, 월간 己土가 그 氣가 왕한 것이 못되고 고향을 물으니 속초라고 하여 화기불성(火氣不成)의 명조라 판단된다. 관상이나 목소리로도 化金格이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았다. 용신은 명중의 강금(强金)을 설기하여 일주 乙木을 生해주는 연간 壬水이지만 약한 乙木을 생하기에는 기운이 여의치 않다. 


월간 己土가 壬水를 극하여 흙탕물로 만들어버리니 그러하다. 용신이 무력하고 맑지 못한 흙탕물이 되버렸으니 일생풍파가 많고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천한 팔자가 되었다. 이런 팔자라면 종교에 의지해서 일평생 도나 닦다가 가면 최선의 삶일듯 싶으나 팔자모양새가 이 모양이니 정식스님이 될 깜냥도 못되는 듯하다. 절에서 불목하니로 부엌데기 일이라도 하며 지내는 수밖에 없을성싶다. 잔뜩 찌푸린 채 사주를 보다가 필자 왈 “사주가 아주 좋지 못하게 보입니다. 처복도 없고 부모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고, 인복도 없고, 재물복도 없는데다가 인복에 건강복도 없는 팔자이니 어쩌면 좋습니까? 더군다나 역마살은 무척이나 강해서 평생 무위도식 떠도는 신세인데 혹시 하시는 일이 무엇이십니까?” 라고 하니 


이양반 처음 짐짓 놀라는 듯하더니 이네 자세를 가다듬고 아주 의식적으로 점잖은 목소리를 내며 “험! 험! 이 몸 일찍이 불도(佛道)에 들어 중생구제에 힘써왔는바... 금번 도미(渡美)한 것은 이역만리 외국타향에서 고생하시는 교포 중생을 구제하려는 뜻을 지니고! 험험 에! 또 건너왔는바! 이 몸 또한 역술에 연소(年少)할 때부터 관심을 두고 연구한 바 있소이다. 에~ 그래서 또 ... 어쩌구 저쩌구” 역시나 팔자 생긴 대로 허위와 가식에 가득 찬 소리를 계속 뱉어낸다. 쉽게 말해서 여기저기 가짜 땡초로 헤메이며 연명하다가 이곳 LA에서 역술에 뛰어난 도인스님 행세하며 한 밑천 잡으러 왔다는 소리를 애써 기름칠을 해가며 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스님이시군요. 처음 어디서 출가하셨고 은사스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하자 “아니 뭐... 정식 출가한 것은 아니고... 그냥... 좀 있다가 ... 은사스님은 저기 뭐 성철스님...” 이 말에 짐짓 놀라며 “뭐라구요? 성철스님이 은사스님이시라고요?” 라고 하니 우물쭈물 하며 혼잣말을 입속에서 웅얼거린다. 


이분은 자신의 말대로 속초인근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고 어쩐 일인지 부모가 티격태격하다가, 두 분 다 집을 나가버려 외할머니 집에 맡겨져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어려서부터 성격이 삐뚤어져 손버릇이 나빴다. 남의 집 마당에 널려있는 고추도 슬쩍하고, 바닷가에 널어둔 생선도 슬쩍해서 장에 나가 팔아먹기 일쑤였다. 마을에서 도둑질 하다 들켜 마을 사람들에게 멍석말이를 당하기도 했으나 아직 나이가 어리고 환경이 불우한 것에 동정을 사서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도둑놈’으로 소문이 나서 누구하나 상대해 주지 않고 친구도 없었다. 머리는 나쁜데 희한하게도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 어찌어찌 연줄을 대어 속초에서 완행BUS를 타고 청량리까지 나와 자신의 피를 파는 루트를 개척했다. 피를 팔아 빵과 우유를 공짜로 얻어먹고 피 판돈으로 술도 사서 먹고 여자도 사는 짓을 했다. 


최근에 중국인 작가 위화가 쓴 ‘허삼관 매혈기’라는 매혈과 관련된 소설도 나왔지만 이이는 어려서부터 ‘한국판 허삼관 매혈기’를 쓴 셈이다. 이런 생활 중 외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완전 외톨이가 되자 서울에 올라와 구두닦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시내에 있는 빌딩사이로 이 사무실 저사무실을 돌며 구두를 거두어오는 ‘찍세’로 출발해 나중에는 승진하여 편하게 앉아서 구두를 닦는 ‘딱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 생활도 금세 싫증을 내고 도망쳐 부산에 내려가 술집 웨이터가 되었다. 웨이터를 하면서 술집여급들과 몇 번 동거도 해 보았지만 인연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한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스님을 만나 스님 혼자 사는 암자에서 밥 짓고 빨래하며 1년 정도를 지내다 스님이 외출하신 틈에 스님이 모아놓은 시주 돈과 값나가는 물건을 몽땅 챙겨들고 도망을 쳤다. 이때 잠깐 한 암자생활을 바탕으로 바랑메고 중노릇을 하며 전국을 떠돈다. 


역학학원에서 몇 달 역학을 배운 것을 바탕삼아 역술에 도통한 스님행세를 하며 전국을 떠돌았다. 사람들은 스님행세를 하면 대개가 역술에 능통해서 미래를 볼 줄 안다고들 잘못생각하기 일쑤였다. 따로 역술을 공부하지 않으면 미래를 알 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사람들은 스님들은 모두 미래를 볼 줄 안다고 생각해 대접을 잘 해주었다. 이리저리 떠돌다 예전에 알던 선배 땡초 하나가 미국에 건너와 꽤나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격으로 미국에 오게된 것이다. 그리고 필자를 찾은 것은 바닥물(?)이 어떤지 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라나? 불쌍한 인생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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