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 주위상책
필자가 윤군의 어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부터 꽤 오래전인 20년 전쯤의 일이다. 이런 저런 상담 끝에 윤군의 사주팔자를 상담하게 되었는데 당시 윤군의 나이 16세 때였고, 사주기둥을 세워보니 기사년 정축월 신사일 기축시로 나왔다. 신금일주가 축월 축시에 출생하여 신강사주이고 사주구성상 목과 수가 전무한 사주이며 화토가 성한 사주가 되었다. 사주에 청기가 강하고 탁한 기운이 약하니 심성이 맑고 의리를 중시하는 절개가 있는 사주이나 너무 감성적이고 충동적이어서 자칫하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는 '모 아니면 도'식의 양극성을 띄는 팔자이다. 즉, 이루어지면 크게 이루어지는 명이나 운로 행간에 숨어있는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할 경우 대패할 수도 있는 명인 것이다.
처음 윤군의 사주를 감정할 당시 필자가 윤군의 어머니에게 해준 충고는 "이 아이는 의식과 재물은 풍족하나 아버지와의 합이 약하고 특히 17세 무렵 하반기부터 탁한 기운이 많이 들어와 18세 때는 큰 화가 있을 수 있으니 이 때는 군사학교라던가 또는 한국으로 보내서 자신의 터를 떠나 나쁜 시기를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 이유는 앞으로 닥칠 그 시기에 나쁜 기운을 지닌 친구들과 어울리다 자칫 잘못하면 감옥에까지 갈 수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였다.
필자가 이 말을 해줄 당시 윤군의 어머니는 ‘사춘기 때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듯 싶다. 그 후 오랜만에 윤군의 어머니가 필자를 찾았다. 몇 번 상담을 하고 가셨지만 근 2년 만에 오시는 터라 수 많은 사람을 상담하는 필자는 처음엔 잘 알아보지 못했다.
"선생님, 예전과 모습이 많이 달라지셨네요? 예전에 저와 제 아들 사주를 몇 번 상담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우리 아들 문제로 상의를 하러 왔습니다." 라고 말을 꺼내신다. 필자는 기억이 가뭇가뭇하여 "혹시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물은 즉 OOO라고 이야기를 하자 그제사 기억이 되살아났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런데 여사님이야 말로 모습이 많이 바뀌신 것 같네요. 머리 스타일이 달라지셔서 그런가요?" 하며 윤군 어머니 모습을 살펴보니 예전의 그 아름답고 화사한 분위기는 어디 가고 많이 지쳐 보이고 얼굴에 생기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유일하게 변치 않은 것은 상냥한 목소리뿐이었다. 외모도 미인이었지만 목소리가 꼭 성우 고은정씨와 똑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여서 특히 기억에 남았다. 윤군이 마침 삼재가 드는 해인지라 윤군의 운을 자세히 살펴보니 다행스럽게도 삼재가 심하게 작동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19세 상반기 운 중에 중순 전까지는 18세 때의 나쁜 기운이 남아 있어 특히 조심해야하는 시기였다.
윤군 어머니가 대뜸 "전에 선생님께서 이 애를 어디로 좀 보내라고 하셨잖아요. 기억나세요?" 라고 묻는다. 그때의 일이 기억 날리는 없지만 윤군 운을 찬찬히 살펴보니 17세 하반기 탁한 운이 시작되며 18세 때가 가장 흉하고 19세가 되는 해(이 상담이 이루어진 그 해) 상반기까지가 운이 흉해 보여 "아마도 아드님의 운세가 작년에 극히 나빠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아드님은 잘 지내고 있나요?" 라고 물으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그 애가 어디 좀 들어가 있어요..." 라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한다. 착잡한 표정으로 말없이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친구하고 마약을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게 걸렸습니다. 제 아들은 마약을 하지 않은 채 지니고만 있었고 친구는 마약을 복용한 상태였는데, 경찰에서는 마약은 하지도 않고 지니고만 있었던 제 아들을 마약 딜러라고 중죄인 취급하고, 친구는 단순 마약복용으로 가볍게 처벌 받았어요. 마약을 하지 않은게 더 큰 죄가 된 거죠. 일이 꼬여도 너무 꼬이는 것 같았어요." 라고 말씀하신다.
또 마약 문제였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자식자랑에 신이 나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분도 만나게 되고 이렇듯 자식의 약물문제로 고민하는 분들도 만나게 되는데 자식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상담 중 제일 심각한 것이 바로 이 마약문제이다.
자식 하나 잘 되라고 머나먼 이국 타향에 와서 뼈가 빠지도록 노력하는 와중에 이런 문제에 봉착하게 되면 부모들은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곳에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는가? 자식 망치려고 이곳까지 와서 그 험한 고생을 해왔나? 생업에 열중하다 자식에게 소홀하여 자식을 망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여러 가지 상념이 이분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가 상담 중 이렇듯 운이 나쁜 시기를 맞는 아이의 부모님들에게 해드리는 충고 중 하나가 아이의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다. 또래 집단의 영향에 의해 행동의 지배를 받는 것이 청소년기의 강한 특성이므로 운이 나쁜 경우 최선의 방책은 "삼십육계 주위상책" 이다. 나쁜 환경으로부터 자식을 삼십육계 시키는 것이 소극적이긴 하나 가장 확실한 악운 예방법인 것이다.
지금 가만히 따져보니 윤군의 나이도 벌써 삼십대 중반이 넘었을 적지 않은 나이 인데 그때 일이 잘 처리되어 감옥에서 무사히 빠져 나왔는지 아니면 그때 얽힌 운에 휘감겨 아직도 옥고를 치르고 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 상담 이후 어찌된 영문인지 윤군의 어머니도 더 이상 필자를 찾지 않아 그 어머니의 안부도 더불어 궁금함을 어찌할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식에 관한 문제’ 는 부모의 모든 것인데 아무쪼록 당시 윤군의 일이 잘 해결되어 무사 했었기를 기도해 본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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