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죽을 때까지 산다 (May, 15, 2026)
인근 병원의 채플린이 휴가를 가면서 며칠만 자기 대신 근무를 서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그 병원에 가서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채플린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간호사는, “환자 한 분이 방금 사망을 했는데, 슬퍼하는 유가족을 좀 위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병실에 가 보니, 병상에는 육십후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가 자는 듯이 죽어 있었고, 병상주변에 가족들이 앉아 있거나, 둘러 서 있었다. 나는 “저는 채플린인데요. 돌아 가신 분을 위해 기도를 드려 줄까요?”하고 물었더니, 가족들은 그래 달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족들에게 돌아 가신 분과 어떤 관계시냐고 물었더니, 돌아 가신 분의 손을 붙들고 있던 여자가 자기는 돌아가신 분의 아내이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할머니는 돌아가신 남편의 어머니이고,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여동생이라고 했다.
팔순의 어머니가 육십중반의 아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며, 그 분의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 대충 다음과 같은 기도를 했다: “하나님, 폴(가명)을 이 세상에 보내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폴은 남편이자, 아들, 오빠로 살면서, 가족과 친지들과 사랑과 정을 주고 받으며 한 세상을 살다가 이제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영원한 본향으로 돌아 갔습니다. 가족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폴이 슬픔과 고통 많은 이 세상을 떠나 이제 하늘나라에서 영생 복락을 누리게 하소서.”하는 기도를 드리고 병실을 나왔다.
다음 병실에 도착하여 환자복을 입은 백인 할머니에게, “혹시 채플린이 필요하시냐? 기도해 주기를 원하시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기도 해 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무슨 내용의 기도를 원하시냐?”고 물었더니, “빨리 몸이 회복되어 집에 빨리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그 외에 다른 기도요청이 있느냐?”고 했더니, 그 할머니는 “자기 조카 부부가 젊은 괴한의 칼에 찔려 생명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젊은이는 자기 어머니, 내 조카 부부, 그리고 애완견까지 칼로 찔렀고, 나중에 자신을 칼로 찔러 자살한 일이 최근에 인디애나주에서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궁금하여 혹시 뉴스에 나왔나 싶어, 인터넷 신문을 찾아 보았더니, 며칠 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18세의 청년이 칼로 여러 사람을 찌르고, 애완견까지 칼로 찌른 후, 자신을 칼로 찔러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제로 나와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부강하다는 미국에 사는 18세의 젊은 청년이 무슨 이유로 자기 어머니와 이웃들을 칼로 찌르고, 자신마저 칼로 찔러 죽이며 인생을 마감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칼에 찔린 사람들은 중태지만, 칼을 찌른 자신은 자신이 찌른 칼에 죽었으니,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다른 병실에 들어 갔더니, 팔순의 백인노인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내가 “채플린의 방문을 원하세요? 기도해 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쉬고 싶으세요?”하고 물었더니, 그 노인은, “나, 오늘 오후에 퇴원해요. 그래도, 내 얘기 듣고 싶으면 들어와요.”라고 하며 웃었다.
그 노인은, “세상을 떠난 내 아내가, ‘사람들에게 늘 미소를 띄며 인사를 하라’고 했어요.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면 혈압이 낮아진데요.”라고 하며, 인생 살아온 얘기를 해 주었다.
“내가 20살 때, 아내가 17살 때 우리는 결혼하여, 아들 쌍둥이를 낳았는데, 아내는 아이들을 잘 키웠고, 지금 내 아들들은 60중반이 되어, 백만불짜리 집에서 잘 살아요. 아내는 만성 폐질환과 당뇨를 앓았는데, 내가 인슐린 주사를 하루에 다섯번씩 놓아 주며 몇년간 보살폈는데, 작년에 죽었어요. 65년 동안의 결혼생활 동안, 아내가 나를 잘 보살펴 주다가, 아내가 병들었을 때, 내가 보살펴 주며, 아내가 세상을 떠났으니, 행복한 결혼생활이었어요.”하며 미소를 띄며 얘기 했다.
그 노인은 “나도 제2형 당뇨병자인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인슐린이나 당뇨약없이 정상을 유지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노인의 미소에서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의 평온함과 여유가 느껴 졌다.
인생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쳐가는 힘든 여정이지만, 최근 팔순잔치를 했다는 영원한 청년, 가수 조영남씨가 팔순잔치 현수막에 써 놓은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죽을 때까지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