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관상은 사람의 안면이나 골격 수족 등의 형상과 기색, 안면의 표정, 음성 기타 신체거지 동작에 이르기까지 그 특징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과 심성을 파악하고 나아가 그 사람의 수명, 질병, 빈부, 귀천 등의 숙명과 현상 그리고 장래를 판단하여 피흉추길(흉한 것은 피하고 길한 것은 적극 맞이함)하는 법술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관상학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이조 시대의 뛰어난 유생의 관상설을 집약한 것으로 <지인명갑>이 있고 언문으로 쓰여있는 것으로는 <물형관상> 이라는 책이 있다. 조선시대 때 관상을 공부하던 사람들의 상서로는 진박, 희이 선생의 <신상전편> <상리형진> <마의상법> <신상수경집> 등이 있다. 조선에 있어서의 관상풍속은 고려시대 부터 성 하였는데 그때의 대신 복지공은 곧잘 사람의 용모로 그 인물을 간파 하거나 사람의 운명을 알아 맞췄다고 전한다.
또 정부수가 많은 군상가운데 장래 재상이 될 수 있는지를 간파 하였다는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이며 유생원 또한 이름난 관상가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상학 대가로는 정충신을 들 수 있는데 그는 광해군을 좌천 시키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던 충무공과 정금남을 보고서 훗날 옥가마를 맞이할 것이 틀림 없다고 예언 하였는데 과연 그대로였다. 또한 한죽당 윤임도 곧잘 관상을 보았는데 그의 손녀를 위하여 13세의 꾀죄죄하고 보잘 것 없는 고아를 데려다 손녀사위를 삼았다. 이에 딸 아이의 어머니 즉 며느리는 손녀가 아무리 가난한 과부의 딸이라고 해도 명색이 지체 높은 가문의 양반인데 이렇게 보잘것 없는 아이를 사위를 삼게 한다며 한탄 하였지만 시아버지의 주장이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이 지켜보게 된다.
훗날 윤임의 관상 본 것이 들어맞아 이 사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에 장원급제 하였으며 벼슬이 점점 높아져 영의정에 이르렀으니 자신의 딸이 정경부인에 오른 것을 보고 무척이나 기뻐하였고 돌아가신 시아버지께 너무도 감사했다 한다. 또한 이조 시대에는 남자 관상자 뿐만 아니라 여성 중에도 관상술에 능한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그 중에 문곡 김수항의 부인 나씨가 제일 첫째로 꼽힐 수 있다. 문곡 김수항의 부인 나씨는 상서에 조예가 깊고 직감이 매우 뛰어났는데 어느 날 딸을 위하여 사윗감을 물색하던 중 자신의 셋째 아들 창흡을 시켜 민씨네 댁에 가서 그 집 아들들을 만나보고 그 중에 적당한 인물이 있는지 골라 보라고 하였다. 이에 창흡은 누이동생 신랑감을 골라보려 민씨 댁 도령들을 만나 보았으나 모두가 성질이 급하고 모난 것 처럼 보여 돌아와 어머니에게 고하기를 "민가네 아이들은 모두가 성질이 급하여 못쓴다" 고하자 나씨 부인은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 의아해 하였다.
그 후 창흡은 이씨네 집에 가서 한 도령을 만나고 와서는 "이번에 정말 좋은 신랑감을 찾았노라" 하였다. 부인은 아들을 믿고 정말 그려려니 하였다가 혼례를 올리는 날 사윗감을 보고는 아들에게 "너는 눈은 있지만 눈동자가 없다." 고 심하게 나무랐다. 이에 아들이 "어째서 그러십니까? 저렇게 성질이 온순하지 않습니까?" 하니 나씨 왈 "온순 하기는 하나 수한이 삼십을 넘지 못할 상이다." 라고 대답한 뒤 얼마 동안 딸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큰 한숨을 내쉬며 "내 딸이 먼저 죽을 터이니 하는 수 없구나!" 라고 탄식하였다.
아들은 어머니가 이런 안목을 가지고 있는 지를 알지 못하였기에 왜 그러시나 싶어 의아해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민씨 댁 두도령 지재 민진후와 단암 민진원 형제가 놀러 온지라 창흡이 어머니께 알렸다. 이 두 도령을 살펴본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불러 크게 책망하고 탄식하면서 "너는 정말 눈동자가 없는 놈이다. 저 도령들은 모두 후세를 잇는 큰 그릇이 될 것이다. 저렇게 좋은 혼처를 놓치다니!" 하며 탄식하였다.
그 후 부인의 말대로 이씨 집 도령은 삼십을 못 넘기고 참봉으로 있다 요절하였고, 딸은 그보다 1년 전에 먼저 죽었다. 그리고 민씨 댁 두 도령은 모두 크게 출세하였다.
나씨 부인에게는 이러한 일화도 있다. 부인은 일찍이 비단 세필을 짜서 한 필은 지아비인 문곡 김수항의 관복을 만들고, 나머지 두 필은 깊숙이 보관해 두었다. 그 후 둘째 아들 농암 김창려가 과거에 급제하였을 때도 내놓지 않다가 넷째 아들 몽만 김창집이 급제 하였을 때서야 그 중 한필을 꺼내어 관복을 만들어 주었다. 또 그 나머지 한 필은 손녀사위 조 문명이 과거급제 하였을 때 관복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이 관복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가 정승이 되었다. 즉 정승이 될 인물들 에게만 자신이 짠 비단으로 관복을 지어주었던 것이다. 즉 남편인 김수항, 넷째 아들 김창집, 손녀사위 조문명 이 세명이 모두 정승에 이른 것이었다. 이처럼 부인은 관상으로 재기를 분별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관상을 전문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이들도 세상을 살다 보면 스스로 관상법을 익히게 된다. 이는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인연을 맺다 보면 ‘꼭 이렇게 저렇게 생긴 인물이 사기를 친다거나 이렇고 저렇게 생긴 사람이 정직하고 선하다’ 라는 식의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 의해 이른바 ‘사람 보는 눈’이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인생 경험이 많은 이 일수록 나름 사람 보는 눈이 발전했다 할 수 있다. 사람나이 40이 넘으면 그 사람 스스로 자신의 관상을 만들어낸다. 맑고 청아한 인생을 산 사람의 경우 얼굴의 기색이 밝고 눈빛이 맑다. 어지럽고 더러운 삶을 살아온 사람은 얼굴의 기색이 어둡고 눈동자에 탁한 기운이 가득하다. 그리고 움직이는 자세, 태도 에서도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처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살이 속에 사람을 겪다 보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 사람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그러하다. 음성으로도 그이의 성정을 파악해볼 수 있는데 목소리나 이야기하는 톤을 보면 그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따라서 멀리 타주에서 전화로 문의를 해오는 경우 목소리만으로도 그이에 대해 대강 파악이 되는바 이는 필자 같은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인생경험이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다 가능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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