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하룻밤의 꿈같은 재혼

2022.10.31

 



                하룻밤의 꿈같은 재혼 


 송여사님이 오랫동안 동거 중이던 백인 남편과 드디어 정식결혼식을 했다. 어제필자를 방문 하셔서는 수줍게 웃으시며 한 달 전 라스베가스에 가서 식을 올리고 관청에 가서 결혼증명서를 받아 오셨다고 한다. 진심으로 축하해 드렸다. 필자 왈 “그냥 동거하실 때와 이렇듯 정식으로 법적부부가 되고나니 상대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셨지요? 그냥 동거할 때와는 마음자세 부터가 달라지셨을 겁니다.” 라고 하니 “법적으로 부부가 된다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여기고 그냥저냥 살다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보이 프랜드’로 지내게 되었는데 막상 정식 ‘허즈번’이 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고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자세 부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호호호!” 라고 하며 기뻐하신다. 


송여사님을 대하고보니 오래전 있었던 사연이 생각난다. 오래전 고객 이셨던 김여사님의 사연이다. 김여사님은 한국에서 어린나이에 결혼 후 노름 좋아하고 폭력적이며 가정사에는 무관심한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미국에 오셨다. 미국에서 간호대학을 나온 뒤 간호사가 되어 혼자 외롭게 이국 생활을 이어갔다. 이러던 중 노인 재활 치료병원에서 제임스氏를 만나게 된다. 김여사님보다 22살이나 위인 제임스노인을 간호하다보니 두 분 사이에 연정이 싹트게 되었고 제임스노인의 적극적인 정성에 감동하여 두 분은 살림을 합쳤다. 사냥을 하다 넘어져 엉덩이뼈를 다쳐 요양하던 제임스노인이 회복하여 병원을 나서게 되자 제임스 노인의 집에 살림을 차리게 된 것이다. 


처음 제임스 노인의 안내로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김여사님은 무척이나 놀랐다. 평소에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아서 몰랐는데 제임스노인은 꽤나 많은 재산을 지닌 부호 노인이었다. 20여 년 전 사별하고 혼자 지내온 제임스노인의 집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대저택 이었던 것이다. 차를 타고 집 게이트에서 한참이나 넓은 숲과 정원을 지나 도착한 집은 궁전과 같았다. 집사 이하 집안일 거드는 사람이 스무명 가까이 되는 살림규모였다. 전속요리사에 청소부, 마당만 전문 관리하는 정원사, 운전기사 등등 무척이나 부리는 사람도 많았다. 김여사님은 자신이 꼭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고 얼떨떨했다 한다. 


제임스 노인에게 왜 이야기를 안 해 주었냐고 물으니 늙은 영감이 돈을 앞세워 젊은 사람을 꼬시는 느낌을 줄까봐 일부러 말을 안했다고 했다.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재킷을 걸치고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같이 씹으며 즐거워하던 노인이기에 이런 부호일지는 몰랐던 거였다. 아무튼 김여인이 시간을 내서 기사가 모는 고급 쎄단을 타고 필자를 방문해서는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필자와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곤 했다. 집에서 일하는 집사 월급이 월 2만불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이때 들었다. 무척이나 다정하고 즐겁게 생활하던 이분들에게 첫 시련이 닥친 것은 결혼문제였다. 


제임스씨는 3남2녀의 자식들을 슬하에 두고 있었는데 모두가 성공하여 탄탄히 자리 잡고 살고 있었다. 자녀모두가 집을 방문할 때면 젊은 엄마인 김 여사님에게도 매우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헌데 제임스씨가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자 모두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를 했다. 결혼식을 올리는 것까지는 축하해 주겠지만 절대 혼인신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아우성이었다. 재산문제 때문이었다. 의외의 거센 반대에 제임스씨와 김여인은 크게 당황했다. 제임스씨가 자신 때문에 자녀들과 척이 지는게 가슴 아팠다. 착한 김여인은 제임스씨를 설득했다. 우리 둘이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어떻고 안하면 어떠냐고 제임스씨를 달랬다. 하지만 제임스씨는 부부가 어찌 혼인신고도 안하고 부부라고 하며 살 수 있냐고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혼인신고는 하게 되었는데 자녀들이 가져온 ‘혼전서약서’에 김여인이 싸인을 하는 조건으로 타협을 보게 된다. 제임스씨도 더 이상 고집을 부렸다가는 자녀들과 의절하게 생기자 이선에서 자녀들과 합의를 보았다. 이게 김여인의 결정적 실수(?)였다. 남편이 그토록 일찍 세상을 등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결혼생활 3년 만에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다. 경견하게 장래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일주일도 안 되어서 자녀들이 들이닥쳤다. 와서 한다는 말이 안면을 싹 바꾼 채 집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했다. 타고 다니던 차까지 뺏어버렸다. 


궁궐 같은 저택에서 여러 사람 거느리고 왕비처럼 살던 사람이 갑자기 홈리스가 된 격이었다. 더욱더 황당한 것은 김여인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뻔히 알던 남편이 김여인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였다. 남편도 자신이 그렇듯 빨리 허망하게 세상을 뜰지 몰라 준비를 미처 못해둔 것일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였던 것이다. 집에서 쫓겨난 김여인은 그동안 남편이 용돈 식으로 준 것을 모아둔 몇 만불에 의지하여 살길을 찾아야했다. 다행히도 간호사 자격증이 있어 양로병원에 급한 대로 취업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인타운에 원베드룸 하나를 얻어 자리를 잡고 보니 지나간 몇 년이 꼭 하룻밤 꿈을 꾼듯하다고 필자에게 하소연했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죽은 남편의 진짜 속마음이 어떠했던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혼전서약서’에 싸인을 했지만 김여인은 내심 남편이 자신을 위해 어느 정도의 배려는 해 놓았으리라고 기대 했었던 게 사실이었다. 어쩌면 남편이 자식들과 미리 짜고 ‘혼전서약서’에 서명케 하려고 그런 연극을 벌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 미심쩍은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편은 자신을 아주 철저히 이용해먹은 셈이 된다. ‘설마 그럴 리가 없어!’ 하면서도 그런 의심이 들면 매우 괴로워진다고 실토했다. 김여사님은 이런저런 고민 끝에 타주로 멀리 이주했다. 이곳에서 멀리 떠나면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디 계시던 계속 건강하시길!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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