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강산이 어제 그 같은 늦은 저녁 시간에 전화를 한다. 영서에게.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세 번의 벨이 울려도 받지 않아 강산은 전화를 끊는다.
“이 시간에 전화 받을 듯이 그렇게 장담을 하더니 안 받네. 그럼 그렇지. 받을 리가 없겠지. 아주 곤한 꿈나라로 갔을거야.” 그리 생각하고 자기 방으로 가려다가 혹시 몰라 ‘다시 한번 더 전화해 보자.’ 하며 전화 다이얼을 돌린다.
부엌에서 물을 마시려고 나온 엄마는 컴컴한 거실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보고 조금 놀라는 목소리로 “ 거기 강산이니?” 한다.
전화기 수화기를 들고 있던 강산은 엉겹결에 “네. 엄마.” 대답하고 수화기를 들고 서 있다
어정쩡하게 수화기를 들고 서 있는 아들을 보면서 “ 너 어디 비밀 전화를 할 데라도 있는 거니?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이 늦은 밤에 어딜 전화하고 그래?”
강산은 엄마의 능청스런 물음에 어르스름하게 대답을 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어서 친구에게 물어보려고 하는데...”
강산의 엄마는 강산의 어떨떨해 하는 말소리를 듣고 웃으며
“괜찮아. 요즘 여자 친구 있을 나이이지. 난 괜찮으니까 맘 놓고 통화하렴. 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 하는 건 실례야.”
강산: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엄마: 알았다. 난 물 한잔 마시고 들어가마.
강산은 다시 다이얼을 살~알 ~살 천천히 돌린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지금도 안 받으면 내일 아침에 전화해야겠다. 아니면 경석이 통해서라도 연락이 오겠지.’ 한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찰칵’
동시에 전화 받는 수화기 소리가 들린다.
작은 소리로 ‘여보세요. 홍 영서 이에요.’ 하며 속삭인다.
강산은 큰 소리로 말하고 싶었지만 컴다운 하고 맞장구 치듯 작은 소리로
“나 김 강산인데요.” 한다. 영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약속대로 전화했네!”
강산: (조금 엄한 목소리로) 약속은 그쪽이 안 지키려는 것 같았는데. 내가 다시 전화안했으면 또 나에게 어떤 엄한 소리를 했으려나!
영서: 나도 잠 안자고 지금까지 전화만 기다렸다구. 늦은 시간 전화하라고 했다고 지금 이 시간에 전화하고. 참. 밤 고양이에요?
강산: 밤 고양이? 혹시나 해서 했더니만 그런 말을 듣고. 나는 약속을 철저히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이래뵈도.
영서: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요? 밤 고양이님.
강산: 자꾸 밤 고양이라고 부르지 마시지.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리고 내가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것이 아니고 그쪽에서 확답을 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요. 얌체양님.
영서: 아 참 그렇구나. 음 그러면--- 이번 주말에 우리학교에서 일단 모이기로 했어. 별로 시간이 많지 않아서. 먼저 이번주 토요일에 만나고 그때 또 모임시간이랑 장소를 정하기로 했어.
강산: 잘 됐네. 그럼 그때 봅시다~ 얌체양~.
영서: 뭐라고요? 얌체^^ 오늘 또 새로운 별명 나에게 붙이는 건가?
강산: 늦어서 이만. 전화 통화는 짧게.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영서: 내가 무슨 얌체! 니가 더 얌체같은데. 얌 ~~ 체체체!!!!
----- 모두들 다 모였다.
영서: 다들 이렇게 빠르게 모여 줘서 고마워. 나도 급하게 받은 연락이라 조마조마 했거든.
경석: 어떻게 내가 모르는 일을, 오히려 영서가 다 연락을 했네. 어떻게 된 거야?
영서: 그건--- 나도 강산에게 급하게 전화를 받았어.
찬휘: 비상 연락망이 참 잘됐네. 학교도 다 다른데 말이야. 하여튼 빠르게 다 모여서 좋다.
효식: 영서야 너 지난번 미연네 집에서 미연이가 연습하라고 한 것 많이 연습했니?
미연: 그래. 내가 그때 그 노래 연습하라고 한 것이 잘한 거야.
영서: 누가 그 노래 한 대니?
강산: (두 곡의 악보를 들고 온다.) 영서야 이 노래 할려고 하는데 괜찮겠지?
영서: (악보를 보면서) 좋을 것 같다.
(그러더니 고개를 바짝 들고 강산을 보면서) 왜 또? 나에게 아직 쫑끄 줄 말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강산: 무슨 쫑끄!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쫑끄를 줬다고 너에게?~
영서: 은근 모르는 척.
강산: 오히려 네가 나에게 별명을 붙였잖아. 밤 고양이라고.
(영서와 강산이 티겨태격 말하고 있는데 미연이 가까이 오면서)
미연: 뭐? 언제 그런 별명을 다 지어냈어. 강산이 별명이 밤 고양이라고?
경석: 우리가 있었을 때는 그런 별명 듣도, 보도 못했는데.
효식: 그러게. 오늘 처음 듣는 건데!
영서: 아냐. 그냥 내가 생각나는대로 한 말이야.
미연: 어머 언제? --- 아주 많이 수상한데. 그것도 밤 고양이라고?
강산: 내가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해서 얻은 별명이니 내 불찰이라고 하지. 하지만 난 그런 별명 사양하니까 다들 잊어주길 바랍니다. 여러분.
영서: 나는 어떻고. 강산은 내 생각은 조금도 안해. 오히려 바로 내 별명을 만들어 불렀으면서.
효식이 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화제를 돌린다.
효식: 영서야 이 노래 네가 자신있어 하는 곡이잖아. (영서의 손에 들려 있는 악보를 보고 피아노 있는 곳으로 간다.)
강산: 아 그랬구나. 잘됐다. 그렇잖아도 나도 네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곡을 뽑았는데.
영서: 그것 봐. 또 나를 무시하는 그 은근한 언사. 나를 생각하며 했다는 그 부분이 왠지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아.
강산: 영서야 왜 그래. 나는 네가 이 앨토음을 잘 잡을 것이라 생각했어. 너의 목소리가 앨토에 잘 어울려서 화음이 잘 맞으리라 생각했는데.
영서: (강산의 말을 뒤로한 채 토라지듯 휙 몸을 돌려 효식에게로 간다.)
효식아 미연이 어디있어. 우리 파트 연습해야지. (미연이를 찾으러 밖으로 나간다.)
효식: (눈을 휘둥그레 크게 뜨면서 뭐라 말하려다 말고 강산에게 살짝 손짓을 한다.)
강산아 너무 마음에 두지 마. 내가 이해 할게.
강산: 그럼 먼저 피아노로 너희 파트 연습해. 우리는 너희 끝난 다음에 피아노에 맞출게.
효식: 참 그리고 이 곡은 너하고 영서하고 둘이 듀엣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강산: 나중에. 먼저 이 곡부터 맞추고. (강산이 밖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