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영상 시청,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 등에 어린이들이 많이 노출되면서 이들의 눈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어린이들은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 증상을 호소하지 않거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어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시력 이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특히 약시는 6세 이전 치료하지 않으면 정상 시력을 가질 수 없다.
◇약시 68%가 10세 미만 어린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약시로 진단된 10세 미만 어린이는 2만4,000여 명으로 전체 약시 환자의 68%에 해당한다. 2011년에 10세 미만 약시 환자가 1만1,5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약시는 눈에 구조ㆍ병리학적 이상이 없는데도 정상적인 교정 시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신생아 때 시력은 0.01 정도로 안구의 시신경과 망막이 아동기에 걸쳐 발달하고 성숙해 정상적으로 발달한다면 5~6세에 교정 시력 1.0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시력 발달 시기에 여러 원인으로 적절한 시자극을 받지 못하면 발달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정상 시력으로 되지 못한다.
약시는 사시ㆍ원시ㆍ근시 등으로도 생기며, 백내장ㆍ안검하수 때문에도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약시 유발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고, 가림 치료나 약물 치료로 시력 발달을 유도한다.
한쪽 눈만 약시라면 정상 눈을 일정 기간 가리거나 약물을 넣어 약시인 눈을 사용함으로써 시력 발달을 유도한다. 드물게 발생하는 소아 백내장이나 눈꺼풀 쳐짐 등 시자극을 저해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이 있다면 수술하기도 한다.
약시는 6세가 넘으면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지고 10세가 되면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세가 넘어 치료하면 정상 시력 회복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4세 이전에 치료한다면 95%가 정상 시력을 되찾는다.
하석규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조기에 약시 치료를 시작하면 그만큼 치료 결과도 좋고, 치료 기간도 짧아진다”며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4세 이전에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했다.
◇부모가 눈 여겨 봐야 할 약시 의심 증상?
약시가 있는 아이는 어려서부터 잘 보이지 않아 시력이 나빠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또한 한쪽 눈만 약시인 아이는 좋은 눈으로만 사물을 보기에 불편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때가 많다.
특히 영아는 안과에 가도 검사 협조가 어렵고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객관적인 검사가 어려워 부모가 평소 이상 증상이 없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생후 6개월 후에도 아이가 엄마 눈을 잘 못 마주치고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거나, 멀리 볼 때 눈을 가늘게 뜨거나 찡그리고, TV 등을 볼 때 가까이 다가간다면 약시를 포함한 시력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한쪽 눈을 가리고 보거나, 고개를 기울이거나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사물을 보려고 한다면 한쪽 눈 약시를 의심할 수 있다.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비비고, 눈꺼풀이 쳐져 있다면 눈썹 찔림으로 인한 각막 손상이 시력 발달을 방해하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시력 이상이 신체 발달ㆍ학업에도 영향?
약시는 시력 저하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 발달이나 학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하석규 교수는 “한쪽 눈 약시의 경우 손과 협응 능력을 저해하는 등 신체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추후 학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부모님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진단 후에도 자녀가 꾸준히 치료받고,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