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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함정에 빠진 사채업자

2023.02.13

 





                         함정에 빠진 사채업자 


 필자의 고객인 김선생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고리대금업자이다. 필자가 예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미국이라는 세계 제일의 선진국인 이곳에도 사채업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도 있지만 아무튼 필자의 고객 중에도 사채업을 하는 이가 몇 명 있다. 김선생은 사채업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약간 조폭냄새가 풍기는 인상과 큰 덩치를 지닌 사내였다. 한국에서 유도로 유명한 용인大를 졸업한 뒤 모 고등학교 체육코치로 근무하며 겸하여 조폭세계에도 조금 관련이 있는 일에 연관되었던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미국에 와서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학교 선배와 우연히 연결되어 사채업에 종사하게 되었다한다.


 김선생의 주요고객은 룸싸롱에서 일하고 있는 호스티스나 마사지팔러에서 매춘을 하는 젊은 한국여성들이였다. 급전이 필요한 아가씨가 있으면 마담이나 주인의 동의(코싸인-이 경우 일반적인 코싸인과는 달리 정식서류에 싸인하지는 않지만 구두로 만약 아가씨가 돈을 못 갚으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 한마디)를 얻어 돈을 꿔주었고 금액이 클 경우 여권을 담보로 받아 놓기도 했다. 이자는 어마어마한 고리였는데 가끔 떼이는 돈이 많아 이정도 큰 이자를 받지 않으면 타산(?)이 안 맞는다했다. 


김선생의 고객 중 LA의 한 룸싸롱에서 새끼마담으로 일하는 오여인이 있었다. 처음 김선생에게 돈이 급하다며 5천불을 꾸어가는 것으로 거래가 시작됐는데 여기저기 가게를 옮기면서도 거래가 꾸준히 이어졌다한다. 원금을 조금 갚다가 다시 더 얻어 또 일부를 갚고 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어지다보니 금액이 3만불에 이르게 됐다. 오여인의 씀씀이와 수입을 아는 김선생은 이런 식으로 코가 물려 거래를 계속하다보다 원금을 떼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오여인에게 원금을 갚을 것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마다 오여인은 곧 든든한 스폰서(여자에게 돈 뜯기는 호구손님)를 물게 될 것 같으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 차일피일 시간만 끌었다. 


오여인을 끈질기게 채근하여 지치게 한 뒤 김선생은 넌지시 말을 건냈다. “니가 돈 나올 구멍이 없다니께, 나가 니 배를 쨀 수도 음고 나가 니 일할 곳을 찾아 볼팅께 거그서 선불 땡겨 부려서 돈을 갚아라 잉?” 정선생의 제안에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는 오여인은 질질 짜면서 이에 동의를 했다. 술집에 나가는 여성들도 비록 술집에서는 나가지만 전문 창녀처럼 매일 맘에도 없는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업소로 전락(?)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기 때문에 울먹였던 거였다. 돈 받을 욕심에 김선생은 이곳저곳을 수배하여 알아 본 뒤 산호세에 있는 마사지팔러 업소사장과 이야기가 되어 오여인을 태우고 LA에서 산호세까지 가서 오여인을 업소사장에게 인계(?)하고 그 자리에서 오여인이 마사지팔러 업소사장에게 받는 선불금에서 꿔주었던 원금과 이자 그리고 배달비 (LA-산호세 왕복 기름값 및 자신이 책정한 수고비)까지 알뜰하게 뜯어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LA로 돌아 왔다. 


그런데 며칠이 안 되어 마사지 업소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오여인이 마사지업소의 숙소를 탈출(?)하여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김선생에게 오여인을 찾아내던지 오여인에게 지급한 선불금을 대신 갚으라는 거였다. 김선생도 건달끼가 강한 사내지만 마사지업소 사장은 김선생 선배의 친구에다가 보통내기가 아니여서 무시할 수 없었다. 업소사장의 아우성에 시달리며 달아난 오여인을 여기저기 눈이 뻘게서 찾았지만 오리무중 이였다. 


이러던 어느 날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게된다. 자신이 오여인의 애인인데 자신과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다 오여인이 도망을 갔는데 오여인이 숨어있는 장소를 아니까 자신과 힘을 합쳐 오여인을 같이 잡자는 제안 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약속 장소를 찾아갔다. 약속장소에서 30분 넘게 기다려도 상대가 나오지 않자 전화를 하니 차가 고장이 나서 수리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을 했다한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새벽부터 서둘러 온 먼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갈 수도 없어 김선생은 꾹 참고 계속 기다렸다. 1시간 30분이 넘게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다시 전화를 거니 이제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더 기다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호텔로비를 나서는데 낮선 외국 사람이 당신 이름이 00냐면 김선생 이름을 댔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 언제 다가섰는지 모를 두 명의 건장한 백인 남자들이 김선생을 덥쳐 꼼짝 못하게 엎드리게 한 뒤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웠다. 납치‧강도‧인신매매 죄로 자신을 체포 한다는 소리에 기겁을 했다. 오여인의 애인이라는 사람과 오여인이 서로 짜고 마사지업소 주인과 김선생을 교도소로 보내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이런 음모를 꾸민 것 이였다. 


김선생이 이 혐의를 벗기에는 불리한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김여인을 자신이 직접 차에 태우고 마사지업소까지 끌고 간 사실과 그 장소에서 즉시 원금과 이자를 거의 강제로 회수하였고 그동안 매춘녀 들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해왔다는 정황 증거가 매우 불리했기 때문 이였다. 납치 혐의는 어떻하든 벗어날 수 있다 해도 매춘 조장혐의와 감금‧인신매매 혐의를 벗어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고 매춘업소 사장과 공모를 했다는 점도 벗어나기 어려웠다. 배심원 판결로 가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소 7년 이상 심하면 십 수 년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눈앞이 깜깜해 지는 상황 이였다. 순간의 돈 욕심이 이런 큰 화를 당하게 된 것 이였다. 


결국 김선생님은 검사와 형량 협상(plea bargain)을 해서 일 년 징역형에 형기 만료와 동시에 한국으로 추방한다는 조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벌어지고 보석으로 나와 검찰에 불려 다닐 때 김선생이 필자를 찾았고 자신의 운을 물어 왔을 때 필자가 뽑은 쾌(卦)는 ‘풍지진’의 쾌였다. ‘복어교하 음사수지’라! ‘고기가 물을 잃어버리다. 만사가 불성이다. 근심이 태산 같고 함정에 빠진다.’는 쾌였다. 마땅한 대책이 없는 흉쾌였던 것이 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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