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가 살아난 사람 이야기”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일하다 보면 임종을 맞는 사람들을 자주 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 그 환자가 살지 죽을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45세의 몽 젊은이를 보고 나는 그 환자가 며칠안에 죽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환자의 아버지되시는 칠순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나한테, “내 큰 아들인데, 살아 나도록 기도 좀 해 주세요”하며 하소연을 했지만, 나는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아들이 살던 죽던 하나님의 뜻대로 순응하는 길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하는 맥빠진 소리만 했다.
그런데, 환자의 고모라는 여자목사님은 혼수상태에 있는 조카에게, “예수님의 이름을 불러라. 하나님! 제 조카에게 새 심장을 주세요.”하며 기도하는 것을 듣고, 나는 속으로 “신학공부를 제대로 못한, 참 무식한 목사구나”하고 속으로 비웃기까지 했다.
사무실에 돌아가 환자의 챠트를 읽어 보니, 심장마비라고 적혀 있었다고 기억된다. 그 후로 나는 그 환자가 사망했는지, 퇴원했는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늘 병원 복도에서 그 환자의 부모님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아들이 아직 병원에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품위가 있어 보이는 몽 여자분이, “제가 토니의 엄마되는 사람인데, 토니는 지금 의식을 회복하고 차츰 건강이 많이 좋아 졌어요. 기적이 일어난 거예요.”하고 신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 어머니가, “토니가 5일전에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속이 체한 것 같다며 소화제를 먹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쓰러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가 되어, 급히 병원의 중환자실에 실려가 5일 동안 의식을 잃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5일이 되던 날 간호사들이 토니를 돌려 눕히려던 중, 토니가 갑자기 눈을 뜨고 의식을 회복한 것입니다.”고 했다.
곧 죽을 것 같던 토니가 의식을 회복하니, 온 가족들이 다 기뻐한다고 했다. 나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 토니의 병실에 갔다. 토니는 몸무게가 147킬로가 나가는 비만체형이었지만, 토니의 옆에는 중년의 아름다운 몽 여인이 “토니의 아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토니의 아내는, “의료진의 말에 의하면, 토니가 중풍이나 뇌출혈도 아니고, 심장마비도 아니라고 하면서, 아마도 심장의 부정맥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은데, 좀 더 정밀검사를 해 보면서 관찰해 봐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내가 토니에게, “기적같은 일입니다. 내가 환자분이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에 있을 때, 과연 살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회복이 되었으니 참 경사스런 일입니다”고 했더니, 토니는 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나는 토니와 그의 아내와 함께 “토니가 회복되고 있음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토니에게 주먹을 가볍게 부딛치는 피스트 범프 인사를 한 후 병실을 나왔다. 나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토니를 살려낸 의료진의 의술에 감탄을 느꼈고, 기도 때문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나, 토니의 고모 목사님이 “하나님, 토니에게 새 심장을 주세요.”하며 기도하던 그 기도대로, 토니가 새로운 심장을 갖고 회복되고 있음에 대해서도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살 사람은 기도 안 해도 살고, 죽을 사람은 기도해도 죽겠지만, 살다 보면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 일도 있고, 죽을 듯 하던 사람이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은 짧다. 웃으라. 이빨이 남아 있을 때.” (Life is short. Smile while you still have tee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