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약사 할머니 이야기"
병원에서 파트 타임 채플린 목사를 하다 보면 여러 환자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다. 오늘도 아침 환자들의 병실에 들러, “병원 목사랑 얘기 나누시겠습니까? 기도해 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쉬시겠습니까?”하고 물으면, 반 이상의 사람들이,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찾아와 주어 고맙다.”는 말을 한다.
오늘 아침에 암병동에 들러 암치료를 받고 있는 여자분에게, “채플린과 얘기 좀 하시겠습니까? 기도해 드릴까요?”하니, 항암치료때문에 머리가 다 빠진 여자분이, “기도해 준다면 좋지요.”하고 웃으며 맞아 주었다. 또 다른 중년의 남자 암환자는 “괞챦다. 찾아와 주어 고맙다.”고 하여서 나는 “쾌차를 빕니다”하고 병실을 나왔다.
일반병실로 이동하여 어느 병실에 들어 갔더니, 한 백인 할머니가 팔에 붕대를 감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늘 오후에 퇴원하게 된다고 했다. “병원 목사랑 얘기 좀 하실래요? 기도해 드릴까요?”하고 물었더니, “얘기 해도 좋다”고 하여, “오늘 좀 어떻시냐? 어떻게 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느냐?”하고 물었더니, “피트니스 센터에서 걸어 나오다 카펫트 구겨진 곳에 발가락이 걸려 쓰러지는 바람에 어깨 탈골과 팔 부상을 입어 입원하게 되었는데 많이 좋아져서 오늘 퇴원한다”고 했다.
그 할머니는 “올해 여러 여행 계획이 잡혀 있어, 빨리 회복하여 계획한 여행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딸과 함께 하기로 했고, 오하이오, 뉴 멕시코 알버커키, 유럽의 헝가리로 가서 열기구 (Hot air balloon)을 탈 여행계획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총각때 번지점프는 한번 해 본 적이 있어나, 열기구는 탈 엄두가 안 났는데, 이 할머니는 열기구 타는 것을 즐긴다니 신기해서 물어 보았다. “겁나지는 않는지, 열기구 한번 타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며, 돈은 얼마나 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물어 보았더니,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떠 다니는 시간은 대충 한 시간정도 되고, 한번 타는데 $300 정도 든다”고 하니,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인 것 같았다.
이 근방에 사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원래 아이오와주 드모인에서 살다가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위스칸신으로 이주해 와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 할머니는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 위스칸신의 약사 자격증이 있어서 약사로 43년을 일하여, 딸은 간호사로, 큰 아들은 기계공학 엔지니어로, 작은 아들은 기상통보관으로 공부시켰다고 했다.
재혼을 안한 이유는 첫번째 남편에게 받은 상처때문에 남자를 더 사귈 마음이 없어져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그 할머니는 “전남편이 딸이 2살 때 부터 65차례에 걸쳐 성폭력한 것을 법에 고발하여, 남편은 지금 무기징역을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고 했다.
세 자녀들은 지금도 감옥에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고,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살고 있으며, 이들이 낳은 손주들 셋이 잘 커 주어 고맙다고 했다. 큰 손자는 지금 11살인데 중학교로 월반을 할 만큼 공부를 잘 한다고 했다.
남편은 딸을 성폭력하는 비인간적인 괴물이 되어 아내로 부터 고발을 당해 무기징역형을 받고 감옥에서 갇혀 있고, 아내는 지금도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남편이 감옥이 자기를 해치려고 보낸 사람이 아닌가 불안해 하며 살고 있지만, 약사로 성실하게 일하여 세 자녀를 번듯하게 키우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 열기구를 타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내가 열기구를 타면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 보니, “열기구는 기류를 따라 구름처럼 흘러 가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어 무섭지 않다. 기류를 따라 유유히 흘러 가며 땅 위에 있는 양떼들, 소떼들, 차들이 지나가는 모습, 지평선등을 내려다 보는 재미가 만만지 않다”고 했다.
나는 고소공포증도 있지만 한시간에 300불을 내야 하는데 대해 더 겁이 나서 열기구는 못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왔다가 볼 꼴, 안볼 꼴 다 보고, “인생이 이런 건가?”하는 생각을 하며,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게 우리 인생일까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