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내지 마세요! 하던 대로 하세요!
몇 년 전에 이야기 이다.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박사장님은 미국에 와서 무척이나 고생을 많이 하신분이다. 운수사나와 벌리는 일마다 마가 껴서 계속 실패하고 생계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하는 수없이 수 년 동안 불법택시 운전을 하며 겨우겨우 그달 그달을 넘기고 있었다. 이런 박사장님에게 작은 행운이 찾아왔으니 한국에서 무역업으로 성공한 막내 동생이 미국을 방문했다가 큰형의 곤궁함을 알게 되었고 형제애를 발휘하여 몇 만 불의 자금을 지원해준 것이다. 미국생활 오래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그달그달 어렵게 생활하면서 십만불 가까운 여윳돈을 모은다는 것이 실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막내 동생이 도와준 8만불이라는 돈은 박사장님에게는 감로수와 다름없었다.
이 돈을 바탕으로 하여 한 번 일어서 보리라 결심한 박사장님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끝에 목 좋은 곳에 월남 국수집이 매물로 나오자 이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전주인은 이 가게를 십여년 넘게 운영해왔는데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급매로 내 놓았다는 것이었다. 가게를 인수한 박사장님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온 식구를 동원하여 인건비를 아껴가며 온갖 정성을 가게에 바쳤다. 메뉴도 새로 추가하고 식재료도 최상의 상품을 써가며 써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음식의 맛이 좋아지고 손님에 대한 써비스도 최고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매출이 점점 상승하였고 이제는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가게는 번창했다.
필자를 찾아 상담을 하러 오실 때면 예전과는 달리 얼굴이 싱글벙글하고 인물도 훤해지는듯했다. 이러던 어느 날 박사장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법사님! 이번기회에 가게를 한 번 확장해 보려합니다. 마침 좋은 곳에 아주 좋은 조건으로 장소가 나와서 이곳에 2호점을 오픈해볼까? 하는데 어떨까요?” 라고 한다. 그동안 고생 고생하는 박사장님이 안타까웠는데 이제야 신수가 펴서 필자도 함께 기뻐하던 참이었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레 박사장님의 운에 대해 주역상 쾌를 짚으니 소과(小過)의 쾌(卦)가 짚힌다. 소과 쾌는 발전을 상징한다. 하지만 바른 자세를 지켜야만 이롭다. 작은 일에는 순조롭지만 큰일은 해내지 못하리라는 쾌다. ‘날던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이 들린다. 보다 높이 올라가서는 안된다. 내려오면 크게 길하리라’ 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쾌는 우레를 상징하는 뇌쾌(雷卦)와 산을 상징하는 간쾌(艮卦)로 구성되어 있어 뇌산소과쾌(雷山小過卦)라고도 한다. 이 쾌가 소과라고 명명된 것은 두 개의 양(陽)과 4개의 음(陰)으로 쾌가 구성되어 있어 음의 기운이 지나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쾌에서는 지나친 의욕을 버리고 확대와 전진을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가지고 있다. 한편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자질구레한 일이나마 성의껏 처리하면 무리 없이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내일을 위한 발돋음이 되리라는 쾌상인 것이다. 천천히 다시 한 번 이 쾌를 음미해본 뒤 필자 왈 “욕심내지 마세요. 박사장님! 그냥 지금하던 대로 유지해 나가세요. 절대 함부로 일을 키워서는 안됩니다.” 라고 하니 박사장님 불만에 찬 표정으로 “언제까지 이까짓 코딱지(?)만 한 가게에 처박혀(?) 있으라는 말씀입니까? 이제 어느 정도 가게운영에 자신도 생겼고 돈도 모인 것이 있으니 2호점, 3호점 계속 열어서 체인화 시키고 체인사업 쪽 으로 방향을 틀어볼까 해서 격려의 말씀을 들어볼까 해서 왔는데 안 오니만 못하게 되었네요!” 라고 하시며 성질을 낸다.
대개가 이렇다.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들으면 ‘법사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면 이런 식으로 필자를 원망한다. 필자야 그저 쾌(卦)가 짚이는 대로 이야기해 드릴 뿐인데도 이런 식이다. 아무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상담실을 나서는 박사장님이 심히 걱정되었었다. 바쁜 일과 속에서 이 일을 잊고 지내던 중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 박사장님이 필자를 찾았다. 꺼칠한 얼굴에 수염까지 지저분하게 자랐고 안색은 거칠고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법사님! 어쩌면 좋습니까? 제가 전에 법사님 말 안 듣고 고집부리며 가게를 확장한 것이 큰 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2호점 내고난 뒤 어쩌면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2호점을 오픈하고 나서는 장사도 그럭저럭 되는 것 같아서 법사님 말 안 듣고 확장하기를 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괜히 구도원법사 말 들었다가 기회를 놓칠 뻔 했구나! 라고 하며 법사님을 원망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출이 뚝 떨어지고 종업원들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가게에서 일하던 멕시칸애 하나가 일하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하면서 소송을 걸었어요! 일도 나오지 않으면서 급여는 계속 타가구요! 여기 미국법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나서 바로 종업원 몇 놈이 작당을 해서 노동청에다가 저를 고발했습니다. 오버타임도 제대로 안주고 식사시간도 빼주지 않았다고 하면서요! 식당이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손님이 없어 한가할 때 밥먹는 거지 손님들 때문에 바쁜데 손님 내버려두고 밥을 먹을 순 없지 않습니까? 아무튼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가며 소송을 해대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장사라도 제대로 되면 다행인데 장사는 안 되고 나쁜 일은 계속 생기고... 얼마 전에는 위생검사에 걸려서 영업정지까지 먹었어요. 그래도 본점이 영업이 제대로 되서 본점에서 번 돈 2호점에 처박는 식이였는데 이제 본점마저 매출이 뚝 떨어져 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법사님?” 그저 한숨만 나왔다. 어찌되었든 수습이 필요한 상황이다. “2호점은 어떡해서든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고 본점 영업에만 치중하세요!” 라고 충고를 해드렸건만 여러 가지 여건상 회복하기는 어려울듯하여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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