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멈춰야 할 때 -艮卦(간쾌)-

2022.08.25

 



                멈춰야 할 때 -艮卦(간쾌)-


 하 여사님은 몇 년간 운(運)이 아주 좋았다.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이 불경기라고 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상황에서도 하여사님의 음식점은 계속 대박행진을 했다. 이래서 ‘경기가 아무리 좋아도 망할 놈은 망하고,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살 놈은 산다’는 말이 있는듯했다. 이렇듯 장사가 잘되자 하여사님은 사업 확장을 꽤하여 인근지역에 2호점을 개설했다. 결과는 또 대박이었다.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수익이 하여사님 손에 쥐여졌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하여사님은 3호점 계획을 세웠다. 아무래도 3곳을 자신이 직접 직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3호점은 평소 자기에게 같이 사업하자며 졸라온 친구 박여사와 함께 하기로 했다. 


자금은 모두 박여사가 대기로 하고 자신은 음식노하우와 경영기법, 종업원 관리 등을 해주기로 약정했다. 이 3호점을 개업하기 직전 하여사님이 필자를 찾았다. 자신의 사업계획 등을 간략히 설명한 뒤 필자의 의견을 묻는다. 하여사님의 사주팔자를 간지에 적고 가만히 그 운로를 살펴본 뒤 앞으로 다가올 하여사님의 운세를 주역상 쾌로 짚어보니 艮卦(간쾌)가 나온다. 艮(간)은 머문다는 뜻이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무르고 가야할 때 가야한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문다함은 자신에게 주어진 때, 곳, 지위에서 머무는 것을 말한다. 간쾌는 산을 상징하는 소성쾌 산쾌(山卦)가 겹쳐서 이루어진 쾌이므로 간위산쾌(艮爲山卦)라고도 한다. 쾌의 구성을 보면 외쾌와 내쾌사이에 단 한 효도 음양이 서로 흐응하는 것이 없다. 이는 서로 막혀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간쾌는 정체한다. 머문다. 막힌다의 뜻을 지닌다. 알맞은 위치에서 멎고 시의를 얻어 진퇴를 결정하는 일은 사뭇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산은 장구한 세월 멈춰서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무게가 있고 의의가 있다. 정지하는 도(道)는 산을 거울삼아 체득하여야 한다. 경거망동 앞에는 위험과 난관이 있고 깊이 빠져들어갈 골짜기가 있을 뿐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은 중단이나 실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요, 보다 밝은 내일을 약진을 위하여 준비하는 행위인 것이다. 다시 한 번 쾌(卦)를 음미해본 뒤 필자 왈 “여사님의 운은 제가 몇 년 전부터 진단한대로 계속 상승곡선을 이어왔음이나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명리학상 여사님의 운의 흐름으로 봐도 그렇고 주역상 쾌상(卦象)으로 보아도 지금부터는 잠시 멈춰서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 라고 봅니다. 


지금부터는 다져나가야 할 시기이지 앞으로 계속 내달을 때가 아닙니다. 멈춰서야 할 때 욕심을 죽이고 멈춰서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만이 지금까지의 행운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지 마십시오. 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라고 하자 하여사님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다. 요 몇 년간 필자는 하여사님에게 계속 “지금이 때입니다. 계속 밀어붙여야 합니다. 속된말로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운이 계속 상승기이니 계속 적극적으로 나가십시오” 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자제를 요구하자 심히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우신듯했다. 본점과 2호점 개설 시에도 계속 밀어붙이라는 필자의 조언에 큰 용기를 얻어 사업을 계속 확장시켜왔고 또 성공해왔는데 이제는 쉬어가야 한다고 하니 3호점 개업을 앞두고 마음의 용기를 얻으려왔다가 본인이 원하는 말과는 다른 소리를 들으니 속상하셨나보다. 


“친구하고 이미 다 계약도 했고 가게도 얻어서 인테리어도 다 끝냈는데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고 걱정이네요! 진작에 와서 물어보고 할 걸 괜히 일벌리고 나서 물어봤네요! 기왕에 벌린 일이니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마음이 이렇게 찜찜하지 않았을텐데 괜히 왔네요!” 라고 하며 속상해하신다. 아니 은근히 나쁜 소리하는 필자에게 짜증을 부리는 셈이었다. 아무튼 3호점을 오픈하고 나서 필자를 찾는 하여사님의 발걸음이 잦아지셨다. 와서 하시는 말이 “박여사하고는 오랜 세월 친구라 그 여자가 그런 줄 몰랐는데 같이 일을 시작하고서보니까 사람이 겉과 속이 영 다른 것 같아요! 음식자재는 무조건 본점에서 공급하고 매출의 일정비율은 본점이익으로 넘겨주고 남는 이익금에서 반반씩 나누기로 했는데 이 여자가 이제 와서는 본점에 납입하는 매출이익금은 어차피 내 회사 수익이니까 이것을 내 수입으로 잡고서 계산을 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툭하면 본점에서 납품하는 재료비가 너무 비싸게 과다청구 되었느니! 질이 떨어지니 어쩌구 저쩌구하면서 툭하면 시비를 걸어오지 뭡니까?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아주 골치 아파 죽겠어요!” 라고 하며 머리를 흔드신다. 시작 안했으면 좋았겠지만 어차피 시작한 일이니 뭐라 충고하기도 막막했다. 그 후 이런저런 문제로 박여사와의 시비가 벌어지더니 급기야 박여사가 하여사님을 강제로 내쫒고 단독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하여사님 입장에서도 그동안 하두 골치를 썩였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하고 3호점을 포기했는데 간판문제로 서로 간에 또 시비가 붙었다. 간판을 떼라 떼지 못하겠다. 이 싸움은 한참 격렬해져 소송까지 이르렀다. 박여사님 남편과 따님이 변호사여서 내심 송사를 벌리는 것이 꺼려졌던 하여사님이 필자에게 이 문제로 상담을 하러왔을 때 무조건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충고를 해드렸건만 하여사님은 돈 문제보다도 인간적인 괘씸함 때문에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서 송사를 벌려나갔다. 무슨 놈의 재판이 그리도 긴지 이렇게 몇 년을 지루하게 끌다가 결국 하여사님은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잘나가던 비즈니스도 결국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무르지 못한 것이 이렇듯 큰 참화를 빚은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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