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때를 놓치면 개망신
소설가 이여사님 께서 필자를 방문하셨다. 십 수 년 전부터 거의 매년 찾아오셔서 필자와 이런저런 상담을 하고 가시곤 했는데 이번 방문은 한국으로의 영구 귀국과 관련된 문제 때문 이였다. 여사님은 30여 년 전 젊은 나이에 이곳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시던 남편을 사별하시고 자녀들을 홀로 키워 모두 교육시키시고 출가시킨 뒤 홀로 지내오셨다. 나이가 드셨음에도 소녀 같은 감성을 지니신 학처럼 고고한 인품을 지니신 분이다.
다행이도 시댁이 부유한 집안 이어서 남편이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하여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으셨다. 그동안 여러 편의 중.단편 소설과 주옥같은 시를 발간하셔서 문단에서도 인정받는 문학가였다. 홀로 지내시면서 처신도 깔끔하셔서 스캔들 한번 없었고 오로지 자녀교육과 작품 활동에 전념하신 분이기에 말 그대도 ‘학처럼 고고하게’늙어오셨다. 나이가 드시니깐 고향이 부쩍 그리워지고 한국에 있는 형제들의 정도 그리워 한국에 나가사시려는 마음을 굳히셨다한다.
귀국에 앞서 미국에 있는 재산을 정리해서 한국에 노후생활을 위한 부동산 투자를 해보려 하는데 이것에 별 문제가 없을지 와 관련된 문제로 필자와 상담 하기위해 방문 하셨다고 했다. 자녀분들도 이제 모두 안정되게 자리를 잡았고 이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 마음 편하게 막내 남동생이 살고 있는 첩첩산중 청송의 깊은 산골로 들어가 살며 생활비는 작은 원룸빌딩을 하나 매입해서 여기서 나오는 월세로 충당할 계획이라 하신다. 그러면서 틈틈이 한국과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게 꿈이라 하시며 조용히 웃으신다.
누가 봐도 부러운 은퇴였다. 필자가 가만히 여사님의 운을 살핀 뒤 주역상 쾌(卦)를 짚으니 돈(遯)쾌가 짚힌다. 돈쾌는 난세에 세상을 피해 물러나 운둔하는 뜻을 지닌 쾌상이니 여사님의 계획과 우선 일맥상통 하는 쾌였다. 돈쾌가 형통하다 함은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물러나 운둔함은 화를 면하고 도(道)가 형통하게 됨을 의미한다. 양의 기운의 바른 자리를 얻어 음과 호응하고 있으니 이는 시세의 변화에 부응하는 일이다. 적절한 시기에 물러남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다만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함엔 바른 자세를 지키는 것이 좋다는 단서가 따른다.
이쾌는 간쾌(艮卦)와 건쾌(乾卦)로 구성되어 있어 천산돈쾌(天山遯卦)라고도 한다. 쾌명인 돈(遯)은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며 숨는다. (遯은 은둔둔 으로 읽기도 한다)운둔한다는 뜻이다. 물러날 때를 알아 물러남이 아름다운 것이다. 필자는 이여사님의 은퇴를 진정으로 축하해 드렸다. 그러면서 예전의 롯데家의 행태가 떠올랐다. 나이가 94세가 되도록 물러나지 않고 재산분배에 관한 문제도 명확히 정리하지 않아 결국 아들형제 간에 큰 다툼을 불렀고 자기 자신은 재벌회장 역사상 유일하게 ‘망령 났나? 아니면 아직 정신이 온전한가?’에 대한 감정까지 받아야하는 개망신을 샀으며 결국 그룹전체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받았었다.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바닥부터 시작하여 롯데그룹을 일으키고 국내에까지 진출해 대성공을 거둔 입지전적인 인물이 이렇듯 말년에 개망신을 당하는 것을 보며 역시나 ‘돈이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세상에 알려진 신격호 회장의 사주는 이렇다. 1922년 8월 14일 (음력)이고 시는 불분명하다. 壬戌年 개띠가 己酉月 닭달. 乙巳日 뱀날에 태어난 命이다. 시를 모르니 관상으로 추측해 보건데 午時경으로 추정해 볼수있다. 이 사주로 보아도 재벌가의 사주로 손색이 없으며 관상학상 木 형의 관상을 보인다.
목형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키가 크고 체형이 곧다. 팔과 다리 손가락 발가락 다 길죽 길죽 하다. 대체적으로 계란형이며 미남형이다. 나무의 기운은 쭉쭉 위로 뻗어 올라가고 싶은 기상이다. 따라서 목형의 관상을 지닌 이에게 야심가가 많다 목형은 원래 재물 운이 박하다고 보는데 신격호 회장은 완전한 목형 관상과 체형이여서 반대로 재물 복이 넘치는 관상이다. (사주팔자에 있어서도 無財 사주가 재벌 사주로 통변되는 예가 많다) 목형이 뼈가 굵고 살이 쪄서 덩치가 크면 격이 낮은 관상으로 평가한다. 너무 말라도 허리와 등이 지나치게 얇아도 가난하다고 본다. 관상에 있어 목형은 시비걸기를 좋아해 싸움을 마다 않는다.
삼성 창업주 故이병철회장도 목형에 속한다. 주간동아 684호에 40년 넘게 관상을 봐온 유명 관상가 신기원씨가 국내 최고의 관상으로 신격호 회장을 손꼽은 바 있다. 아무튼 사람은 말년이 좋아야 하는데 말년에 평생 겪어보지 못한 개망신을 사게 되었으니 참으로 안스러웠다.
이게 다 물러날 때를 놓친 업보이다. 언젠가 롯데家 형제의 싸움이 시끄러워지고 언론이 앞다 퉈 이를 보도할 때 롯데호텔에 거주하는 신격호 회장을 한 방송사가 인터뷰 취재하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 신격호 회장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눈빛에서 이미 생기가 사라졌고 웃고 있는 천진한 표정에서 3-4세정도 되는 아이의 느낌을 받았다. 망령이 난 게 확실해 보이는데 무슨 정신감정을 한다고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 신격호 회장이 이 인터뷰에서 웃으면서 “100살까지는 일해야지요! 끄떡없어요!”하는데 참으로 안쓰럽고 가여워 보였다. 지애비를 이런 지경에까지 몰고 온 자식 놈들의 책임이 크다 아니 할 수 없다. ‘물러날 때가 오면 미련 없이 물러나야 망신당하지 않는다.’ 이 소리를 필자 또한 거듭 되새기게 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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