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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겁쟁이 P씨!

2022.05.08

 



                   겁쟁이 P씨!


 상담을 하다보면 ‘세상에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사연들도 접하게 되는데 예전에 필자와 상담했던 P씨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P씨는 성격이 매우 내성적이며 심약한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겁이 많고 소심해서 친구들로부터 ‘계집애 같은 놈’이라는 놀림을 많이 받아왔다. 친구들이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같이 놀 때도 겁이 나서 한 번도 거꾸로 매달리는 것을 시도해 보지도 못했다. 한번 해보려고 아무리 용기를 내어 봐도 거꾸로 처박히는 것이 두려워 시도해 보려는 마음뿐 감히 용기를 내보지 못했다. 체구도 가냘파서 마른 장작 같았고 어깨도 좁디좁았다. 뼈도 가늘어 허약했고 무엇보다도 체력이 딸려 친구또래들이 동네에서 축구시합할때도 제대로 껴보지 못했다. 친구들이 시합에 끼워주지를 않은 것이다. 


어쩌다 사람 숫자가 모자랄 때 마지못해 끼워주어도 수비만 하는 이른바 빽을 보게 하거나 골키퍼를 주로 시켰다. 골키퍼를 맡아도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였다. 상대편이 거칠게 볼을 차며 달려들면 공에 맞을까봐 두려워 얼굴을 가리고 피하니 있으나 마나한 골키퍼였다. 이러다보니 늘 왕따를 당했다. 학교에 다닐 때도 늘 친구들 심부름은 P씨 몫이었다. 친구 가방 들고 등하교 하고, 학교에서는 친구들 잔심부름하고, 제대로 못하거나 꾀를 피우면 얻어맞기 일쑤였다. 친구도 없어 늘 외톨이였다. P씨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은 ‘열등종자’로 태어난게 틀림없다 여겼다. 이런 그에게 구원의 빛이 비쳤다. 중3때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온 K의 등장이었다. 


K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P를 괴롭히면 나서서 말려주고 혼을 내주었다. K는 체격도 건장하고 키도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한 뼘이나 컸다. 전학생 주제에 자신들의 종인 P를 두둔하고 나서자 몇몇 왈패기질이 있는 친구들이 K를 혼내주려 나서 보았지만 싸움실력이 뛰어나 부산에서 ‘짱’이였던 K에게 오히려 호되게 얻어터지고 말았다. P에게 든든한 빽이 생긴 것이다. P와 K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리어카 행상으로 그날그날 호구지책에 바쁜 P의 부모님과는 다르게 K는 목재상과 연탄공장을 하는 부유한 부모님이 계셨고, 머리가 나빠 맨날 바닥 성적인 P에 비해 K는 머리도 우수하여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인물도 꾀죄죄한 P에 비해 K는 부리부리한 선 굵은 쾌남아 상이였다. 이렇게 모든게 대조적인 K와 P는 중 3때부터 고3이 될 때까지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다. 


너무도 다른 조합인 이들이 이처럼 가깝게 지내는 것을 주위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고교졸업 후 K는 우수한 성적으로 고려대에 진학하였고 P는 성적도 바닥인데다가 집안환경도 어려워 가구점에 취직해서 잠시 일하다 군대영장을 받고 신검에 응했으나 약골체격 때문에 방위근무를 하게 되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가끔 연락을 주고받다가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후에 주변에서 들어보니 K는 대학졸업 후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갔다는 소식만 들었다. P는 방위를 마친 뒤 이공장 저공장 떠돈다. 양말 공장 시다도 해보고 미싱일을 배워 봉재공장에도 있어보고 하던중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한 아가씨를 만나게 되어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P씨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제주도 출신 미인이었다. 


주위에서 이야기하기로는 ‘애인에게 실연당하고 헤매일 때 P씨를 만났고 제주도 아가씨가 P씨를 동정하여 가련한 측은지심에 P씨와 가까워진것’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P씨에게는 인생에 처음있는 행운(?)이였다. 세월이 흘러 K씨와 P씨는 극적으로 이곳 LA에서 재회하게 된다. LA에 살던 동창을 통해 서로 연락이 되었고 극적인 재회가 이루어졌다. K는 이곳 LA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호텔업과 유통사업을 운영하며 큰 스파도 운영중인 LA유지였다. 반면 P는 친척 형님 따라다니며 페인트칠을 하러 다녔다. P의 부인은 꽤나 유명한 한식당의 웨이추레스로 일하는 중이였다. 만날 당시 K는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였다. K는 P의 딱한 사정을 듣고 종종 P를 불러 밥과 술도 사주며 위로하며 격려했고 이런 자리가 종종 있다보니 P씨 부인도 동석하는 일이 잦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P씨 부인이 K에게 홀딱 반해버린 거였다.


P씨가 옆에 있는데도 노골적으로 K에게 추파를 던지곤했는데 P를 남편으로 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태도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심약한 P는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으로 넘기곤 했다. 이러다보니 K도 P씨 부인의 교태에 넘어갔고 K와 P씨 부인은 불륜관계가 되었다. P씨 부인은 툭하면 K씨 집에 가서 자빠져 자고 와서는 오히려 P씨에게 큰소리를 쳤다. “지 예편네도 지키지 못하는 병신이 뭐 잘났다고 큰소리냐? 그렇게 억울하면 K에게 가서 따지고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야 하는 것 아냐? 흥! 병신새끼!” 심약한 P는 친구가 자기마누라를 건드렸는데도 K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지도 못했다. 


겨우 용기내서 한다는 말이 “그래도... 내 마누란데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앞으로는 좀 조심해줘!”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었다. 이러다보니 P씨 마누라는 K씨와 대놓고 설쳐 다니며 부부처럼 행세를 하곤 했다. 이를 주변에서 지켜본 지인들이 “아니? 병신도 저런 병신이 다 있나?” 라고하며 오히려 P씨 부인 아닌 P씨를 욕하곤 했다. P씨가 속앓이를 하며 필자에게와서 사연을 이야기했을 때 필자도 역시 속으로 “이런 병신이 있나?” 했다. K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자신의 극단적인 소심함이 만들어낸 기막힌 사연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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