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난 여자
40대 중반의 최오만 여인은 스스로 너무도 잘난 올드미스다. 한국에서 명문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도미(渡美)했는바 언제 어디서고 자신이 이대출신임을 내세우며 잘난체하기를 잘하는 여성이다. 성격이 오만하고 독선적이어서 주변에 친구도 없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지만 혼자 잘났다. 외국계 회사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보수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얼굴은 그리 밉상은 아니지만 도수 높은 안경을 쓴 그녀의 표정은 늘 차갑고 세상모든 것을 눈 아래로 깔아보는 듯 한 거만함이 뚝뚝 흐를 지경이다. 예전에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도박판을 덮친 경찰들에게 “이거 왜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라고 한 대사가 오버랩 되는 그런 표정이다.
처음 최여인을 보았을 때 필자가 느낀 인상이 그랬다. 연세가 드셨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도 필자에게 상담을 하러 와서는 피상담자의 입장에서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데 최여인은 필자보다도 한참이나 연하이건만 초면부터 반말을 찍찍 뱉어냈다.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부류의 별난 사람들을 많이 대해 온 터라 게의치 않았지만 행동과 말투가 매우 건방졌다. 필자를 찾아와 이런저런 상담을 많이 했는바 주 상담내용은 이성과의 관계 또는 궁합과 관련된 내용이 주였다. 내뿜는 기(氣)가 엄청 쎄고 안하무인격 태도여서 직감적으로 배우자운이 나쁠 것 이라 예상했는데 역시 사주팔자를 풀어보니 역시 그랬다. 사주팔자 속 ‘음양착살’이 있어 결혼이 쉽지 않은 팔자였고 이성이 들어와도 제대로 된 남자는 없고 죄다 문제 많은 남자이거나 유부남일 가능성이 높고 사주구성으로 보아 노랑(老郞), 즉 나이 많은 사내들과 인연이 깊은 팔자였다.
이런 사주팔자를 지닌 이는 혹시나 결혼에 성공한다하여도 재취자리일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결혼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다 할 수 있다. 보통 여자의 최대 행복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자식을 잘 양육하는데 있는데 이분의 팔자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주 구성이었다. 명리학상 일주가 지나치게 왕성하고 관살이 없거나 관살이 혼잡되고 사주가 탁하거나 상관이 태왕한 사주를 지닌 여성의 경우가 가정운이 약하고 가정을 꾸려도 제대로 된 남성과는 결혼이 어려워 첩이나 후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분의 사주팔자가 여기에 해당되는 사주팔자여서 그리 추정되었다. 하지만 최오만 여인의 경우 사주팔자의 생김새도 그러하지만 성격상의 문제가 더 큰 문제인 듯했다.
이대 나온 것 외에는 내세울 것이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데도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세상에서 자신이 최고 잘난 듯 여기니 그 대책 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최오만 여인은 상대방의 나이나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자기 눈 아래로 보았고 누구에게나 대놓고 반말이다. 그러면서 한탄하기를 “세상 사내놈들이 죄다 눈깔이 삐었어! 나처럼 외모가 빼어나고 머리가 좋아 이화여대까지 나온 여자를 몰라본다니까! 정말 다 미친놈들이야!” 라고 하였다. 그런데 필자에게 궁합을 본 남성들을 보니 거의 모두가 최오만 여인보다는 나이가 최소 10여세 이상 연상이었고 거의 대부분이 유부남이거나 이혼해서 애가 몇 명씩 딸린 남성분 들 뿐이었다. 역시 ‘팔자는 속이지 못한다’는 말이 맞긴 맞는듯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진실임을 최오만 여인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감정이었다.
필자에게는 수많은 고정고객들이 계시다. 매년 거의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객이 최소 2천분이 넘고 격년이나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주는 고객분들 까지 친다면 그 수가 2-3배 이상은 될 것이다. 이분들 중에는 누구누구라 하며 한 번에 알아주는 명사들도 꽤나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전문직 종사자분들도 무척이나 많다. 이분들 거의 대다수가 한국에서 꽤나 높은 지위에 계셨고 지금 현재 미국 내에서도 쇼셜 포지션이 탑 위치에 있는 분들도 많건만 최오만 여인처럼 오만하고 건방진 분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필자의 고객분들 중에 명문대 출신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건만 “나 OO대학 출신이야!” 라고 하며 뻐기는 분들은 단 한 분도 없었다. 내세울게 없으니 이대출신임을 매번 강조하는 최여인이 한편으로는 가여운 생각도 들었다. 나이 40중반이 되도록 결혼도 못한데다가 모아놓은 돈도 없고 부모도 빈한하고 변변한 직장도 없으니 오로지 내세울 수 있는 건 학력뿐인지라 그리하는 것 같아서였다. 가여운 분이다.
헌데 마주대하고 있으면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위아래도 없이 찍찍 반말 짓거리에다가 “나는 너무 잘났는데 왜 사내놈들이 잘난 나를 알아주지 않는지 몰라!” 라고 하는 최여인 앞에 마주 앉아있자니 속에서 욕지기가 치솟고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을까?” 싶기도 하다. 허나 한편으로는 가여운 생각도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없는 분을 왜 몰라주는지 모르겠어요!” 라고하며 말을 맞춰주기도 한다. 이것마저 없다면 최여인은 당장 푸석푸석한 고목나무가 되어 쓰러질 듯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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