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040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두 사람을 살린 고장난 권총

2022.04.26

 




             두 사람을 살린 고장난 권총


 아주 오래전 한인 타운에 있었던 일이다. K여인은 30대 초반의 젊디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곤 청상과부가 되었다. 어린 남매 둘 만 남기고 아무 대책 없이 죽어버린 남편을 원망하며 가슴을 쳤으나 별 방법이 없었다. 남편의 부모님은 타주에서 청소를 하며 겨우 연명하는 처지 여서인지 처음부터 “애들은 죽이던 살리던 네가 알아서 하지 우리에게 부담주지 말아라!” 라고 하며 매몰차게 선을 그었다.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아도 아무 대책이 없어 한국에서 남의 집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홀어머니를 미국으로 무작정 입국시킬 수밖에 없었다. 딸의 간청에 어쩔 수 없이 방문비자로 들어온 어머니는 불법체류 신세가 된 채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게 되었다. 


K여인은 날씬하고 미모도 있어 주변에 추근거리는 남자들이 많았다. 일식당 웨이추레스로 일하며 짖궂은 남자손님들이 여러 번 권하면 못이기는 채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받기도 하였다. 당시는 타운 경기가 흥청망청하던 때여서 팁도 후하게 나와 어떤 달에는 수입이 만 불 가까이 될 때도 있을 정도로 수입은 좋았다. 혼자 사는 젊디젊은 과부에다가 얼굴도 반반하니 늘 주위에는 남자들이 꼬였고, K여인 또한 끼가 있는 여자이기에 마음에 드는 손님들과 가끔 욕정을 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유부남 들이여서 관계가 지속되지는 못했다. 이러던 어느 날 강 씨 성을 가진 이혼남을 만나게 된다. 식당에 꾸준히 드나들면서 안면을 익혔는데 평소 사람이 말이 없고 늘 혼자여서 눈길이 가는 남자였다. 인물도 좋고 건강한 체격에 키도 훤칠한 호남 형 이여서 K여인은 혼자 짝사랑에 빠져 가슴이 설레었다. 


어느 날 우연히 K여인은 강 씨와 마주앉게 되었고 강 씨가 한국에서 부인과 이혼하고 무작정 미국에 들어왔으며 남매는 전처가 한국에서 키우고 있고 자신이 돈을 벌어 매달 한국에 아이들 양육비를 보내고 있다는 강 씨 자신의 소개를 들었다. 미국에서 하는 일은 사촌형을 도와 의류 도매업체 메니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한국에서 직장도 잃어 아무 대책 없이 도피하듯 미국에 무작정 입국 했기에 지금은 체류 기한을 넘겨 불법체류 신세라고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한다. 남자가 너무 솔직담백하고 진실성이 있어 보여 오히려 더 호감이 갔다. 번지르 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허풍 떠는 남자들만 보아왔기에 이런 진실한 남자라면 새 출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씨는 한 달 수입이 3500불정도 되는데 2000불은 매달 애들 생활비로 한국에 보내주고 자신은 1500불로 하숙비며 기름 값, 용돈 등을 쓴다했다. 


다행히도 점심은 형님 회사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해주어 영수증만 갖다 주면 되기에 자기형편에 조금은 분수 넘치는 이곳 일식당에 점심때마다 올 수 있었다고 했다. K여인은 강 씨의 솔직함이 너무 좋았다. 강 여인이 적극적으로 DASH 하여 둘은 연인사이가 되었다. 강 씨가 비록 돈이 없어도 돈이야 자기 수입이 적지 않으니 문제될 것 없고, 강 씨가 불법체류 자라해도 자기가 시민권자이니 이 또한 아주 문제될게 없었다. 강 씨가 매달 한국에 돈을 부쳐주는 것도 아비로서 아이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니 만약 둘이 결혼하면 자기 아이들에게도 아빠 역할을 잘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둘은 희망찬 마음으로 라스베가스에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결혼 영주권 신청도 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강 씨가 애들에게 매달 송금하는 문제도 아비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니 문제 삼지 않았다. 


한국에다가 거의 매일 이다시피 전화하는 것도 이해해 주었다. 어린 자식들이 얼마나 보고 싶으면 저러나 싶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전화할 때 강 씨가 꼭 사람 없는 곳에 가서 전화하는 것도 이해했다. 아이들과의 애틋한 대화를 누가 옆에서 듣는 것이 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이렇게 세월이 흘렀고 강 씨의 영주권도 정식으로 나왔다. 서로 성격도 잘 맞았고 잠자리 속궁합도 좋아서 아무 문제없이 행복했다. 그런데 영주권이 나오고 난 뒤부터 강 씨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전에 없이 예민하게 화를 내고 자기애들 대하는 태도도 냉담해졌다. 처음부터 강 씨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고 K여인 자신이 적극적 이었기에 영주권이 나왔다고 사람이 저렇게 바뀔 리는 없고, 자신이 강 씨에게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싶어 이런저런 신경을 더 써 주었지만 강 씨의 태도는 점점 나빠져 가더니 어느 날 성격상의 이유로 이혼을 요구해 왔다. 


울며불며 매달려 보았지만 이미 돌아선 강 씨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동안 행복했던 시간을 더럽히기 싫어 더 이상 추한 모습보이지 말자는 좋은 마음으로 합의 이혼했다. 이혼을 하면서도 K여인은 어디 가서 이런 남자 다시 만나기 어렵겠다고 아쉬워하며 강 씨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그런데 자신하고 이혼 하자마자 강 씨가 한국에 있는 처자식을 초청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부인과는 빚 문제 때문에 위장 이혼을 했던 것이며 미국에 와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부인과 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챙겼으며 자신과 결혼하고 나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알게 되었다. K여인은 뒤늦게 자신이 사기결혼 당했음을 알고 강 씨를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 하였다. 항의하는 K여인에게 강 씨는 느물거리며 “니가 나 좋다고 쫓아 다녔잖아! 외롭던 처지에 몸 대주고 돈 대주고 영주권까지 해 주겠다는데 싫은 놈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우리 와이프는 너 같은 걸레하고는 질적으로 달라! 


내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장 이혼했지만 미쳤냐? 내가 그런 고상한 와이프 버리고 세상 막 살아온 너 같은 걸레하고 평생을 같이하게! 그리고 다 끝난 마당에 이제 와서 왜 치사하게 지랄이야! 미친년!” 이 소리에 눈이 확 뒤집힌 K여인은 총을 꺼내들어 첫 번째 총격을 가했다. 그리고 이어 두 번째 총격을 가했는데 K여인이 가지고 있던 권총이 불량품 이었는지 불발이 되고 말았다. 이 불량품 권총이 이 두 사람 모두를 살렸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강 씨는 고장 난 권총 때문에 첫 번째 총격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다행히도 강 씨는 여러번의 어려운 수술 끝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인죄로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하는 운명이었던 K여인은 고장 난 권총 때문에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음에도 운 좋게도 살인죄에서 벗어나 살인 미수죄가 될 수 있었고 거의 일 년 에 거친 재판 끝에 C, I, W 여자감옥에 가서 90일 동안 정신감정과 여러 가지 테스트를 받은 끝에 최종적으로 3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치정사건은 감정이 격해질 경우 이렇듯 대형 사고를 낳는다. K여인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한인 타운에 여전히 살고 있다. 


옛날에 겪은 충격 때문인지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모 일식당의 지배인으로 일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다. 아이들은 커서 독립해 나갔다. 강 씨는 그때 받은 충격 때문인지 그 후로 계속 몸이 시름시름 아프고 정신적으로 깜짝깜짝 놀라는 신경 불안증으로 장애판정을 받아 장애인 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있던 강 씨 부인과 아이들은 사건으로 시간이 늦어지기는 했으나 계획대로 미국에 건너왔고 정착했다. 그런데 강 씨 부인이 비실비실 건강이 시원치 않은 강 씨를 버리고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직장동료와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다. 총까지 맞아가며 어렵게 초청한 부인은 그렇게 강 씨를 떠났고 독립해 나간 남매는 몇 년이 지나도 한 번도 강 씨에게 연락이 없다한다. “이럴 걸 왜 그다지 K여인에게 모질게 굴었는지 몰라!” 지인에게 털어놓은 강 씨의 한탄이었다. 남에게 원한사서 총 맞을 짓 하지 말고 살자! 착하게 살자!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