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에 패가망신 하는 팔자
기축년 3월 어느날 한 중년의 남성분이 필자를 방문 하였다. 후줄그레한 차림새에 이목구비도 정갈치 못하고 어딘지 궁박해 보이는 인상의 사내였다. 자신의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고 하여 생년월일시를 물은즉 기해년 계유월 계축일 무오시로 나오고 운의 흐름은 역행하여 임신 신미 경오 기사 무진 정묘로 흐른다. 계수일주가 금성이 강한 酉(닭)월에 태어나 득령하였고 수의 세력이 강한 신강사주이다. 사주가 물바다 사주라 할만큼 수국이 강하다. 무토가 용신이며 오화가 희신의 역활을 하는데 아쉽게도 목이 없어 무토가 무력해 지니 용신이 무력하다. 용신이 무력해지니 이 사주팔자는 한마디로 별볼일 없는 약한 운세를 지닌 팔자가 되었다.
부친과 재물 처를 의미하는 오화가 무력해져 범람하는 물 기운에 꺼져 버리는 형국이니 부친과의 연분이 적고 부친이 이분 어려서 비명횡사 하였음을 알수있고 재물이 일생을 통해 궁핍하며 여자도 얻지 못하는 평생 홀아비 팔자이다. 자녀와 직업을 뜻하는 토가 물에 휩쓸려 떠나가는 모습이니 무자식 팔자에 직업도 변변치 못하여 수없이 많은 직업을 전전하게 되며 일의 매듭이 없어 항시 성과가 없다. 형제를 뜻하는 물이 태과하니 기신이라 형제들의 도움은 커녕 형제가 없느니만 못한 형세라 노상 으르렁 거리며 우애 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없을 성싶다. 물이 홍수를 이루었으니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 술로 인해 항시 파재(수극화)하는 모습이다. 홍수가 나서 자기자신이 떠내려갈듯 위태한 사주에 물을 또 가까이 하니 사단이 날수밖에 없는 팔자이다. 용신이 이렇듯 무력하니 용신,희신운을 만나도 그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참으로 답답한 사주팔자를 지녔다.
필자는난감하였다. 그래도 어디 한군데라도 좋은 운이 있어야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 갈텐데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자니 악담만 퍼붓는꼴이 되게 생겼으니 참으로 난처하였다. 그래서 우선 술이야기 부터 꺼냈다.
필자가 "약주를 참으로 좋아 하시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술로 인해 실수가 많고 재물이 많이 새어나가게 생겼습니다." 라고하니 이 양반 싱긋 웃더니 "사주에 술 좋아하는 것도 나옵니까? 거참 신기하네! 말도 마십시요. 음주운전에 몇번 걸려서 깨진돈이 한두푼이 아닙니다. 내가 시민권자가 아니였으면 벌써 추방당해도 몇번을 당했을 겁니다." 라고한다. 필자는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린 기회를 틈타 일사천리로 설명해 나갔다. "이사주를 보니 아버지께서는 선생님 어렸을때 일찍 사고사 하신 것으로 보이고 50이 넘은 지금 까지도 미혼이신 것으로 나옵니다. 결혼을 안했으니 물론 자식도 없을 것이며 직업도 수없이 바뀌였고 재물운도 따라주지 않으니 지금까지 매우 궁핍하게 살아 오셨을 겁니다. 그나저나 작년가을 무렵에 한여성분을 만나셨을텐데 애가 딸린 이혼녀로 보이는 군요!" 라고 하니 이양반 충격을 받은듯 멍하게 필자를 쳐다보다가, "아니, 이것참, 허무하고 머리가 쭈빗 하네요 지금까지 살아온 내인생이 다 그렇게 흘러가도록 정해져 있었단 말입니까? 아버지가 저 어려서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신 것도 그렇고 제가 술좋아하고 여태껏 이모양 이꼴로 장가도 못든것도 다 정해져 있었다는 말이네요? 아니그건 그렇다 치고 작년에 애 딸린 이혼녀하고 사귀기 시작 했다는것 까지 나오니 참 기가 찹니다.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여자하고 제가 어떻게 될런지도 보아 주시겠습니까?" 라며 그여자분의 생년월 일시를 내놓는데 불행히도 궁합이 좋지 못했고 이분의 음주문제가 원인이 되어 다툼 끝에 헤어지는 운으로 나왔다.
필자가 조심스레 "선생의 음주 문제로 자주 다투게 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어떠습니까?" 라고 물으니 처음에 만나 데이트 할때는 같이 술집에서 한잔씩하며 이야기도 나누곤 하다 깊은 사이가 되었는데 이분이 술을먹고 자꾸 실수를 하자 점차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얼마전 대판 싸우고 지금은 냉전중 이라고 한다. 필자도 예전에 술 때문에 실수도 해보았기에 이분의 심정이 백번 이해는 갔지만 이분의 사주구성의 흐름으로 보아 가뜩이나 좋지못한 사주구성을 술 이라는 문제가 더욱 악화시켜 패가망신하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으로 보여 안타까운 마음에 충고를 하였다.
"술이 생활의 윤활유가 되어 인생을 풍족하고 마음의 여유를 줄때는 약주이지만 그술로 인생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독주일 것입니다. 저 또한 음주문제 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기에 선생님을 충분히 이해 하지만 선생님의 사주팔자로 보아 술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것으로 나오니 자중 하셔야 합니다. 제말을 꼭 명심하십시요. 특히 올해 연말 무렵이 극히 위험하니 올 연말 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나마 술을 끊어 보십시요" 라고 간곡히 충고 하였으나 이충고가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안타까웠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술로인해 패가망신 하거나 건강을 해쳐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는 술을 적당히 즐기고 이용하여 사람들과의 교류를 넓히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러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중요한 사업상 목적을 달성하는 이도 있다. 술은 인간에게 있어 불과 같은 존재라 본다. 즉 적당히 잘 다루면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사람에게 유익성을 주지만 잘 못다룰 경우 화재가 발생 하듯이 사람을 집어 삼킬수도 있는 야누스의 얼굴같은 존재라 볼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잘 알면서도, 노상 마누라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술에서 자유롭지 못한 필자의 자신이 스스로 한심해 보이지만 평생 어떤 오락이나 친구도 없이 일과 책 그리고 술을 절친으로 살아 왔기에 이 나이가 되어서도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에휴 ~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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