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수필]
말고기와 스모 (相撲)
아버님의 일본유학시절 이야기이다. 그 중 아직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두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193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의 일제시대에 유학을 하셨던 아버님은 운동을 아주 잘하셨던 모양이다.
아버님은 체격도 크신데다가 타고난 운동신경이 뛰어나 학교 대표선수로 여러 종목을 즐기신 것 같다. 적어도 축구, 수영, 승마, 배구 등의 경기 사진을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본 기억이 있으니 말이다. 수영과 승마같은 조금은 고급운동을 그 때 어떻게 그렇게 잘 하실 수 있었는지 나로서도 아직도 의문이다. 하여튼 공부도 공부지만 운동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잘 하셨던 모양이다.
군국주의 일본은 제국주의 이념에 따라서 체육도 학교마다 장검 (長劍)을 차고 각반 (脚絆)을 한 현역군인을 배치하여 군대식으로 구보등을 많이 시키고 선착순으로 늦게 도착하는 학생들은 다시 더 뛰게 한다든가하여 아주 혹독하게 학생들을 닥달했다고 한다. 다행히 아버님은 워낙 빠르신 분이라 거의 선두로 도착하니 달리기에 소질 없는 같은반 일본학우들이 제발 살살 달리라고 아버님께 하소연을 하더란다. 말하자면 적절하게 시간조절을 하여 서로 기합을 받지 않는 정도로 하기 위해 너무 빨리 달리지 말아달라고 아버님께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그 뇌물로는 ‘말고기 도시락’을 가지고 오곤 했던 것이다. 먹거리가 부족한 때라 뇌물 (?)로 들어오는 말고기를 아버님께서는 심심찮게 잘 드셨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말고기를 먹지 않지만 일본인들은 말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일본씨름인 스모 (相撲) 이야기이다. 체육시간에 심심찮게 스모경기를 모래밭에서 하곤 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조선학생대표는 늘 아버님이셨는데, 원래 성격도 호탕하신데다가 대범하신데가 많았다. 아버님께서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상대하는 일본학생들을 거대한 체구의 중량을 이용하여 위에서 덮쳐 누르는 식으로 격렬하게 아주 무차별로 공격하여 합법적으로 (?) 나라잃은 국민의 울분을 풀며 복수하시곤 했다고 신이나서 나에게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이름도 일본식으로 창씨개명 (創氏改名)을 강요당하고 적국 (敵國)인 일본에서 공부하시면서 나라잃은 민족적 울분을 토로할 길이 없어 젊은 혈기에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든 수많은 방황과 좌절을 겪으셨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며온다.
아버님께서는 전쟁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보기드물게 기록을 잘하시는 분이셨고 수많은 사진을 잘 보관해 오셨다. 언젠가 그러한 기록과 사진들을 찾아서 다시금 나에게 해 주셨던 수많은 이야기들의 흩어진 실타래를 잘 가다듬어 차분히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도록 해야 하겠다.
2011년7월 29일
Sumo(相撲sumō)
http://en.wikipedia.org/wiki/Sumo
Images for Sumo
崇善齋에서
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