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자”

두어달 전에 췌장암으로 2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나의 둘째 누님이 마산에서 세상을 떠났다. 나보다 여덟살 많던 둘째 누님은 내가 국민학교 5학년일 때 나를 데리고 여자 목욕탕에 데려가 목욕을 시켜 준 일도 기억나고, 몇 년전에 한국에 갔을 떼 누님은 나를 데리고 구둣점에서 가서 미국에 가서 심방갈 때 신으라고 구두를 사 주어 지금도그 구두를 교회갈 때 신고 있다.

최근에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유튜브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데, 한 중년의 아주머니는 죽음을 앞 두고,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일들이 후회 된다”고 하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나 자신을 좀 편하게 대해 주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젊었을 때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질까 하는 불안감과 경쟁심에서 욕심을 부려 나를 몰아 부치며, 못살게 굴었다면, 앞으로는 나 자신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좀 따뜻하게 대해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이 있다고 하나, 나를 보살펴 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밖에 없지 않나 하는 자각에 이른다. 살아 오면서, 나를 싫어 하고, 오해하고, 무시하는 수 많은 사람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부터 라도 나 자신을 챙겨주고 아껴주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나랑 동갑인 목사가 한국에서 높은 건물에서 뛰어 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랑 같은 신학교에서 공부한, 그 친구는 농촌목회를 하느라 한 교회에서 27년을 일했는데, 최근에 교회에서 사임압박을 받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다. 인생이 힘들게 느껴질 때, 아무도 자기를 이해해 주고,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신만이라도 자신을 챙겨주고, 편들어 주고, 끔찍히 사랑해 준다면, 힘든 고비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황창연 신부의 강의를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황신부는, “자식들이 갈비나 냉면을 사 주기를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다. 갈비나 냉면이 먹고 싶으면, 내 돈 내고 사 먹으면 된다”고 일갈하는 것을 듣고 공감을 느꼈다. 나도 불고기나 갈비가 먹고 싶은 적이 있었으나 내 돈 내고 불고기를 사 먹는 것이 아까워 나 자신에게 불고기 대접을 해 준 기억이 없다. 앞으로는, 남이 나를 대접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나 자신에게 대접을 해 주는 습관을 길러 봐야 겠다고 생각한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가장 위대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노래가 있었다. (The greatest love of all is learning to love yourself.)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가나 자신을 아껴주고 챙겨주고, 사랑해 주었다.”고 자부하며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심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대의 지혜로운 랍비 힐렐은, “내가 나를 위해 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해 주리요? 그러나, 내가 나만을 위한다면, 나는 무엇인가? ”  (If I am not for myself, who will be for me? But if I am only for myself, what am I?)라고 하면서, 인생의 첫번째 사명은,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요, 둘째 사명은 남도 사랑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일맥상통하게, 예수님께서는, “종교의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Love God and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

나 자신이나 남에게 가혹하게 대하지 않고, 마음 편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 성인군자요 인격이 성숙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