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의 생일날
영서는 엄마아빠 방문을 노크한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문을 열어본다. 말끔하게 방이 정리되어 있다. 영서는 부엌으로 간다. 미역국은 냄비에 끓여져 있고 잡채는 접시에 한 아름 담겨있다.
“희주야 일어났어? 어서 와서 우리 아침 먹자. 엄마 아빠는 시골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가셨어. 그래서 우리 둘이 아침 먹어야 겠다. 희주야 일어났어?” 큰 소리로 희주를 부르며 아침 식탁을 차린다.
범석은 두리번 두리번 희주의 집 앞에서 서성인다. (범석은 영서와 희주가 한집에서 살고 있는지 모르고 희주가 생일이라 하여 희주의 생일로 알고 찾아온 것이다.)
경석이 영서의 집 앞에서 서성이는 범석을 보며 (찬휘가 뛰어온다.)
찬휘: 헉 헉 숨찬 소리로) 경석아 너 놓칠까봐 저기서부터 뛰어왔다. 같이 들어가자.
경석: (찬휘의 숨찬 말을 들으며 범석에게 다가가) 누구신가요? 누구를 찾아 왔나요?
범석: 여기에 적힌 집을 찾는데요. 여기가 맞는 것 같아서.
경석: 네 이 집 맞습니다. 처음 보는 분 같은데. 그 집 주소가 이 집 맞습니다.
범석: 어떻게 되는 관계인지. 오라버니라고 잘 부르던데 혹시 오라버니 되십니까?
경석: 오라버니는 맞는데. 그 애가 웬일로 나도 모르는 남자를 다 초대했네.
같이 들어가시죠.
범석: 오라버니가 많군요. 허~ 허.
경석은 범석과 악수하는 것처럼 손을 잡고 현관을 연다.
안에서 여학생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효식과 미연이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와서 장식하는 것을 도왔다.
효식은 뭘 사야 한다고 밖에 나가고 없었고 미연과 희주 영서가 여기저기 장식을 하며 서로 웃으며 장난을 하고 있었다.
경석: 영서야 네 친구 왔다. 나는 처음 보는 남자인데.
영서: 어서와. (창문 쪽을 보면서) 경석아 너도 아는 친구인데 새삼스럽게 처음보는 친구라고 하니? 어~ 우리집에 처음 오는 친구라고, 그런 말이지?
희주: 어머 오라버니 왔군요. 어떻게 잘 찾아 왔어요.
영서는 희주의 오라버니라는 말을 듣고 장식하던 것을 멈추고 뒤돌아 보며 호기심에 찬 눈으로 “뭐 오라버니! 그 학습실에서 만났다던 그 오라버니!” 껑충 의자에서 뛰어 내린다.
그러고는 얼른 그 곁으로 와 범석을 살핀다.
희주: 얘 영서야, 뭘 그리 살펴봐. 오라버니 저쪽에 가서 앉으세요. 지금 조~금 복잡하네요.
경석은 소파에 앉으려다 얼른 자세를 곧게 하며 범석에게 “ 형님 이시군요. 하늘 같은 선배님께 내가 큰 실수를 할 뻔 했네요. 여기 앉으시죠.”
미연: 안녕하세요.
범석: (짧은 앞 머리를 쓰다듬으며 뒤로 넘긴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희주: 내가 말했지. 도서실에서 있었던 실수.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오늘 초대했어.
미연: 너 참 용감하다. 한번 보고 금방 집으로 초대를 다하고. 나 같으면 말도 못 건냈을 텐데.
영서: 이만 하면 장식은 다 됐다. 희주가 말한 오라버니도 왔으니 더 이상 움직이면 안되겠어. 내가 과일 좀 갖고 올게.
미연: (영서와 같이 부엌으로 가며) 효식이는 아직 못 찾았나? 그냥 와도 될 것 같은데.
영서: 특별히 효식이가 준비할 것이 있다고 했잖아. 기다려 보자. (과일을 갖고 나온다.)
미연: 강산이도 아직 집을 못 찾았나 봐. 아직 안 온 것 보면.
희주: 그럼 이제 내가 해야겠다. 잠깐 여기서 과일 먼저 먹고 있어요~ 오라버니.
그리고 친구들, 나 잠간 들어갔다 올게요.
희주는 부엌으로 가볍게 뒤꿈치를 들고 살짝 뛰면서 간다.
미연이는 자꾸 범석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어한다. 학교는 어디이며 대학 입시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희주가 그날 그 학교 정문 앞에서 어떠했는지 말하려는데.
희주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희주: 아~ 이 고소한 향기. 여러분 오늘 더 맛있을 것 같아요.
네모랗고 노란 카스테라를 동그란 쟁반에 담아 호호 불며 나온다.
희주 : 이것 한 번 먹어보실래요? 내가 방금 한 것인데^^
미연: 어머 어떻게 이걸 이렇게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이리 쉽게 만들 수 있는 빵이 아닌데. 우리 동네에선 맛보기 힘든거잖아.
희주: (조그맣게 자르며 범석에게 건넨다.) 오라버니 먼저~~
내 솜씨가 어떤지 한번 먹어봐요.
범석: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떨결에 받는다.)
희주: 어때요. 오라버니?
범석: (아무 말 없이 다른 곳을 본다.) 장식을 예쁘게 잘했어요.
희주는 범석의 다른 응답에 새침하게 미연에게 건네며
“미연아 너도 먹어봐. 경석이 너도.”
경석이는 범석의 다른 태도에 웃으며 희주가 주는 카스테라를 받고 먹으며
“으 흠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 나 집에 갈 때 갖고 가게 더 만들 수 있니?” 한다.
미연이는 또 하나를 집으며 영서에게 주면서 말한다. “영서야 너는 자주 먹겠다. 희주가 함께 집에 있어서.”
영서: 딱 한 번 먹어봤어. 오늘이 두 번째야. 희주가 제일 잘하는 거야. 내가 먹어본 것 중에.
미연: 나도 처음이야. 이렇게 집에서 만든 카스테라는. 희주가 사는 동네에선 자주 집에서 해 먹나봐. 그러니 희주야?
희주: 응. 엄마가 아침에 자주 해 주시기는 해. 그래서 나도 하게 되었지.
범석이 조용히 먹다가 갑자기 헛기침이 나와 ‘헉’ 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다.
희주: 어머 미안해요. 오라버니. 우유 갖고 올게요. 조금 퍽퍽하죠? 우유 드시면서....(우유를 건넨다.)
경석: 이보시오 희주양. 이거 모자라겠습니다. 더 만들어야 겠어요.
희주 : 그럴까? 나는 맛보기로 한건데. 그런데 오늘의 메인은 따로 있잖아요. 오늘 영서 생일이니까.
영서: 아직 안 온 친구도 있으니까 그 친구들 맛 보게 하나 더 만들어줘. 희주야. 그리고 저녁 먹을 준비하자. 우리.
그때 밖에서 초인종이 울린다. 미연이 밖으로 나가고 문을 열어 준다.
효식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효식: 강산이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나봐.
미연: 왜? 초인종 누르면 될텐데.
효식: 내가 더 늦게 왔으면 아마 얼음왕자 됐을 것 같아.
강산: 여기가 맞는지 확실하지가 않아서 서성였지.
미연: 하여간 강산이는 확실한 것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야. 남자가 좀 더 대담해야지.
강산: 앞에 주소가 정확히 안 적혀 있어서.
효식: 하여간 이 거리를 몇 번이나 돌고 돌았을지 상상이 간다.
(효식이 강산이 떠밀며 들어온다.)
혹시, 혼자 들어오기가 낮 설어서 그런 건 아니고?
영서: 효식아 너 왜 이리 늦었어? 뭘 그리 중요한 것 찾느냐고?
효식; 나 아니었으면 강산이 못 만나고 영서 생일 지냈겠다. 고마워해라. 영서야.
이말을 하고 범석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효식: 어머 오빠 여기 웬일이에요?
범석: 그러게. 너 오늘 일찍 친구 생일이라서 나간다더니 여기였구나.
효식: 그럼 희주의 그 오라버니가 오빠였어? 어머 어쩜 이렇게 ..
희주: 효식이 오라버니라고 범석 오라버니가.
미연: 참 이렇게 가깝고도 먼 사이라니. 우연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참 기이하다.
효식: 오빠. 집에서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희주에 대해서.
강산: (머뭇하며 조금 떨면서 서있다.)
영서: 강산의 떠는 것을 보면서) 강산 어디 아픈 것 같다. 효식이 말처럼 너 밖에서 많이 떨었구나. 안되겠다. 내 방에서 잠시 따뜻하게 몸 좀 녹일래?
경석: 정말 그래야겠다. 내가 영서방에 같이 가서 몸 좀 녹이게 할게.
영서: 그렇게 해.
미연: 어머 영서야 너는 여자 방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공개를 하려고 하니? 네가 같이 가야지. 경석. 너는 나랑 같이 저녁 세팅하자.
미연이는 경석이를 붙잡고 부엌으로 가고 영서를 강산을 잡으라고 눈짓한다.
영서는 조금 창백한 강산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담요를 덮어준다.
영서: 괜찮아? 오늘 춥기도 한데. 나는 네가 그렇게 밖에서 기다리는 줄 몰랐다.
강산: (방안을 한 번 둘러보며) 여자애 방은 이렇구나. 나 괜찮은 것 같은데 네 책상에 앉아도 돼지?
영서; 잠깐만. (책상에 펼쳐져 있는 책들을 덮고 책꽂이에 꽂는다.) 응 . 여기 앉아.
강산: 나 조금만 앉아 있다 나갈게. 나 아무짓도 안할테니 걱정말고.
영서: (눈을 동그랗고 크게 뜨면서) 그럼 몸 녹이고 바로 나와. 저녁 셋팅 해 놓을게.
영서는 뒷걸음하며 자기 방에서 나간다.
영서의 나가는 것을 보고 의자에 기대며 몸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팔로 어깨 뒤로 하면서 스트레칭을 한다. “이제 좀 추위가 가신 것 같다.” 팔을 내리고 의자에서 일어나는데 책꽂이에 튀어나온 파란노트가 있어 그것을 안으로 바로 넣으려다 그 속에 있는 편지봉투가 ‘툭’하고 빠져 나왔다. 예쁜 꽃 편지 봉투에 영어로 ‘To Kang San’이라 써 있어 강산은 어떨결에 그 봉투를 열어본다. “영서가 이런 예쁜 꽃 봉투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았었나? 어떤 편지일지 궁금한데!!”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봉투의 글을 상상하며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