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몇 년 전에 일이다.
뉴욕에서 네일 샵 을 운영하는 송 여사님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로 필자에게 상담 을 요청하시는 필자의 고객이시다. 그 무렵 뉴욕시의 네일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고나서 뉴욕에서 네일샵을 운영하시는 한인 교포 분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곤 하셨다. 언제인가 송 여사님 으로 부터 급한 상담요청이 들어왔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송여사님 가게 바로 앞에 대형 네일샵이 오픈한다는 소문이 있어 걱정으로 밤새 잠을 못 이루시다가 앞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를 크게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으신다.
필자는 송여사님의 사주팔자를 뽑아 놓고 운로를 세세히 살핀 다음 주역상 쾌(卦)를 신중히 짚어보았다. 需(수)쾌(卦)가 짚힌다. 수쾌의 덕은 기다림에 있다. ‘위험이 앞에 놓여 있을 때 사심 없는 충정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덕을 지닌다면 그 위험이 사라지고 광명과 함께 일은 순조로이 해결될 것이다. 결국 때가 올 때까지 위험이 제거된 큰 강을 건널 때처럼 크나 큰 일을 결행해도 좋을 것이다.’ 라고 풀이 될 수 있는 쾌상(卦象)이다. 이 쾌는 감(坎)과 건(乾)이 물과 하늘의 구상이기 때문에 수천수쾌(水天需卦)라고도 한다. 강건한 기상과 작용을 상징하는 乾(건)을 내 쾌로 하고 위험을 상징하는 감(坎)을 외쾌로 하고 있다.
需(수)란 기다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외쾌인 감(坎)의 험조가 앞길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내쾌인 건(乾)은 강건한 기상을 말한다. 따라서 ‘경건한 자세로 위험이 제거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위험에 빠질 염려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필자 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 보시면 일이 자연스럽게 잘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게를 빨리 처분하고 떠나야겠다는 여사님의 생각은 너무 앞서가는 결정인 것 같습니다. 차분하게 기다려보는 게 좋겠습니다.” 라고 하니 송여사님 걱정에 애가 타는지 잔뜩 근심서린 목소리로 “아휴! 법사님은 속편한 소리만 하시네요! 지금 밥줄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어떻게 속편하게 차분할 수가 있어요? 아무튼 가게를 급매로 내 놓으면 팔릴 운은 있겠어요? 그거나(?) 좀 봐 주세요! 아휴 속상해!” 라고 하며 필자에게 짜증을 내신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젊어서 일찍 청상과부가 되어 20여년을 이 가게에서 청춘을 다 보내신 송 여사님이시다. 죽자 살자 이 가게에 매달려 365일 휴식도 없이 열과 성을 다한 덕분에 2남 1녀 자녀들 모두 대학 졸업시키고 큰 아들은 의사로 작은 아들은 변호사 그리고 딸은 피아니스트로 키워낸 여사님이시다. 이 가게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목숨과도 같은 가게가 존폐의 위기에 몰렸으니 신경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 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좀 더 기다려 보시는 게 좋겠지만 굳이 가게를 처분 하시려 한다면 매매 운 은 올해 3-4월이면 들어오니 가게를 처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라고 하니 이 말에 다소 마음이 안정이 되는지 목소리의 흥분이 조금은 가라 앉는듯했다.
아무튼 너무 급하게 결정하지 마시라고 몇 번이나 완곡히 부탁을 하고 상담을 마쳤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재차 상담요청이 들어왔다. 하시는 말씀이 “가게를 막상 팔려고 하니까 매수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가게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거 져 먹으려고 하네요! 그 사람들도 우리가게 코앞에 큰 가게가 들어온다는 걸 들어서 인지 아예 인테리어 비용 정도만 쳐주고 날로 먹으려들어요! 어떡하면 좋죠?” 딱한 일이였다. 이렇듯 놀래서 흥분하여 팔딱팔딱 뛰는 송 여사님에게 태평하게 기다려 보시라는 말을 어렵지만 다시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송 여사님은 말도 안 되는 헐값에 가게를 처분하고야 말았다. 경쟁업체가 오픈하면 그나마 이 돈도 건질 수 없다고 하시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한탄을 하셨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필자도 바쁜 일과 속에 이일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얼마 전 역시 필자의 고객이시며 네일샵 을 운영하시는 송여사님 친구분인 강여사님이 필자와 상담을 하면서 송여사님의 소식을 전했다. “아휴! 그 친구 정말 안됐어요. 그 친구가게 바로 앞에 대형 네일샵이 들어온다고 난리가 났었잖아요? 그래서 놀란 그 친구가 부랴부랴 가게를 헐값에 처분하고 타주로 떠났는데 아니 글쎄 큰 변수가 생겼지 뭐예요! 앞에 들어서려던 가게가 공사 중에 건물주하고 시비가 붙어 재판을 하고 난리를 치더니 결국 가게 오픈도 못하고 손을 뗐나 봐요. 결국 가게가 들어오는 게 취소가 된 거지요! 송여사 가게 산사람만 횡재한 셈이지요.
나중에 이걸 알게 된 송여사가 펄펄뛰면서 매수자에게 계약취소를 요구하고 그게 뜻대로 안되자 돈이라도 좀 더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지만 아니 누가 미쳤다고 한 번 산 가게를 그것도 횡재하다 시피 산 가게를 도로 내 놓겠어요? 또 매매대금을 다 치뤘는데 이제 와서 웃돈을 누가 더 주려고 하나요? 송여사만 미친년(?) 된 거죠!” 안타까웠다. 자신의 분신 이다시피 한 자신의 청춘을 송두리째 바친 소중한 가게를 그렇듯 허무하게 강도(?)당하다시피 했으니 송여사님이 펄펄 뛸만했다. 그런데 나중에 소식을 들으니 다행히도 새로 거쳐를 옮겨 오픈한 새 가게가 그럭저럭 영업이 잘되어 송여사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고 하니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었다. 아무쪼록 지난 일을 잊어버리시고 건투 하시기를 지면을 통해 응원해 드린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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