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람 도와주다 뺨 맞다.
미국 생활 이라는게 늘 불안한 이유는 교포 거의 대다수가 ‘페이먼 인생’을 살기에 그렇다. 매달 집 페이먼, 차 페이먼, 기타 수많은 페이먼에 허덕이며 해결해 나가야만 생활이 유지되기에 마음 놓고 한 달도 쉴 수가 없다. 당장 그달 그달치 해결해야 할 페이먼이 닥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덜컥 병이라도 나면 큰일이여서 ‘이민생활 중에 아프면 끝장이다’라는 두려움을 누구나 한 번 쯤 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여유가 많은 일부 교포들에게는 예외가 되겠지만 거의 대부분 한인들은 몇 달 푹 쉬어도 될 만큼 여유가 있는 이들이 거의 없다. 수입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생활규모가 정해지므로 남보다 수입이 많은 이들도 페이먼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페이먼 인생에 시달리다보니 일부 한심한 젊은 분들의 꿈이 ‘빨리 늙어서 월페어 타먹으며 노인아파트에서 편히 사는 것’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집이 없어 세를 살아도 전세를 사는 이들이 많았기에 매달 방값을 내고 살지는 않았다. 전세보증금 이라는 목돈이 있어 최악의 경우 수입이 없어도 전세보증금을 빼서 월세로 살더라도 어느 정도 기간은 버틸 수 있었다. 요즈음 한국에도 추세가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시기라지만 예전에는 세를 살아도 월세보다는 전세로 사는 이가 대다수였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이라는 최후의 보루인 목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민 생활은 당장 수입이 끊기면 그 달치 페이먼에 지장이 생긴다. 방세를 못 내면 당장 쫓겨나고 이른바 ‘홈리스신세’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러니 늘 각박하게 긴장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가끔씩 필자를 찾던 박 선생은 음식점 사장님이셨다. 식당도 꽤나 규모가 있었고 영업도 잘되어 여유 있던 분이셨다. 그런데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해졌다. 사장이 직접영업을 챙기지 못하니 가게 매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누라와 메니저 놈이 눈이 맞아 큰돈을 챙겨들고 줄행랑 까지 쳤다. 결국 가게는 망했고 무일푼에 몸까지 불편하게 된 박 선생은 앞날이 깜깜할 때 필자를 찾은 것이 인연이 되었다. 나이도 많은데다 몸까지 불편하니 어디 취직하기도 어려워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방세를 못내 거주하던 집에서도 쫓겨났고 어디 신세질 인척이나 친구도 없었다. 결국 24시간 영업하는 OO사우나가 임시거처가 되었다.
싸우나 에서 살다보니 자기처럼 홈리스 일보직전에 와있는 이들이 꽤나 싸우나 신세를 지고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한다. 필자는 박 선생 처지가 하두 딱해서 역시 필자의 고객이신 리커 강 사장님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일을 못할 정도로 심하게 몸이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다리를 절고 나이도 많은 박 선생을 강 사장님은 마땅찮아 했지만 그래도 오랜 인연이 있는 필자의 부탁인지라 거절하지 못하고 채용해 주었다. 박 선생도 구질구질 했던 싸우나 생활을 벗어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하숙집 방으로 거쳐 를 옮길 수 있었다. 정말 다행한 일이였다. 그런데 당장 다급한 생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 박 선생은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필자에게 와서는 이런저런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 우리사장 Mr 강, 사람이 너무 인색하고 젊은 놈이 무척 건방진 것 같아요! 전에 언젠가 제가 가게에 있는 사탕 한 알 집어먹은 것을 가지고 얼마나 지랄을 떨 던지 치사해서 빨던 사탕을 뱉어서 돌려주고 말았다니까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왜 계산도 안하고 막 집어 먹느냐?’ 이러면서 사람을 몰아 붙이길래 더럽고 치사해서 빨아먹던 사탕을 뱉어 사장 놈 손에 쥐어 주었어요. 그랬더니 더 지랄발광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지 밑에 있다고 아주 무시를 하는 말을 종종 아무렇지 않게 뱉고요. 젊은 놈이 어쩌면 그리 건방을 떠는지 모르겠어요. 콧구멍만한 구멍가게 하나 한다고 세상이 우습게 보이나봐요!” 큰일 났구나 싶었다. 소개해준 필자의 입장이 있는데 두 사람이 갈등관계에 있으면 이쪽저쪽에서 욕을 먹을 것 같아서였다.
박선생이 다녀간 뒤 얼마 안돼 강 사장님도 와서는 박선생욕을 한다. “소개해주신 선생님 입장을 보아서 이런 말씀을 안 드리려고 했는데 박 선생 이양반 정말 문제 많은 사람이더라구요! 물건을 삽입해서 스탁할 때 사장인 제가 끙끙거리며 맥주 BOX, 술 BOX, 음료수 BOX 등등을 차에서 내려 실어 날라도 남의 일 보듯하는 거예요. 처음부터 제가 그랬어요. ‘다리가 불편하셔서 무거운 것 드는 것은 무리이니 스탁은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가벼운 물건정도는 거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그런 소릴 했다고 아예 남의일 보듯 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탕이나 과자쪼가리 등등을 틈만 나면 입에 넣고 우물거려요! 아무리 하찮은 거지만 그게 다 돈 아닙니까? 가게에 있는 물건이 뭐 지꺼라도 되는냥 말도안하고 처먹어요? 나이 처먹어 가지고 나이 값 을 못하는 인간이라니까요!”
아이구! 또 실수했구나 싶었다. 오지랖 넓은 이놈의 인정이 또 사고를 치고만 것이다. 강 사장님은 강 사장님대로 ‘뭐 이런 놈을 소개해 줘서 나를 애먹이나?’ 할 것이고 박 선생은 박 선생대로 필자에게 이런 곳을 소개해 주었다고 욕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대판 싸우고 박 선생이 그곳을 그만두었다. 박 선생이 필자를 다시 찾아와 자리를 부탁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나이 60이 다 되어가고 다리까지 저는 박 선생을 받아 줄 곳도 없을 터이고 전에 경험이 있어 다소 매정하지만 그리했던 것이다. 후에 지인을 통해들으니 박 선생이 카트를 끌 고서 병을 주우러 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결국 취직을 못하고 홈리스가 된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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