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시간
이글은 필자가 6~7년 전에 쓴 글이다.
불행은 갑자기, 겹쳐서 왔다. 의류납품 업을 하는 필자의 고객 신사장님에게 먹구름이 밀려 온 것은 재작년 가을 무렵부터였다. 전체 매출의 80%정도를 차지하고 있던 대형 의류업체가 갑자기 거래 중단을 통고해 온 것이 이때였다. 극심한 매 출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신사장님의 주력 생산품인 남성의류파트를 정리하기로 했다며 해온 통보였다. 눈앞이 깜깜해진 신사장님은 부랴부랴 필자를 찾았다.
이때 필자가 신사장님의 운을 짚어 나온 쾌(卦) ‘미제지규’ 의쾌였다. ‘쿄토기사 주구하팽’의 운이니 이를 풀어 설명하면 ‘만사가 뒤 틀린다. 사람의 농간으로 고통당한다. 갑자기 놀랄 일이 생기고 집안에 병마가 침노한다.’로 설명될 수 있는 악쾌(惡卦)였다. 필자 왈 “운이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절대 절명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악운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무조건 남은 것은 최대한 챙겨서 자중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선 납품업체로부터 의 미수금회수에 최선을 다하시고 경비를 무조건 최대한 줄이시면서 회사내부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관리에 주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충고해 드렸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는 말처럼 업친데 덥친격으로 서로가 연대보증을 했던 업체사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야밤 도주를 하는 사고가 겹쳤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남의 빛까지 물어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던 부사장이 독립해 나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거래처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한마디로 ‘죽어라! 죽어라!’였다. 그래도 어떻하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결국 파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 신장염에 걸려 인공 투석까지 받아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기저기 돈을 구하려고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 했으나 구하지 못했고 고리사채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매일 매일 회사와 집에 찾아와 난리를 치는 채권자들의 등쌀은 이를 악물고 버텨나갈 수 있었으나 악질 고리대금업자들의 압박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수치 스러웠다 한다.
신사장은 평소 아내와 금슬이 좋아 주위로부터 ‘잉꼬부부’로 불렸었다. 아내와 이런저런 의논을 해보았으나 대책이 없었다. 어디로 야밤도주라도 하고 싶었지만 정기적으로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딸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세 식구 함께 죽는 길 외에는 없다는 나쁜 생각을 하고 만 것이다. 차를 타고 세 식구는 빅베어 깊은 산속으로 차를 몰았다. 오랜만의 외출에 딸은 매우 즐거워했다. 차를 세우고 아내와 딸을 끌어안고 한없이 울었다.
“미안해 여보! 미안해 세연아! 못난 아빠를 용서해라!”
미리 준비해간 약병을 꺼내 놓고 약을 삼등분하여 나눠 쥐었다. 딸에게 “이제 더 이상 투석 받느라고 아프지 않아도 돼! 그동안 너무 아팠지? 이제는 좋은 곳에 가서 더 이상 아프지 말아라!”라고 하며 흐느끼니 어린것이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아빠! 엄마! 나 이거 안 먹으면 안돼? 많이 아파도 나는 살고 싶어! 엉 엉 엉!”라고 하며 눈물을 쏟아 낸다. 이 모습을 보니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듯한데 부인마저 “여보! 아무래도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우리는 그렇다고 쳐도 애까지 죽이는 건 이건 정말 잘못된 것 같아! 여보! 우리 다시 살아봐요! 네?”라고 한다. 결국 세 식구는 죽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나중에 신사장님에게 이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도 눈물을 쏟았다. 부인과 옥신각신 논쟁 끝에 천만 다행스럽게도 신사장님은 마음을 돌렸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한번 더 용기를 내서 부딪쳐 보기로 한 것이다. 정말 다행 이였다. 이렇게 마음을 돌리는 순간 문득 필자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 올랐다한다. ‘몇 년간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가 되겠지만 3년 정도만 있는 힘을 다해 이겨나가면 반드시 재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겁니다.’라고 했던 그 말에 의지해 보려 했다 한다.
‘밑져야 본전이니 아무튼 그 말을 믿고 다시 한 번 부딪쳐 보자’라는 마음으로 곤경을 헤쳐 나갔다 한다. 신사장님은 바닥에서 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채권자들에게는 자기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하고 반드시 재기해서 그 돈을 꼭 갚겠다고 한명한명 설득해 나갔는데 문제는 악덕 고리대금 업자였다.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씨도 먹히지 않았다. 아파서 다 죽어가는 딸을 어떻게 하겠다는 둥 이런저런 살벌한 소리를 해대고 처갓집까지 쫒아가 소란을 피우는 것은 물론 형제들 까지도 찾아가서 못살게 굴며 개망신을 주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 까지는 이를 악물고 참아냈으나 주위 부모 형제들까지 못 살게 굴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총으로 다 쏘아 죽여 버리고 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언젠가 초점 없는 눈동자에 헬쓱하고 까칠한 모습으로 필자를 다시 찾아와 의논 했을 때 필자는 적극적으로 경찰 당국에 신고할 것을 권유했다. 그냥 당하고만 있지 말고 증거를 미리 챙겨서 그 악질 고리대금업자 놈들을 고발하라고 했다.
결국 협박하는 소리를 몰래 녹음하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까지 받아서 이놈들을 고발했다. 죄질이 악질적 이어서였는지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고 이놈들은 죄다 줄행랑을 놓았다. 다행이 경찰이 무서웠는지 보복 행위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몇 년이 지난 뒤 신사장님은 멋지게 재기했다. 다행스럽게도 딸아이도 운 좋게도 신장을 이식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얻었고 회복 되었다. 이렇게 악몽의 시간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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