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는 늦은 시간이 되어도 엄마의 전화가 없자 마음이 초조하다.
희주는 초조해 하는 영서를 살피며 “영서야 시골 아는 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구나. 오늘 많이 너의 낯빚이 어두웠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 아빠 연락 기다리는 것 맞지.”
영서: 오늘 종일 정신이 없긴 하다. 엄마가 전화를 안 하시니 더 그러네.
희주: 오늘 너하고 같이 네 방에서 내가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영서: 아니야. 너도 오늘 수고 많았는데 편하게 쉬어.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영서는 얼른 달려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아 엄마 왜 전화를 지금하면 어떻해요.”
(희주에게 손짓하며 방으로 들어가라 한다.)
“저어 영서야 나 강산인데~”
영서는 강산이라는 말에 “어 엉. 강산이야? 어쩐일로?”
강산이는 “으 응, 미연이 집에 무사히 잘 바래다 주고 나도 집에 잘 왔다고 전하려고 했지.”
영서: 알았어. 그럼 잘자. (찰칵 전화를 끊는다.)
참, 속절없긴. 그렇게 자세하게 말 안해도 된다고요.
또 나 약오르게 장난전화 하는 거였어.
(또 전화벨이 울린다.)
“영서야 엄마야. 오늘 잘 지냈지. 우리도 오늘 무사히 보냈다. 아니 정황이 없었지만 그래도 안심이야. 희주 아빠와 같이 일하시는 몇몇 분들이 과로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희주 아빠는 안정제 주사 맞으시고 정신이 드셨다.”
영서: 정말 다행이네요. 희주에게도 말 할게요.
엄마: 그래. 희주에게 잘 얘기하렴. 놀라지 않게.
영서: 그럼 희주 아빠는 언제 퇴원하시는데요?
엄마: 내일 퇴원 하신데. 그래서 우리랑 같이 우리 집으로 올라 갈 거다. 새해도 되고 하니 몇일 우리집에서 함께 쉬시면서 계시도록 해야겠다.
영서: 어머 좋은 일이에요. 희주도 좋아할 거에요. 그동안 아빠와 있으면서 좋은 곳 구경도 하게 하죠.
엄마: 그래 알았다. 잘 자고. 내일 보자.
강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 정거장을 걸어왔다. 오늘 영서의 그 편지가 내심 마음에서 맴돌며 자기에 대한 영서의 마음이 오해가 크게 있음을 되새기며 “어떻게 해서 영서의 그 오해를 풀어야 하나!” 작은 말로 반복하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강산의 엄마는 잠을 아직 안 자고 강산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 대문 열리는 소리에 얼른 마당으로 나오며 “얘 강산아 왜 이리 늦게 오니 전화도 없이!” 하신다.
강산은 엄마의 버선발로 나오며 하는 말에 조금 멈짓 하더니 “엄마 아직 안 주무셨어요? 지난번에 내가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늦는다고 말씀 드렸는데... 또 잊으셨네요.” 한다.
강산 엄마: 그래 오늘도 잊었구나. 내가 요즘 깜박깜박 한다. 그래도 그렇지 밤길 위험한데...
강산: 내 나이 몇 살인데요. 내일이 지나면 나도 성년이에요. 걱정 마시고 이제 편히 주무세요.
엄마: 새해가 되니 나는 더 바쁘겠구나. 이번에는 형이 올라 올 건지 내가 전화를 해 봐야 겠다.
강산: 내일 전화 하겠죠. 형도 방학이고 하니 시간을 낼 수 있을 거에요. 아이들 많이 컸을 텐데 아이들 데리고 올라 오겠죠.
엄마: 지난번 때는 우리가 갔었는데. 네 형이 그곳에서 맡은 일이 많다 하여서.
강산: 그럼 내일 내가 전화 해 볼게요. 형이 바빠서 전화 못 할 수도 있으니 내가 아침 일찍 전화 할게요. 그러니 이제 방으로 들어가세요. 아버지 주무시죠?
엄마: 그래. 니 아빠는 초저녁에 드셨다. 요즘 건강이 많이 예전 같지 않으셔.
강산: 그럼. 아버지 몸도 건강 보충하실 겸 이번에 몇일 형 집에 가 계시는 것은 어떠셔요.
엄마: 내일 아버지 일어나시면 한 번 의논해 보자구나. 전화도 하고. 네가 들어왔으니 나도 들어가 쉴 테니 너도 얼른 씻고 자거라.
강산: 네 엄마.
다음날 강산은 일어나자 마자 형 한테 전화를 한다.
강산: 형 그동안 잘 지냈지요? 아이들도 잘 있고요.
형: 그래. 어머니 아버지도 건강하시지? 내가 한번 올라간다 하면서도 시간이 만만치 않구나.
강산: 잘 알죠. 시골 작은 학교라 해도 형이 거의 다 맡아 하는 것이라서 이쪽 도시보다는 더 많이 바쁘다는 것 잘 알고 있어요.
형: 그래 네가 그렇게 이해를 해 주니 고맙구나. 이번에도 우리가 올라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강산: 엄마 바꿔 드릴까요. 어제도 형 생각 많이 하시던데. 전화 기다리기도 하시고.
형: 그래주렴.
강산: 엄마 형이 엄마하고 통하하길 원해요.
강산 엄마가 방에서 나오며 총총 뛰어 오신다.
엄마: 전화 바꿨다. 그래 잘 지내고 있니?
형: 네 어머니. 전화 자주 못해서 죄송해요. 애 엄마도 이곳에서 맡은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엄마: 그래. 그건 그렇고 이번 설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니? 지난번처럼 우리가 너 있는 곳으로 내려갈까? 내가 가서 살림도 좀 봐 주고 그럴게.
형: 그러면 좋긴한데 어머니 아버지가 귀찮으시잖아요. 여기 시골이 좀 불편하기도 하고요.
엄마: 아니다. 다 괜찮다. 내가 가서 아이들도 좀 보고 아버지도 시골 공기 좀 마시면서 몸 건강을 좀 챙기고 하지 뭐. 이번에 몇 일 가 있어도 되겠니?
형: 오시게 되면 언제 오실건지요.
엄마: 내일 설 이고 하니 내가 음식 좀 만들어서 갖고 내려가마.
강산: 엄마 그냥 가세요. 언제 음식을 다 만들어 갖고 가실려고 그래요.
엄마: 그래 알았다. 내가 니 아버지랑 함께 내일 갈테니 알고 있거라.
형: 네. 어머니. 내일 조심해서 오세요.
강산은 몇일 후에 시골 농어촌 봉사 가는 것으로 몇일을 집에 없어야 해서 잘 됐다 생각한다.
엄마 아빠 형 있는 곳에 있고 자신은 농촌 봉사 가고 해서 엄마의 걱정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시름 놓는다.
강산: 엄마 나는 다음주에 농촌 봉사 갑니다. 그러니 형 집에서 아이들이랑 편하게 지내세요.내 걱정 하지 마시고요.
영서 엄마와 아빠 그리고 희주 아빠가 올라왔다.
초췌한 희주 아빠를 맞이하며 희주가 환한 얼굴로 아빠를 맞이한다.
희주: 아빠 혼자서 고생 많으셨어요. 죄송해요. 내가 아빠랑 같이 있었어야 하는데.
희주아빠: 괜찮다. 네가 여기서 재미있게 공부하며 좋은 친구들 사귀고 나는 아주 흐뭇해.
영서 아빠: 아직 몸이 성치 않으니 당분간만이라도 편하게 쉬어요.
영서: 네 그러세요. 아저씨.
희주는 저와 함께 있으면 되어요. 아저씨는 희주 방에서 계시면 되고요.
희주: (자기 방에 이불을 깔으며) 아빠 여기 누우세요.
영서 엄마: 맘 편히 먹고 계세요.
Happy New Year!!!
영서가 효식에게 새해 첫날 전화를 한다.
영서: 효식아 새해 떡국은 먹었지. 한 살 더 먹으니 좀 더 어른이 되어가는 거야.
효식: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건강하게 자라다오. 개구쟁이 얄개라도 좋으니.
영서: 효식아 나 남자 아닌데. 그 말은 네 남자친구한테나 해. 뭐 여자한테 그런 맨트를 하고 그래.
효식: 음. 남자친구라면 강산이. 그럼 네가 강산에게 새해 인사 그렇게 해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야. 하여간 잘 지내고 우리 모임때 만나자.
영서: 그래. 그때 보자.
1월 2일 아침에
영서: 희주야 나 새학년 되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네가 영어 참고서 좀 봐 줄래. 나 참고서 사러 시내에 있는 도서관에 갈건데.
희주: 음. 그 도서관. 그래 같이 가자. 그런데 참고서 봐 달라고 하기엔 내가 여기 실정을 잘 모르잖아. 네가 더 잘 알지. 오히려 네가 나를 도와줘야지.
영서: 그런가. 그럼 영어 회화 책 봐줘.
희주: 나도 새 학년 되면 공부 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 참고서 많이 필요해. 네가 가르쳐 줘.
영서: 미연이한테 전화해서 미연이도 만날까?
희주: 효식이도 함께 하면 좋겠다. 효식이한테도 전화하자.
영서: 알았어. 효식이하고 미연이한테 전화해서 거기서 만나기로 하자.
시내 도서관에서
미연이는 피아노 소나타 책을 살펴본다.
효식이는 식품에 관계된 요리 실습책을 산다.
희주는 수학 참고서와 영어로 된 소설책을 샀다.
영서는 영어 참고서와 영어 회화책을 샀다.
희주는 아빠에게 놀이공원에 가자고 건의한다.
희주: 아빠. 맘 편하게 먹고 내일 토요일인데 우리 놀이공원에 가요. 조금 춥기는 하겠지만 몸도 풀고 마음도 풀고요.
영서: 그렇게 하세요. 아저씨. 희주랑 재미있는 시간 보내세요. 이번 기회에.
희주: 그럼 영서야 너도 우리와 같이 가자. 네가 도와줘야지.
영서: 그래도 되나!
희주: 그럼. 네가 있어야 안심하고 나도 아빠하고 좋은 시간 보내지. 내가 서툴잖아.
영서: 오히려 오붓하게 아빠하고 시간 보내면서, 또..
희주: 아 이. 하여간 너도 같이 가는거다. 내가 너를 필요로 한다고요.
영서: 엄마한테 도시락 싸 달라고 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