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Essay in My Heart] Tortilla Flat - 한국어

2021.10.30

[Essay in My Heart]


Tortilla Flat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되어 다시금 뭐 재미있는 이야기가 좀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몇 해 전 내 친구가 나에게 빌려 주었던 책이 한권 생각났다.   그 책은 바로 John Steinbeck의 단편소설집이었다.  


6개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1935년에 John Steinbeck이 발표한 ‘Tortilla Flat’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Tortilla는 중남미 문화권에서 알갱이가 굵은 옥수수 가루를 주로하여 만드는 둥글며 평평한 빵으로 torta 또는 tortita라고도 하는데,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Flat 이라는 말은 ‘2-3층 정도 되는 낮은 다세대주택(多世帶住宅)’이라는 의미인데 ‘apartment’라는 용어는 미국영어에서 많이 사용하고 ‘flat’이라는 단어는 영국영어에서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발간된 번역본에는 ‘flat’이 ‘臺地(대지)’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Tortilla Flat은 캘리포니아 Monterey의 북부 고지대에 위치한 주택지구를 말한다.


우선 소설 제목에 호기심이 일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Tortilla Flat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의 도시 Monterrey 부근에서 오징어 통조림공장 작업이나 나무를 벌목하는 등의 거친 일을 하며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6명의 가난한 노동자들인 빠이자노 (paisano)들의 이야기이다. ‘빠이자노”라는 말은 본래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혈통의 시골농부를 가르키는 말이다.  집의 주인은 Danny라는 사람이며, 이들이 6마리의 개와 함께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담고있다.  Danny는 빠이자노이다.  스타인벡에 따르면 빠이자노는 스페인, 인디언, 멕시컨, 그리고 다양한 백인 혈통을 가진 자로 그들의 조상은 캘리포니아에서 적어도 일이백 년 정도 살아왔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주’의 문제를 다루고, 또 서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빠이자노들은 자신들이 하루하루 일을 하면서 번 돈을 집주인 Danny에게 조금씩 내면서 생활해 가는데 어느날 집주인 Danny가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그들은 가까스로 그를 찾아 내는데 성공했으나 그는 예전과 다르게 매우 우울하며 별 말이 없이 혼자서 조용히 지낸다.


Danny를 매우 걱정하던 친구들은 그의 기분전환을 위해 동네잔치를 성대하게 열어서 그를 위로하고자 시도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그들의 정성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Danny는 갑자기 비참하게 죽게되어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장례식 조차도 마을사람들이 주관이 되어 예의를 갖추어 치루게 되는데, 장례식에 입을 변변한 옷조차 없었던 빠이자노 친구들은 장례식을 멀리서 떨어져 보면서 치르게 된다.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고 나서 그들의 보금자리인 Tortilla Flat의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빠이자노 친구들은 우연찮게 벽난로를 다루다 번진 불이 순식간에 번지게 되어 집이 송두리채 잿더미로 변하고 하루아침에 그들이 살던 집을 잃게 된다.  결국 남은 다섯명의 빠이자노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쌓아왔던 여러 추억들을 아쉽게 뒤로 한 채 각자 자신의 길을 향해서 모두 쓸쓸히 떠나 가게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떠오르는 몇개의 단어들은 우정, 사랑, 배고픔, 탐욕, 유머, 동정, 연민, 신앙 등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꼭 세가지 기본적인 요소, 즉,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굼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행동을 어떤 생각으로 실행하게 되는지를 이 작품은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빠이자노들은 먹을 것이 없어 음식을 훔쳐서 서로 나눠먹게 되고 그런 가운데 고단한 나날의 생활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술을 마시게 되고, 또 이러한 자신들의 빗나간 행동들에 대해 자연히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빠이자노들의 다양하고도 독특한 성격 및 심리묘사가 자세히 소개된다.  


사람들이 어떤 조그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과 그러한 일들을 통해서 느끼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을 John Steinbeck은 이 소설에서 담담하고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아울러 여러 에피소드들에 등장하는 배경들에 대한 아주 섬세하고 정확한 묘사는 그의 뛰어난 문학성을 또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1930년대에 출간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한세기가 가까운 지금에도 스타인벡이 이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자 헸던 여러가지 똑같은 문제들이 아직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요즈음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예를 들면, 인간의 탐욕, 인종차별,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관습 및 통념, 죄와 벌의 개념에 기초한 신앙생활의 문제 등을 들 수 있겠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또 하나 배운 것들 중의 하나는 미국사회와 미국인에 대한 인식을 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문화를 문학을 통하여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번 실험적으로 시도해 본다는 측면에서도 Tortilla Flat을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에 여러분에게 감히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     


崇善齋에서


2021. 10. 30.



솔티


English Translation: URL=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1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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