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 晋 卦 -(진쾌)
황사장님은 건축업자이시다. 한때는 크게 성공하여 LA 사는 교포시면 다 알만한 큰 건물 공사도 여러 건 해냈다. 여기서 번 돈으로 타운 곳곳에 APT, 상가등도 여러 채 소유하게 됐다. 하지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달도 차면 기 운다’ 는 말처럼 십여년 전부터 운세 불길하여 시나브로 쇠락해 왔고 이제는 황사장님 자신의 말처럼 ‘불알 두 쪽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십여 년 전 불운이 해마다 거듭 되었을 때 필자와 인연이 닿았다. 그때 매해마다 황사장님께 건 낸 충고가 “한동안 운세가 계속 불길할 것이니 절대로 옛 재산을 복구 하겠다는 생각은 절대 마시고 지금 남은재산 이나마 감사히 여기고 지켜 나가겠다는 자세를 견지 하십시요!” 였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당시만 해도 황사장님은 부자였다. 비록 작지만 가게 4곳에서 세가 나오는 건물이 있고 페이오프(Pay off)된 작지 않은 집도 한 채 있었다. 그러니 필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황사장님은 쇠락했다 하나 아직도 큰 부자였다. 허나 황사장님은 달랐다. “그 많던 상가와 APT 여러 채 다 날리고 이제 꼴 같지도 않은(?)상가라고 할 수도 없는 상가 한 채와 사는 집하나 달랑 남았는데 이까짓 것 지켜서 뭐한단 말입니까?” 라고하며 탄식을 하시곤 했다. 그래도 여러 번 필자와 상담을 하면서 필자의 충고를 듣지 않아 그 많던 재산을 날려 온 터라 이제는 필자의 충고를 듣는 편이였다.
매해 “아직은 자중하실 때입니다! 일 벌리지 말고 때를 기다리세요!” 라고 하자 어느 날인가는 왈칵 짜증을 내셨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입니까? 이제 내 나이 환 갑,진갑 다 지났는데 늙어 꼬부라져서 기회가 온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짜증이 날 만도 했다. 매번 물을 때마다 자중하라는 똑같은 소리니 울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필자가 쾌(卦)를 짚을 때 마다 이런 쾌가 나오니 필자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일이 있고난 뒤 다음해 초 황사장님이 필자를 찾았고 이때 쾌를 짚으니 드디어 吉卦 (길쾌)가 잡혔다. 진(晋)쾌가 짚혔기 때문이다. 진쾌는 나아간다는 뜻이다. 태양이 지상에서 돗아 중천으로 이행, 성대하고 광명한 지위에 정착하는 쾌상이다. 밝은 태양이 지상에 돋아 오르는 상태 이것이 진쾌의 쾌상이다.
이 쾌는 이쾌 와 곤쾌(坤卦)로 구성됐다. 이쾌는 불, 또는 태양을 상징하고 곤쾌는 대지를 상징하기 때문에 화지진쾌(火地晋卦)라고도 한다. 쾌명인 진(晋)은 나아간다는 뜻이고, 쾌상은 대지위에 돋아난 태양이 중천을 향해 전진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대성할 수 있는 길쾌(吉卦)인 것이다. 이쾌를 인생에 비유하면 청춘이요 때에 비유하면 희망찬 새 아침이다. 일을 하면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끝이 나면 공이 인정되어 주위로부터 크게 보답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희망의 약진 속에서도 장애는 언제나 따른다. 이른바 ‘호사다마’인 것이다. 그러기에 신중과 경계를 소흘히 해서는 안 된다.
길이 튀였다 하여 앞 뒤 주위 살피지 않고 무조건 치 달아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튼 이쾌상은 ‘태양이 솟아올라 중천에 이르겠으니 이제 어둠이 물러가고 밝은 날이 온다.’ 로 해석 될 수 있다. 필자 왈 “황사장님 오랫동안 잘 참고 견뎌 오셨습니다. 이제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라고 한 뒤 진쾌(晋卦)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을 해드렸다. 설명을 들은 황사장님 표정이 점점 밝아지더니 이제는 싱글벙글 웃음을 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늘 제가 법사님을 찾아뵙게 된 것도 마침 그럴듯한 일이 있어서입니다. 예전에 저하고 큰 프로젝트를 여러 건 했었던 김사장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십여 년 전에 한국으로 역 이민을 해서 한국에서 쭉 사업을 해 왔는데 며칠 전에 LA를 방문하는 길에 저를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만났습니다. 이 친구는 한국에 가서도 계속 승승장구해서 비즈니스가 엄청 커졌는데 이곳 LA에서 큰 판을 한번 벌려보고 싶던 차에 사업파트너 적임자로 제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예전에 사업을 같이 할 때 서로 호흡이 잘 맞았고 그 친구나 저나 돈 관계가 깔끔해서 서로 큰 호감을 갖고 있었지요. 고맙게도 제 처지를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고 하면서 사업자금의 큰 부분을 자신이 투자 하겠으니 저에게는 추진비 정도만 쓰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사업 이익은 반반씩 나누자는 거예요! 아무래도 김사장은 한국에 사업이 있으니 이곳에만 신경을 쓸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하며 아주 중요하지 않은 일반적인 사업에 대한 결정은 저보고 알아서 하면서 이쪽 사업을 총괄해 달라는 의미로 동업조건을 배려해 준 것이지요! 이 제안을 받고 믿을만한 사람의 말 이여서 큰 기대가 생기더군요. 오늘 법사님 뵙기로 예약을 해놓고 어제 밤에 한 숨도 못 잤습니다. 아주 좋은 기회 같은데 법사님이 무슨 말씀을 할까? 만약 또 하지 말 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말을 들을 수도 없을 것 같고 말을 안 듣자니 찜찜할 것이고... 이런 저런 생각에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라고 한다. 황사장님 눈을 보니 본인말 대로 밤을 꼬박 새운 듯 눈이 충혈 되어 토끼눈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사장님은 이후 큰 프로젝트를 벌려 보기 좋게 성공했고 재기 하셨다. 최근에는 LA에 재건축 바람이 불어 황사장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지셨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는 잊지 않고 필자를 찾아와 이런 저런 것을 묻고 가시곤 한다. 얼굴빛도 매우 밝아지셨고 몸 천체에 에너지가 느껴진다. “아휴~ ! 요즘 같아서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합니다. 예전에 할 일이 없어 몸을 베베 꼴 때가 그리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힘들고 피곤하긴 해도 마음이 편하니 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몸만 편했지 마음은 지옥 이였으니 그게 쉰다고 할 수도 없지요. 껄~ 껄~ 껄~ !!!”호탕하게 웃으시는 황사장님을 보면서 필자도 흐믓 한 미소를 지어본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