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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家不和 萬事不成(가불화 만사불성)

2022.05.10




                家不和 萬事不成(가불화 만사불성) 


 오래전 이야기다. 오렌지카운티 플러튼에서 큰 음식점으로 성공하신 백사장님이 오랜만에 필자를 찾았다. 이분은 예전에 한국에 계실 때도 서울에서 갈비집을 운영하여 큰 재미를 보았던 분인데, 미국에 이민 와서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아주 고급 스럽고 넓은 대형 음식점을 처음 선보인 것이 의외의 큰 성공을 거두게 되자 자신을 얻어 이곳 LA에도 분점형태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었다. 재작년 초에 필자를 찾았을 때 사업 확장에 대해 물어 “지금은 때가 아니니 몇 년 후를 기약하셔야 합니다.” 라고 대답한바있다. 이번에도 사업 확장과 관련하여 묻기 위해 필자를 찾았던 것이다. 


“이제는 시간도 어느 정도 흘렀으니 나서도 되겠지요?” 라는 말씀에 가만히 쾌를 짚으니 몽지손(夢之損)의 쾌가 잡힌다. 이운은 ‘일인지해 급어만인(一人之害 及於萬人)’의 운세로 풀이하면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마라! 오만과 독선으로 일을 망칠 수 있다. 그로인하여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아야한다’라는 뜻이어서 아무리 뛰어난 계략이라도 그것이 들어맞지 못하고 엉뚱한 것으로 번지고 터가 불안해지는 운이니 가정에도 문제가 닥칠 수 있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운이다. 필자 왈 “아직도 때가 무르익지 않은것 같습니다. 욕심내지 마십시오. 지금도 그렇게 장사가 잘되어 무척이나 큰돈을 벌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굳이 일을 더 벌일 필요가 있습니까? 물론 큰 사업하시는 분이니 사업 확장에 대한 욕심이 있으시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것 같습니다.” 라고 간곡히 말리자 “아참! 선생님도 꼭 우리 마누라 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사업에도 다 타이밍 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저번에도 때가 아니라고 해서 2년을 참아왔는데 이제 더 이상 늦추었다가는 다른 사람이 제 아이템을 훔쳐 먼저 치고 들어오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기 십상입니다.” 라고 하시며 역정을 내신다. 자신의 희망찬 계획이 필자 때문에 망쳐지기라도 한 듯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까지 뻘게져서 손으로 책상까지 탕! 탕! 치며 아주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신다. 순간적으로 적잖이 당황 스러울 뿐이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이성을 찾은 백사장님이 황급히 사과를 하신다. “제가 잠시 흥분해서 큰소리를 내었군요. 정말 미안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 집에서 이문제로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크게 다투고 나왔는데 그 기분이 예까지 이어진 모양입니다. 아무튼 실수했습니다.” 라고 하시더니 황급히 상담실을 나서셨다. 아마도 이문제로 부인과 갈등이 있어왔고 오늘 아내분과 크게 다투기까지 하신듯해서 적잖이 걱정이 되었다. 


백사장님 사모님도 필자와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필자를 찾으실 때도 거의 대부분 부부동반으로 오셨는데 오늘은 두 분이 삐져도 아주 단단히 삐지신듯했다. 며칠 후 이번에는 백사장님 사모님이 필자를 찾았다. 아주 흥분된 상태로 말씀하시길 “선생님 아무래도 우리 양반이 뭐에 단단히 미쳤나 봐요! 가게 확장문제로 저하고 의견이 엇갈려 서로 말 다툼 몇 번 있었는데 평생 생전 안하던 쌍욕을 제게 하면서 ‘니 년 하고 구도원이 놈이 내 앞길을 막 는다’고 하며 펄펄 뛰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남편을 살살 구슬려서 왜 그렇게 흥분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사업 확장하려는 마음을 굳히고 메니저 할 사람까지 구해서 그 사람 직장까지 그만두게 했는데 이제 와서 사업을 접으면 자기 체면은 무엇이 되고 그 메니저 할 사람은 어떡하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 제가 그 메니저 할 사람이 누구냐고 했더니 우물쭈물하며 잘 이야기를 못해요!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여기저기 알아봤더니 전에 어떤 집에 메니저로 일 했던 여자 더라구요. 얼굴이 여우처럼 생긴 게 남자 꽤나 홀리게 생겼던데 전에 일하던 곳에서도 사장하고 이렇고 저런 사이라고 염문을 뿌려 문제가 많았던 여자예요! 병든 남편 집에 놔두고 여기저기 휘저으며 여러 가정 깨트려놓은 불여우 같은 년인데 어떻게 우리 양반하고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인간이 그 여우한테 홀려서 메니저로 쓰겠다고 약속을 한 모양 이예요! 벌써 년 놈이 무슨 관계가 생긴 게 분명한 것 같아요! 선생님! 어쩌면 좋아요?” 아뿔싸! 일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문제로 가정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더니 결국 일이 그리 진행되고 있는듯했다. 


여사님 흥분을 이런저런 말로 가라앉히고 “무조건 흥분만 하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여사님이 흥분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지니 차분히 이성적으로 대처하셔야 닥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제가 보기에 백사장님이 사업 확장을 하시려고 결심하신 터에 누군가로부터 그 메니저 할 분을 소개받았고 사업적으로 던 이성적으로던 그분에게 호감이 가셨으니 메니저로 쓰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시고 직장까지 그만두라 하셨을 것 같은데 우선 첫째, 해결해야 될 문제는 백사장님에게 사모님이 흥분하시지 말고 차분히 사업 확장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를 이모저모 지적하셔서 엄벙덤벙 덤비지 않도록 설득 하시는 게 우선 과제이고 둘째, 메니저로 쓸 분이 예전에 이런저런 문제를 만든 경력이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셔서 백사장님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차분히 들어보셔야 한다고 봅니다.” 라고 충고해 드렸다. 


하지만 필자의 충고에 그다지 경청하는 자세도 보이지 않고 대뜸 “내 이 년 놈들을 가만히 안두겠어요!” 라고 하며 흥분하는 폼이 ‘아무래도 뭔 일이 나지?’ 싶었다. 결론적으로 백사장님은 자신의 고집대로 LA에 아주 규모가 크게 2호점을 OPEN 하셨다. 펄쩍뛰며 반대하는 사모님의 의견도 무시한 채 그 여자 메니저도 고용했다. 하지만 필자가 예측한대로 영업은 부진했고 집에 가면 매일 부인과 박 터지게 싸웠다. 예부터 ‘家和萬事成’이라 했다. 따라서 ‘家不和 萬事不成’일 수밖에 없다. 그 후 언젠가 백사장님이 필자를 찾아와 하소연했다. “미치겠습니다! 밖에 나오면 그 큰 식당에 파리만 날리는 모습을 보면 속이 뒤집혀 미치겠고 집에만 들어가면 마누라하고 전쟁을 치러야하니 아무래도 내가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아무소리도 해드릴게 없었다. 결국 LA식당은 버티다 못해 문을 닫았고 두 분은 이혼했다. 기존의 식당은 백사장님 사모님이 위자료조로 차지했고 백사장님은 개털이 됐다. 내연의 관계를 유지했던 메니저는 당연히 개털 된 백사장님을 차버렸고 백사장님은 이런저런 재기 노력을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알래스카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목 메달아 자살했다는 소문도 있곤 했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백사장님 얼굴을 다시 볼 수 없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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