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희망자 급증과 주거비 상승으로 미국의 노숙자가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전역에서 취합되는 예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노숙자 수가 역대 최다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단 하루라도 노숙을 경험해 본 사람은 65만3,000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정부가 노숙자와 관련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다 수치다.
WSJ가 뉴욕을 제외한 전국 250여 개 노숙자 보호단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노숙자 수는 최근까지 55만 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미 10%를 초과했다.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가 12월 발표하는 노숙자 관련 통계에는 WSJ가 취합하지 못한 통계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노숙자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숙자 급증의 배경으로는 이민 희망자의 유입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국경 지대인 텍사스 주 정부가 버스로 이민 희망자들을 대도시로 이송한 뒤 해당 지역의 노숙자 수가 급증했다. 이민 희망자들이 정착지로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인 북동부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지난해 약 4,430명이었던 노숙자 수가 올해 1만2,100명으로 급증했다. 기존 노숙자에 더해 지역 호텔과 모텔에 수용된 이주민을 반영한 수치다.
주거 비용 폭등도 노숙자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연방 정부나 지방 정부가 각종 지원금을 지급하고 세입자가 주택 임대료를 내지 못해도 퇴거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이 뒷받침됐다. 그러나 이 같은 보호 조치가 점차 중단되면서 경제적 약자가 거리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펜타닐 등 마약중독자의 증가도 노숙자가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