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감정 후 늦복 터진 노인 이야기
오래전 의 일이다. 80이 넘으신 한 노인 분이 필자와 면담하신 일이 있다. 간혹 연세 많이 드신 노인 분들이 필자를 찾는 예는 드물지 않지만 이 노인 분의 경우 80중반의 연세에도 무척 정정하셨고 필자에게 운명 감정을 받으신 후 필자에게 털어 놓으신 사연이 특이하여 여기에 소개 코 저 한다.
이분이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된 것은 이분의 결혼과 얽힌 사연이 있었다. 이 분은 김씨 성을가진 분으로 지체높은 양반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 나셨으나 돌림병으로 부모형제 모두 사망하자 천애 고아가 되어 친척집을 전전하며 자라게 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신부감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노총각 신세가 되었다. 홀홀 단신 외톨이에 배움까지 없는 노총각에게 귀한 딸을 내줄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런저런 비감에 느는 것은 술타령이요, 신세한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분이 살던 경주 지방에 서울에서 이름이 드높은 유명한 운명 감정가가 왔다는 소문을 듣고 그 당시 적지 않은 요금을 내고 운명감정을 받게 된다. 운명감정을 받아보고 계속 이모양 이꼴로 살 것 같으면 꽉 죽어 버리리라는 내심의 결정을 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마주 앉게 되었다 한다. 이 운명 감정가는 그 당시 이름이 높던 창암 김 성직 선생이었다. 창암 선생은 가만히 이분의 사주팔자를 들여다 보더니 한참 만에 "너 이놈! 조실부모하고 홀홀 단신 노총각 신세라서 나를 만나 본 뒤 인생이 별볼일 없으면 뒈질려고 나를 만나러 온거지?" 라고 단도직입 적으로 묻더란다. 일순 당황해서 쩔쩔매며 얼굴이 뻘개진 이분을 무서운 눈으로 한참을 노려보던 창암 선생은 빙그레 미소로 표정을 바꾸더니 대뜸 '김해 지방을 지날 때 바위 위에 놓인 치마를 깔고 앉으면 네놈한테 큰복이 있을께야!' 라는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리를 한 뒤 그만 가보라고 한 뒤 입을 꽉 다무는 것이 아닌가! 적 지않은 돈을 낸 뒤 뜻도 모를 소리 한마디 듣고 물러나오려니 사기 당한 기분이어서 몹시 기분이 씁씁했다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어느 대지주의 심부름으로 김해지방에 전답소작미 조사를 가게 되었다. 그때 문득 창암 선생이 해준말이 생각이 났다. 김해 지방을 그 동안 한번도 올 일이 없었는데 이 지방에 일을 보러오게 되자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이었다. 과연 무슨일이 있을까? 하는 의심반, 기대반으로 그 지역을 지나는데 날씨가 너무 무더워 목이타고 땀을 뻘뻘 흘리게 되니 물 생각이 간절하였다. 마침 작은 시냇가가 보이는데 너무 목이 타서 뛰어들듯이 냇가로 다가가다 발 밑에 무엇인가를 밟고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게 만든 것은 여자의 치마였고 그 위에 나동그라진 것이다. 잠시 뒤 한 처녀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제가 애써 빨아서 더러움 타지 말라고 바위 위에서 말리는 중이었는데 이를 어쩌면 좋아!' 하면서 울상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무척이나 아끼는 치마가 웬 낯선 총각 발 밑에 구겨진 채 더렵혀져 있으니 무척 당황했던 모양이다. 처녀를 보니 시골에서 보기 드문 미인이었고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있어 보였다. 얼굴이 상기 된 채 엉망이 된 치마를 들고 저물가 위에서 빨래하는 여인들 틈에 끼어드는 처녀를 먼발치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사는 집이라도 알아둘 요량으로 먼발치에서 숨어서 보다가 빨래하던 여인들이 하나 둘 돌아가자 처녀를 뒤쫓아갔다. 처녀가 어느 큰 대문 집 안으로 사라지자 이렇게 물러서자니 아쉬움이 남는지라 마음을 굳게 먹고 그 집을 방문하여 자기는 경주에서 온 아무개인데 해가 저물어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이 댁에서 하룻밤 묵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주인은 물정을 아는 듯 쾌히 승락하였고 저녁상을 물린 뒤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세월 자신이 고아가 된 사연 등을 말하던 중 뜻밖에도 이 집 바깥 주인이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와 절친했던 벗이었음이 우연히 밝혀지게 된다. 친구의 몰락에 몹시 가슴 아파하던 이분이 하나 남았다는 친구의 혈육을 찾아 보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발걸음 할 때마다 다른 집으로 이 아이가 보내져서 결국 만나지 못하였다 한다. 이 양반은 외동 딸 하나 키우며 살아가는 처지라 인물좋고 집안 내력을 잘 알고 있는 옛 친구의 자식을 사위로 삼고 싶어했다. 그 뒤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고 얼마 있지 않아 주인이 사망함에 가업의 일체가 김씨 노인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집은 이곳에서도 가장 부유한 집이었으므로 창암 선생의 예언은 제대로 적중한 것이었다. 이래서 사람팔자 시간 문제라고 하였나 보다. 참으로 진기한 경험을 한 노인분과의 면담이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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