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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작대기 풍수꾼 -사기풍수-

2023.02.18





               작대기 풍수꾼  -사기풍수-  


 양씨 성을 지닌 작대기 풍수(돌팔이 얼풍수꾼을 지칭) 양점수는 갑자지 강남일대에 이름이 나기 시작한 사람 이였다. 강남 개발이후 여기저기 졸부들이 나타나고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소리가 돌 정도로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부동산업소와 더불어 유흥서비스업이 강남일대에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시절 이였다. 양풍수는 원래 서울사람이 아니였다.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출신지가 불분명한 그는 본래 시골에서 침이나 놔주는 무허가 침술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강남일대에서 명풍수로 소문이 나서 찾는 이가 많아졌다. 


양풍수는 침술로 밥을 먹기 어렵자 서울에 올라와 떠돌다가 우연히 복덕방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중개보조원이 된 것이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가며 전화 받고 사무실 청소, 손님 현장안내 등 이런저런 잡일을 하며 겨우 호구하던 사람 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땅 투기를 위해 복덕방에 들렸던 한 복부인이 갑자기 숨을 못 쉬고 쓰러지자 양점수는 얼떨결에 평소 지니고 있던 침으로 여기저기다 침을 놓았고 '뒷걸음치던 소가 쥐를 밟는다.'는 격으로 복부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자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허명을 얻게 되었다.


이런저런 사람 소개로 환자가 있는 집에 불려 다니며 무허가 침술을 해주었는데 사례금을 잘 받지 않았다. 형편에 따라서 최소한의 비용만 받았고 처지가 너무 딱하면 공짜로도 해 주었다. 가끔 부적도 무료로 써주자 사람들의 신망을 얻게 되었고 양도사라는 별칭으로 불려 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양점수의 다른 목적이 있었다. 언젠가 복덕방에 들른 복부인들이 산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서였다. 돼지같이 살찐 한 복부인이 다른 복부인에게 "김여사! 혹시 그 예기 들었어? 강여사 아들이 옛날부터 말썽이란 말썽은 다 부리는 개망나니잖아? 그런데 그게 다 조상 묘를 잘 못써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고 이장을 했더니 그때부터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개망나니였던 아들이 정신을 차리고 새사람이 됐대! 정말 희안한 일이지? 나두 요즘 애새끼들이 너무 속을 썩이는데 나도 이장이나 해볼까?"라는 소리를 듣고서다. 


터를 잡아주거나 이장을 주선하면 큰 목돈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목돈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허가 의료행위를 미끼로 던진 것이다. '돈에는 초월한 듯한 도사님이 설마 사람을 속이기야 하겠나?'하는 믿음을 주기 위한 사전 포석 이였다. 사기질을 위해 양점수는 여기저기 다니며 시골구석의 쓸모없는 짜투리 땅들을 사 모았다. 그리고 무허가 의료행위를 하며 돈푼께나 있는 집이나 오랫동안 고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여지없이 조상 묘 자리 탓을 했다. 이렇게 미끼를 던지면 여지없이 선영 묘 자리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일단 묘 자리를 보게 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장을 하게 만들었다.


속담에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듯이 집안일이 잘 풀려나갈 때는 제가 잘나서 그런 줄 알고 기고만장 하지만 집안일이 꼬이고 우환이 끊이지 않게 되면 '혹시 조상 묘 자리가 잘못되어서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양점수는 그 점을 파고들었던 거였다. 묘 자리를 그대로 두면 자식들이 잘 못된다거나 쫄딱 망하고 큰 변을 당한다고 공갈을 쳐서 이장을 하게 만들었다. "도사님 어디 좋은 자리라도 봐두신 데가 있습니까?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해드릴 테니 발복 할 수 있는 터를 소개해 주십시요!"라고 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자리가 남아 있겠습니까?"라고 눙치며 시간을 끌다, 거듭 요청이 오면 마지 못 한듯 "한 자리가 있기는 한데... 그게 워낙 좋은 자리라서 서로 달라고 하니 자리는 하나밖에 없는데 이런저런 인연을 내세워 달라고 하니 참 곤란한 지경입니다!"라고 뻥을 친다. 


요지는 많은 돈을 내놓아야 가능하다는 소리다. 이런 수법으로 험지에 사논 쓸모없는 짜투리 땅을 자기가 산 금액의 수백배, 수천배의 요금을 받고 팔아 넘겼다. 명의는 물론 제 3자의 이름을 빌려 등기해 놓았으니 의심받을 소지도 없었다. 예전 일제 시대에도 이런 가짜 얼풍수 작대기 풍수들이 많아 그 폐혜가 심했는데 어떤 집은 조상 묘 자리 옮기느라 살림을 고스란히 말아 먹었고 어떤 집은 이장문제로 형제들이 다퉈서 등을 지기도 했다. 형제 중 집안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자식들도 모두 성공해서 승승장구하는데 하는 일마다 꼬이고 잘 안 풀리는 형제가 나서서 이장을 하겠다고 나서니 서로 드잡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형제간에 재판질도 다반사 였다. 이런 난리를 겪으며 이장을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발복은 커녕 오히려 나쁜 일만 터지자 신경이 곤두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없던 병까지 생긴 이도 많았다. 이러자 '죽은 조상이 산 자손 잡는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풍수가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왜놈들 말이 맞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양점수는 작대기 풍수질로 수만금을 벌었다. 그는 이게 얼마나 크고 무서운 죄인지를 몰랐다. 나쁜 자리에 묘를 쓰면 큰 화는 후손에게만 미치는 게 아니였다. 엉터리로 묘 자리를 잡아준 풍수에게도 큰 화가 미친다는 것을!


큰 부자가 되었건만 양점수 집은 개판이 됐다. 마누라는 호스트바에서 아들뻘 되는 젊은 애들을 끼고 놀며 자빠졌고 딸년은 이놈저놈과 붙어살다 피부색 검은 손자까지 안겼다. 아들놈은 고급 외제차타고 기집 애들과 놀러 다니다 사고로 비명횡사했다. 양점수는 갑자기 눈이 멀어 이 꼴을 눈뜨고 보지도 못했다. 재산은 다 흩어지고 양점수는 혼자되어 맹인안마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다 업보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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