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도사 죽도록 얻어터지다.
청나라 덕종(德宗)시대에 영험하기로 소문난 장(張)氏성을 가진 도사가 있었다. 천문과 역술 모든 방면에 능통했는데 특히나 측자(側字)에 능했다 한다. 어떤 마을의 선비 세 사람이 함께 북경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가다가 장도사의 소문을 듣고 장 도사를 찾아가서 자신들의 운수를 물어보기로 서로 합의한 뒤 그를 찾았다. 첫 번째 선비가 자신의 앞날을 묻자 장 도사는 글자하나를 써 보라했다. 무심코 수(囚)자를 쓰니 장 도사는 즉시 큰소리로 “축하합니다. 앞날이 대길합니다. 선비께서는 이번 과거에 급제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장원을 하게 될 겁니다.” 라고 하였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아부하는듯하여 첫 번째 선비가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장 도사 왈 “수(囚)자의 바깥은 나라 국(囗)자이고 안쪽에 사람인(人)자 하나가 있으니 나라에서 하나의 으뜸 한 인물이라는 뜻이니 당연히 이번 과거에서 일등으로 급제를 할 것입니다.” 라고 답변하였다. 두 번째 선비가 생각하기를 ‘그렇다면 나도 囚자를 쓰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하고는 수(囚)자를 똑같이 쓰고 자신의 앞날을 장 도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 도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하기를 “당신은 이번에 추가합격자 중 한명으로 뽑힐 것이며 성적은 제일 꼴찌일겁니다.” 라고 답했다.
두 번째 선비가 “아니? 똑같은 글자를 썼는데 왜 이 친구는 장원이고 나는 추가시험에 꼴찌로 붙는다는 겁니까? 그리고 추가합격자를 뽑는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합니까?” 라고 하며 다소 항의성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장 도사 왈 “당신은 囚자를 쓸 때 먼저 들고 있던 부채를 접어 책상위에 놓았으니 囚자에다 한 획 옆으로 보태면 인(因)자가 되므로 ‘한 사람으로 인해 일의 성사가 있다’로 해석될 수 있기에 겨우 말석(末席)에 끼어 들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선비께서 囚자를 쓸 때는 무심코 썼는데 당신은 내가 어떻게 답변할지 궁금하여 썼으니 유심(有心)이었습니다. 따라서 인(因)자 아래에 마음심(心)자를 보태면 은혜 은(恩)자가 되니 ‘누군가의 은혜가 있어 일의 성사가 있다’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과거를 보면 마침 서태후(西太后)의 생신축하를 맞게 되어 은혜를 베풀어 추가로 50명을 더 뽑는데 당신은 이 은혜를 입어 50명 중의 한 사람이 될 겁니다.” 라고 답했다. 마지막 세 번째 선비는 접은 부채를 책상위에 미리 놓고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글을 쓰지 않고 여러 글자를 섞어나 글씨들이 뒤섞여 있는 상자 속에 손을 넣고 이리저리 더듬다 한 글자를 뽑아냈는데 공교롭게도 수(囚)자가 잡혔다. 세 번째 선비는 매우 기뻐했다. 앞의 두 사람이 囚자를 썼는데 모두 급제한다 했으니 당연한 일이였다. “앞의 두 사람이 모두 囚자를 쓰고 장원이든 말석이든 아무튼 모두 급제한다고 하셨으니 저도 물론 예외일 수는 없겠지요?” 선비의 질문에 장 도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탄식하기를 “공명(功名)은 희망이 없습니다!” 라고 하였다.
세 번째 선비는 펄쩍 뛰며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장 도사 답하기를 “첫째, 당신이 직접 글씨를 쓰지 않고 글자 통에 손을 넣어 어떤 한 글자를 짚었으니 무심(無心)이었으니 마음 없이 과거를 잘 치를 수가 없고 둘째, 앞 사람이 접은 부채를 책상위에 놓았다가 아직 가져가기도 전에 당신이 또 접은 부채를 놓았으니 수(囚)자 위에 두 글자가 더해져 곤(困)자가 되었습니다. 즉 곤란할 곤 자이니 앞길이 막혀 아무 희망이 없다는 뜻입니다. 과거는 낙방하고 향후 앞길은 꽉 막혔으니 앞날에 아무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라고 하였다.
나쁜 소리를 들은 선비는 막 화를 내었다. “무슨 이런 엉터리 같은 점쟁이가 있어? 이놈아 네놈이 세치 혀로 그동안 얼마나 혹세무민을 하여 사람들에게 허명을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세 사람 중에 학문이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나이다! 동네 모든 이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고 저 두 친구도 그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네놈이 함부로 큰 뜻을 품고 과거보러가는 선비앞날에 재를 뿌려? 이놈 한 번 혼나봐라!” 세 번째 선비는 장도사의 탐스럽게 난 수염을 움켜쥐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런 무식한 난동에는 도사고 뭐고 아무 소용이 없다. ‘법보다 가까운 게 주먹’이라고 했던가? 장 도사는 그날 수염이 왕창 뽑히고 주먹세례를 수없이 받아 개망신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옆에 있던 두 선비가 적극 말려주지 않았다면 맞아 죽을 뻔했다. 이래서 예나 지금이나 역술가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나쁜 이야기를 해 줄 때는 애 둘러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그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역술인의 한계이다. 아무튼 세 선비는 과거에 응했고 첫 번째 선비는 장도사의 예언대로 장원을 하였다. 두 선비는 낙방을 하였는데 장도사가 예언 한대로 추가로 50명을 더 뽑는 시험이 있었고 두 번째 선비는 가까스로 꼴찌로 말석이나마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선비는 평소 셋 중에 실력이 가장 뛰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최종낙방 하고 말았다.
자신보다 실력이 없던 두 선비는 급제 하였는데 자신만 낙방하자 세 번째 선비는 크게 낙담하여 술로 세월을 보내다 술집에서 타인과 시비가 붙었고 술김에 화를 못 이겨 칼을 휘둘러 상대를 죽게 하는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살인범이 되어 결국 자신도 사형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장 도사는 여기까지 알고 있었으나 거기까지 이야기 했다면 아마도 장 도사는 그날 세 번째 선비에게 맞아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것이 ‘안다고 다 말할 수 없는 운명상담자의 한계’인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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