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근심덩어리 재물

2022.08.22

 




           근심덩어리 재물  


 재물은 없어도 걱정, 너무 많아도 걱정인 것 같다. 궁핍하여 없는 재물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할 것이나 많은 재물 때문에 이를 잃어버릴까 전전긍긍 하며 쩔쩔매며 걱정하는 이들을 보면 ‘참! 걱정도 팔자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송여사님은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초혼에 실패하고 40대 초에 현재의 남편분 을 만나 재혼하셨는데 두 분에게는 둘 다 자식이 없는 상태였다. 송여사님이야 결혼하고 겨우 며칠 만에 초스피드로 이혼 하셨으니 자식이 생길 틈(?)도 없다지만 송여사님 보다 15년 이상 연상인 남편분은 초혼 때 결혼생활을 10여년 넘게 했지만 부인이 몸이 약해 여러 번 유산을 한 뒤 사별의 아픔을 겪으셨기에 두 분 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끝내 두 분 사이에도 자식을 두지 못했다. 


처음 두 분의 사주팔자를 대했을 때 필자 왈 “두 분은 궁합이 너무도 좋아 이른바 찰떡궁합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옛말에 ‘부부사이가 너무 좋으면 자식이 없을 수 있다’했는데 두 분 사주팔자를 보니 딱 여기에 해당되는 무자식 팔자입니다. 두 분 다 사주팔자 속 재물 궁은 차고 넘치니 평생 돈 걱정은 없으실 팔자로 나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십니까?” 라고 물은 즉 송여사님 장탄식을 하시며 “어머나? 그런게 다 사주팔자 속에 나오는군요! 세상에 참 신기하기도 하지...” 라고 놀라셨다. 송여사님은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자녀로 태어나 무난히 중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에 있는 한 여대를 졸업한 뒤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서둘렀다가 결국 결혼 며칠 만에 파경을 맞는 큰 아픔을 겪었다. “지 발등지가 찍었다!”며 질책하는 부모보기가 싫어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와 고학 끝에 간호사가 되었다. 


남자 생각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어 그저 병원생활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버렸다. 문득 혼자라는 게 외롭다는 느낌이 왔을 때 마침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직장동료가 홀애비가 되신 자기의 작은아버지를 소개하며 적극 추천했다. 만나보니 성격이 시원시원한 호남 형에다가 당시 사업에 크게 성공하여 단단한 경제적 바탕도 있는 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딸린 자식이 없는 사람이여서 마음이 끌렸고 두 분은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가져 결국 재혼에 이르게 된다. 결혼하고 나서 두 분은 너무도 다정하게 지내며 깨가 쏟아졌다. 그런데 다소 늦은 나이이기는 했지만 두 분 다 강렬히 아이소식을 기대 했건만 끝내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은 불같이 일어났고 송여사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만 하시며 가끔 남편직장에 나가 일을 도와주며 지내게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부동산 중개인 자격과 인테리어 공부를 했다. 처음 송여사님의 사주를 보았을 때 필자가 해 준 충고는 “사주를 보니 여사님은 부동산 문서 운이 아주 좋은 분이고 나중에 부동산으로 천금을 희롱할 수 있는 팔자입니다. 부동산 쪽에 관심을 가지시고 미적인 감각도 좋아 보이니 리모델링을 통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였는데 송여사님은 이를 명심하고 실행하셨다. 이렇게 재산을 불려 나가다보니 한국 강남 요지에 6~8층 소규모 빌딩도 여러 채 지니게 되었고 LA에도 APT를 여러 채 지닌 재력가가 되었다. 한국 재산은 한국에 있는 조카들에게 나누어 관리를 시켰는데 두 분 다 시민권자 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그중 상당부분 재산은 조카들 명의로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사업도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어 송여사님에게는 아무 걱정도 없을 듯 했는데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송여사님에게도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첫째 걱정은 한국에 있는 재산 중 상당부분을 자신들의 명의가 아닌 조카들 명의로 해 놓았는데 나중에 조카들이 마음이 바뀌어 딴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한국의 법이 바뀌어 ‘부동산실명제’가 되면서 부동산 명의 신탁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명의자가 자기 부동산이라고 주장하면 찾을 길이 없다는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송여사님의 걱정은 깊어만 갔다. “물론 조카들이야 믿을 수 있지만 조카애들 신랑이나 마누라들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어요? 물론 생판 남에게 뺏기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법사님 말씀도 옳으신 말씀이지만 그래도 어디 그게 그런가요?” 라고 하시며 조카들 동태에 조금이라도 이상기미가 보이면 걱정에 안달복달 하시며 필자를 찾아와 이에 대해 상담하시곤 했다. 


여기에다가 몇 년 전부터 미국 정부에서 외국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수익에 대해 꼭 신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있다가 발각되면 큰 제제를 받는다는 발표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며 근심 하신다. “대부분 조카들 명의로 해 놓았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면 정말 큰일이지요. 임대료는 조카들이 받아서 저에게 보내주지만 무슨 꼬투리라도 잡힐까 너무 걱정입니다. 지금이라도 신고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그냥 이대로 지내는 게 좋을까요?” 옆에서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로 근심이 많으시다. 이쯤 되면 송여사님에게는 재산이 근심덩어리에 불과해 보인다. 송여사님은 또한 성격이 매우 짜서 누구에게 제대로 베풀지도 못한다. 그래서 별명이 “짠순이”다. 


그 인색함은 필자에게 와서도 나타나는데 “부부의 경우 두 분이 운을 공유하기에 부부를 함께 보셔야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라는 필자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아니예요! 그러면 상담비가 120불이나 되잖아요. 그냥 제 운으로만 봐 주세요! 그럼 60불만 내면 되잖아요.” 라고하기 일쑤다. 이렇게 보면 정확한 답을 얻기 어려운 데도 돈을 아끼려고 매번 그러신다. 아무튼 재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로 늘 걱정이 끊이지 않는 송여사님이 솔직히 말해 측은해 보였다. 돈은 가치 있고 유용하게 썼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했는데 생전 제대로 쓸 줄도 모르고 쌓아놓고 없어질 까봐 전전긍긍하는 송여사님의 돈은 근심덩어리 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물려 줄 자식도 없는데 그 많은 돈 죽을 때 싸 짊어지고 가시려나?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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