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마누라 무덤에 풀마르기도 전(前)

2022.11.02

 



            마누라 무덤에 풀마르기도 전(前) 


 강영감님은 북가주에 거주하시는 은퇴한 내과의사이다. 처음 강영감님과 필자가 인연이 닿은 것은 돌아가신 강영감님의 부인께서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 하시면서였다. 당시 미세스강은 산부인과 의사로 개업 중이셨는데 은퇴한 남편이 자꾸 여자문제로 말썽을 부려 속이 썩고 썩다가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셨다. ‘나이 70이 넘은 영감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런저런 여자와 수작질(?)을 하고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하면 직접 만나서 바람을 핀다. 어쩌면 좋으냐?’ 하며 매우 속상해 하셨다. ‘늙은 영감이 비아그라 까지 먹어가며 그 짓을 계속하는데 아무래도 이 영감 제 명대로 못살 것 같다!’ 하며 영감님의 건강도 염려하셨다. 


‘아무리 타이르고 호소를 해도 꼭 발정 난 숫케 마냥 저리도 눈이 뻘게서 다니니 이를 끊게 할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라고 하며 속상해서 눈물까지 짓던 분이였다. 필자 왈 “영감님도 영감님이지만 여사님 건강부터 챙기세요! 아무래도 내년과 후년에 여사님의 건강이 심상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영감님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녀도 내버려두시고 사모님 몸부터 챙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으셔서 건강에 이상이 올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라고 하니 “영감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죽겠어요! 법사님 말씀대로 제가 지레 죽게 될 것 같아요!” 라 하셨는데 말이 씨가 되었는지 이듬해 뇌 암 판정을 받고 말았다. 


부인이 뇌 암 판정을 받아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데도 강영감님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정말 나쁜 인간입니다! 지 마누라가 죽게 생겼는데도 별 관심이 없어요. 제가 평생 저런 인간을 남편이라고 믿고 살았으니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흑흑흑’ 애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필자 역시 분개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강영감님이 직접 필자에게 전화상담 요청을 해왔다. 의외였다. 어떻게 필자를 알고 전화를 했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어떻게 저를 아시고 전화를 하셨나요?” 필자의 말에 전부터 부인이 필자에게 가끔 상담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부인에게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했다한다. 그리고는 대뜸 “우리 와이프가 죽겠나요? 아니면 회복되나요? 죽는다면 언제쯤 죽을까요?” 라고 단도직입 적으로 묻는다. 


쾌상(卦象)에 나오는 대로 이야기해 줄 수밖에 없었다. “내년 3월이 고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기적이 없는 한 어렵다고 봅니다.” 라는 필자의 말에 별 반응도 없이 전화를 툭 끊었다. 강여사님의 운세를 주역상 쾌로 짚으니 ‘이지대유’의 쾌였고 이는 ‘북망산하 신건서옥’으로 풀이될 수 있었다. 짚 힐 수 있는 쾌 중에서 최고로 흉(凶)한 쾌상이다. 간단히 말해 북망산 간다는 쾌였던 것이다. 그리고 명리학상 운의 흐름을 보니 강여사님의 용신(用神)이 내년 3월에는 사방 꽉 막히는 흐름이여서 이리 진단했던 터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후 시간이 흘렀고 바쁜 일과 속에 필자도 이 일을 잊었다. 그런데 어제 강영감님이 전화 상담을 다시 요청해왔다. 


어떤 여자 분과의 궁합을 봐 달라는 요청이었다. 강여사님이 돌아가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부인무덤에 풀도 마르기 전에 뻔뻔스럽게 궁합을 보겠다는 영감이 밉지만 내색할 수도 없어 있는 그대로 궁합을 풀어드렸다. 궁합은 양호하게 나왔다. 다만 속궁합이 다소 떨어지고 강영감님 여자식구들(여동생이나 딸 등)과 화합이 잘 안될 것 같은 것 빼고는 무난해 보여 나온 그대로 설명했다. 깐깐하고 말 많은 영감님이여서 트집 잡히지 않기 위해 꼼꼼히 봐 드렸다. 그런데 궁합을 다 보고 난 뒤 드디어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한다. “일전에 내 와이프에 대해서 언제 죽을지를 물어봤었는데 기억하나요?” 라고 한다. 예전에 상담한 차트가 있어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그때 3월달이 고비라고 했는데 우리 와이프는 분명히(?) 7월에 죽었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할건가요? 


왜 3월에 죽는다는 사람이 7월에 죽었냔 말이요!” 미친 영감 같았다. 상대할 가치도 없어 보여 “제가 잘못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선생님한테 무슨 피해가 있었나요?” 라고 하니 우물쭈물 거리며 말이 없다가 이렇고 저렇고 쓸데없는 말을 계속한다. 정말 피곤하고 징그럽게 말 많은 영감이었다. “우리 집안은 장수하는 집안이여서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여자를 얻어야 비슷할 때 갈 수 있기에 이렇게 나이어린 여자하고 궁합을 보는 겁니다!” 라고 하며 은근히 뻐긴다. 말도 많고 목소리부터 가 듣는 상대방을 짜증나게 하는 목소리다. 이런 늙은이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를 궁합 상대방인 젊은 여성분이 안스러워 보였다. 


재산 좀 있다는 점, 은퇴한 의사라는 점을 큰 무기로 삼아 부인을 사별한지 얼마안가 신이 나서 여자 헌팅에 나선 발정 난 늙어빠진 숫케 같았다. 부부는 전생에 엄청나게 크나 큰 인인이 있었기에 현생에서 부부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소중한 인연을 중히 여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누라 속 썩여 뇌 암 걸려 죽게 해 놓고도 반성하지 못하고 신이 나서 젊은 새 마누라 찾아 헤매는 강영감님이 괘씸하다가도 일순 참으로 가련해 보였다. 필자가 강영감님의 사주팔자를 보아하니 아무리 젊은 여자를 재취로 맞아 들인다 해도 강영감님은 자신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가정밖에 여자를 숨겨놓을 것이라 판단되었다. 


부인 생전에도 젊어서부터 여자는 끊이지 않았다. ‘의사가 주업인지 바람피는게 주업인지 모를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늙어서까지 속을 썩이니 저도 저지만 자식들 보기 부끄러워 죽겠어요’ 생전에 호소하시던 여사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사람은 한 번 오면 한 번 가는 것! 너무 애달프고 원통해 하지 마시고 좋은 곳에 가셔서 이제는 속썪지 말고 안락한 영면을 이루시길 빌어본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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