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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내 몸 아끼는 게 효도의 기본

2022.03.25

 



             내 몸 아끼는 게 효도의 기본 


 상담을 하다보면 별 희한한 사연들도 접하게 되는데, 자식들의 무관심이나 불효(不孝) 때문에 섭섭해 하시는 어르신들의 사연이야 세상사 사람 사는 곳이라면 다 접할 수 있는 사연이지만 희한한(어찌 보면 악질스러운) 방법으로 제 애미의 심정을 찢어놓는 불효자식이 있었다. G할머니는 20여 년 전 쯤 남편을 사별하고 혼자 지내시는 노인이시다. 운전을 못하시는 G할머니는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여 필자를 자주 방문하시지는 못하시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잊을만하면 찾아오시곤 하였다. BUS 서너 차례 갈아타시거나 LA에 나올 일이 있는 지인차를 빌려 타고 오시곤 하셨는데 이러다보니 필자에게 오시려면 몇 날 며칠을 벼르고 별러 오시는 발걸음이셨다.(이렇게 오시기 힘든분들의 경우 전화로 상담하셔도 별 차이가 없는데 G할머니는 꼭 방문상담을 고집하신다.) 


G할머니는 오렌지카운티의 한 노인 아파트에서 홀로 거주하시는데, 할머니에게는 유일한 혈육인 외아들도 아파트 메니져 몰래 이집에 기생하고 있었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허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입주자 거의 대부분이 한인 노인분들이여서 쉬쉬하고 감싸주어 별 탈 없이 기생할 수 있었다. G할머니 입장에서야 제발 아들놈이 독립해 나가서 사람답게 살아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 나이 40이 넘도록 장가도 못가고 변변한 직장도 없이 빌빌 거리며 지 애미 월 페어 나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언젠가 이 아들놈이 상소리를 섞어가며 하는 말이 “에이XX, 빨리 늙어서 월 페어나 타먹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였다. 젊은 놈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니 애미 입장에서 얼마나 아들이 한심해 보였겠는가! 이놈의 하루일과는 실업자들이 대개 그렇듯 밤새 컴퓨터 끼고 놀다가 오전 11시경 기상, 아침 겸 점심 먹고 또한번 자빠져 낮잠을 즐긴 뒤 오후 3시경 슬슬 밖으로 놀러나가는 식이다. 


유유상종 이라 했던가? 비슷한 처지에 빈둥거리는 놈들끼리 만나 당구장에서 당구치고 돈 생기면 우르르 인근 카지노에 놀러가는 게 일이였다. 그럼 이런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사람은 다 살기 마련이라고 여기저기 뜯어내고 잠깐잠깐 죽지 못해 하는 시간제 일로 만들기도 했지만 주 수입원은 애미의 월 페어다. 애미를 협박해 월 페어 거의 전부를 지 용돈 화 했다. 어떤 불효막심한 놈들은 애미를 패는 놈도 있다지만 이놈은 그보다 더 악날한 방법으로 어미를 협박한다. 지 몸을 애미 앞에서 자해(自害)하는 것이다. 돈을 안내놓거나 듣기 싫은 소리(실은 지 잘되라고 하는 걱정의 소리)라도 해서 성질이 나면 칼이나 깨진 유리병으로 지 배를 북북 그으며 자해를 한다. 한국의 악질 양아치 놈들이 상대방에게 하야시(겁)주려고 주로 쓰는 수법이다. 


이것도 매우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너무 깊게 찌르면 배가 터져 창자가 쏟아진다. 적당한 깊이로 적당히 찔러 넣은 뒤 그어 야 하는 고난도(?) 작업인 것이다. 이 요령만 잘 지키면 피만 쏟아지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숙련을 요하는 고난도 작업(?)이지만 이놈은 하 두 여러 번 해 본 짓이어서 창자가 쏟아진 적은 없다. 또는 벽에다 지 머리를 쾅쾅 내찧는 방법이다. 피가 얼굴 쪽으로 쏟아지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뒤통수 쪽으로 흐르면 머리카락에 피가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즉 전시 효과가 적은 것이다. 피가 주르르 얼굴 쪽으로 타고 내려야 최대의 전시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악질적인 방법으로 애미를 겁주는 것이다. 남도 아니고 자기 배 아파 낳은 자기 새끼가 피를 철철 흘리면 그 애미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언젠가 엄마가 아들에게 차분히 아들의 꿈을 물으니 두 가지였다 한다. ‘첫째가 빨리 늙어서 월 페어 타며 사는 것이고, 두 번째가 노름테이블에 앉아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칩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노름 해 보는 것’이라 했다. 


<효경>에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 했다. 즉, 몸과(신체) 터럭(발부)은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상하지 않음이 효(孝)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이 몸을 소중히 해서 조금이라도 훼손되지 않게 잘 유지하는 게 효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무참하게도 애미 앞에서 스스로 제 몸을 자해하여 애미를 벌벌 떨게 하는 천하에 둘 도 없는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 쌍놈의 호로 자식’이다. 논어(論語)에 보면 증자(曾子)가 자신의 병이 위중해졌을 때 그의 제자들을 불러놓고 말씀 하시기를 “이불을 걷고 내발을 보고 내손을 보아라. ‘시경’에 이르기를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한 듯 살얼음을 밟는 듯, 하라 하였으니 내 지금까지 부모님께 받은 몸을 조금이나 훼상할까 걱정하였건만 이제야 그 걱정을 면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제자들아!” 라고 하셨다. 


논어의 이 글은 증자가 죽음에 임하여 손과 발이 훼상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기뻐하신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렇듯 부모에게 받은 몸을 애지중지하고 훼손되지 않아야 함은 효도의 첫 기본인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 앞에서의 이런 자해행위는 극악한 패륜 중에서도 최악의 패륜인 것이다. 이러한 악질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G 할머니는 필자를 찾기만 하면 오직 아들놈 걱정 뿐이셨다. “우리 애가 장가는 갈 수 있나요?” 세상에 어떤 미친 여자가 나이 40이 넘어 엄마 사는 노인 아파트에 숨어서 얹혀 지내는 이런 놈에게 시집을 오겠는가? 콧구멍만한 방 한 칸이라도 있어야 살림을 살지, 어디서 신혼살림을 차린단 말인가? 방 1칸짜리 노인아파트 소파위에다가 살림을 차릴 것인가? “우리애가 자식은 있나요?” 이건 더 끔찍한 질문이다. 지 몸뚱아리 하나도 건사 못하는 놈이 자식까지 생기면 어쩔 것인가? 


자신의 특기인 자해기술(?) 가르켜 부자가 함께 쇼에 나가 자해 쇼라도 공연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애가 언제 철이 날까요?” 철들 놈이었다면 벌써 철이 났지 흰머리까지 삐질삐질 올라오는 40대 초반까지 철이 안 들었겠는가? 차라리 아들놈이 언제 망령이 날지를 기다리는 것이 빠를 것이다. 하지만 애타는 모정(母情)앞에서 잔인한 말을 해 드릴 수도 없어 쩔쩔매게 된다. “차차 철이 들 겁니다!” “결혼하고 나서 갑자기 확 달라지는 사람도 있으니 기다려 보시지요!” “아무튼 지금보다는 잘 될 겁니다!” G 할머니의 질문이 많아 질수록 쩔쩔매는 필자 모습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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