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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기인 관상가 황욱 선생 -꼴값하며 산다-

2021.11.24




                   기인 관상가 황욱 선생  -꼴값하며 산다-  


 해방 전후 전국을 떠돌며 관상으로 이름을 날린 황욱선생은 神眼(신안)이라 불리워질 정도의 大家의 반열에 든 이다. 황욱은 관상만 잘 본 것이 아니라 글도 잘하고 시도 잘 지어 글공부한 식자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평생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며 일생을 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세상에 초연한 채 재물이나 사람, 시간,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한세상 그렇게 홀연히 떠돌다 홀연히 사라졌다. 그래서 그이의 태생이나 전력 등 개인사에 대해 아는 이가 없어 더욱 기이하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는 얼굴을 이리저리 세심히 살펴보는 일도 없이 그저 슬쩍 한번 쳐다보고 난 뒤 즉시 술술 시로서 칠언사율팔구(七言四律八句)를 입으로 읊어 그이의 평생을 예언하였다. 


황욱이 집착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는데 그것은 돈도 아니요, 여자도 아니요, 명예도 아닌 술 뿐이었다. 오직 사랑하는 한 가지 술만 있으면 세상을 얻은 듯 유쾌했고 언변과 문귀가 술술 실타래처럼 풀려나왔다. 그는 가는 곳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화를 숱하게 남겼다. 지나가다가 임신하여 배 나온 여인네를 만나면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를 알아 맞추었고 나중에 그 아이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까지 말 하였는바 어긋남이 없었다. 이러다보니 흔히 모든 예언가들이 그러하듯 봉변당하는 일도 많았다. 


한번은 아주 큰 고래 등 같은 집을 지닌 그 마을 최고의 부잣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그 집은 마침 4대 독자인 새신랑이 장가를 들어 며느리가 임신을 했던 터라 잔치 분위기였는데 남의 집에 신세지고 한상 떡 하게 얻어먹었으면 됐지 예의 그 싼 입을 열고 만다. “아참 아깝고도 아깝도다. 5대 독자가 세상에 나자마자 가는구나!” 불경해도 이토록 무엄할 수가 없는 소리를 지껄여 대었으니 치도곤을 당하는 것은 당연했다. 분해서 파랗게 질려 팔팔 뛰는 주인양반의 호령에 그 집 머슴들이 달려들어 삐쩍 마른 관상가 황욱을 개패 듯 두들겨 팼다. 입 잘못 놀린 죄로 한 달 가까이를 끙끙 앓으며 사경을 헤매다 겨우 살아난 황욱은 다시는 평생 그 고장 근처를 얼씬 하지 않았다 한다. 허나 그 후 황욱의 예언대로 그 부잣집 며느리는 아들을 출산했지만 아이가 일찍 열병으로 죽고 다시는 애가 들어서지 않아 결국 그 집은 대가 끊겼다 한다. 


한번은 주막집에 들려서 술을 먹다가 마루에 앉아 있는 남녀를 보고 주인내외 인지 알고 “허허 두 사람은 겉 궁합 속궁합이 쏙 들어맞는데 특히나 속궁합이 기가 막히니 그냥 매일 밤이 오기만을 기다려지겠소! 껄껄” 마침 술상을 들고 주방을 막 나오던 사내 하나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저 여자는 내 마누라 이고 그 옆에 앉은 애는 우리 이종사촌 동생 놈인데 속궁합이 맞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요? 아니? 시동생하고 형수가 붙어먹었단 말이요? 똑바로 말하시오 아니면 내 가만 안 두리다!” 라고 한 뒤 낫을 들고 나와 설치니 죽지 않기 위해 냅다 뛰어 주재소로 피해 달아나 살려 달라고 주재소 순사에게 애원하니 순사가 큰 칼을 차고 주막에 들어서자 모두가 사색이 되었는데 지레 겁을 먹고 두 남녀가 자신들의 불륜을 토설한 일도 있었다 한다. 


이런 소문이 커지자 한번은 공주 경찰서에서 형사들이 나와서 황씨를 경찰서로 불문곡직하고 끌고 갔는데 끌려가면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죄진 일이 없어 “이게 무슨 사단인가?” 했는바 경찰서에 가서보니 인상이 험악한 몇 명의 사내를 쭉 꿇어 앉혀놓고 이중에서 살인자를 가려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였다. 얼마 전 읍내에서 강도 살인사건이 발생 했는데 혐의자 몇 명 중 하나를 골라 달라는 요구였다. 결국 할 수 없이 한명을 지명 하였고 수사결과 진범임이 밝혀졌지만 황욱 선생은 후한이 두려워 역시나 공주 인근에는 생전 다시 발걸음 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씨는 사주팔자 속에 역마살이 들었던지 한곳에 앉아 상을 보아주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유명세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피하여 늘 낯모르는 곳 타관객지를 전전하면서 배가 고프면 밥 사줄 사람, 술 생각나면(늘 술 생각뿐이지만...)술 사줄 사람, 해가지면 밤이슬 피할 수 있게 잠재워줄 사람에게만 관상을 봐주었지 돈을 받거나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돈과 명예는 다 버리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이기만을 원한 자유인이었던 것이다. 관상을 봐주고 나서 혹 누가 상을 잘 봐 주었다고 돈을 몇 푼 내놓으면 그 돈으로 즉시 술을 사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술잔치를 벌렸다. 항시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거리며 세상을 초월한 듯 살았던 이분은 나름 인생의 경지에 도통한 道人(도인)이었던 것 같다. 황욱선생은 항상 하는 말이 “사람은 누구나 다 지 생긴 대로 산다! 즉 지 꼴값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였다. 즉 자신이 타고난 본분대로 살아간다는 말인바 요즈음은 “꼴값 한다”는 말이 아주 심한 모욕적인 욕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꼴값 하고 있네!” 하면 당장 눈에 쌍심지를 돋구고 싸우려 들 것이다. 왕의 꼴(관상)을 타고 났으면 왕이라는 꼴값을 하며 살고 거지꼴로 태어났으면 거지의 꼴값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필자 역시 스스로 생긴 꼴대로 나 자신의 꼴값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세에 갚아야 할 나의 업(카르마)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이제 필자 본연의 꼴값을 하기 위해 홀연히 사라질 것이다. 깊은 산속으로!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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