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가 너무 강한 집터
일전에 3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함께 필자의 상담실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미용과 관련된 제품과 원료를 판매하는 업에 부부가 함께 종사하고 있었는데, 두 부부다 매우 근면하고 매사 일에 긍정적이고 진취적 인데다 최근의 운마저 따라 주어서 미국에 이민온지 6~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탄탄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두 분이 필자를 찾은 이유는 이제 어느정도 기반을 잡았으니 다른 사업에도 한번 진출해 볼까 해서였는데, 마침 갈비집을 운영하던 남편분의 친구 한 명이 어떤 사정으로 인해 동부쪽으로 거처를 옮길 수 밖에 없어 이 식당을 처분하려고 하는데, 매상과 수익이 매우 좋았던 이 가게를 모르는 사람에게 넘기기에는 조금 아까워서 이왕이면 지인에게 넘겨주기를 원하던 차에 서로가 이야기가 되어 새롭게 갈비집을 운영해 보려고 하는데 이 새로운 사업이 괜찮겠는가 하는 다소 걱정스런 마음에 친구의 소개를 받고 필자에게 문의차 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필자가 두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기둥을 세우고 세심히 이 부부의 운을 분석하여 주역상 쾌를 뽑아보니 절지둔의 쾌가 나왔다. '근피조구장만하면' 의 운이라! 즉 '작은 것 구하려다 큰 것을 잃고 큰 것 구하려다 소나기를 만나게 되는 운이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옛 것을 지켜라.' 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명리학상 이 부부의 운을 살펴보아도 상담 당시의 운이 극히 저조하며, 남들보다 빨리 성공을 이루나 이 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40이 넘어야 진정한 성공이 오게 되는 운이어서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은 좋지 않게 나왔다.
또한 최근에 이분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학군이 좋다는 오렌지카운티 모 지역에 집을 구입하여 이사를 했는데 그 집터를 분석해보니 화기가 충천하여 화마의 해를 입을 수 있는 흉터로 나와서 더욱더 불길 한데다 이들 부부의 사주가 화성이 흉신이자 기신이어서 갈비집의경우 불을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니 그 불안함은 더욱 가중된다.
필자 왈 "근면을 바탕으로 일찍 성공하시는 운입니다. 허나 지금 시점이 매우 불안한 시기입니다. 새로운 사업은 매우 불길하고 이사하신 터마저 화기가 충천하여 더욱더 그러합니다. 새로 이사하신 집터의 경우 화기가 매우 강한 터인데 만약 사주 속에 화기가 용신이나 희신으로 작용하는 사주구성일 경우 그 터가 크게 발복하는 터가 되겠지만 두 분의 경우 오히려 그 화가 흉신이니 악 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다소 번잡함이 있더라도 그 터에는 머물지 말고 이사 하시는 게 좋겠고, 새로 하시려는 갈비집도 화가 강한 업종이니 역시 두 분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절대로 인수해서는 안되리라 판단 됩니다." 라고 하니, 이 두 부부 매우 당황해 하며 벌레 씹은듯한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덜어 보고자 필자를 찾은 듯한데 혹 떼려다 혹 붙인격이 되었으니 그 심정이 백 번 이해가 되었다. 허나 운명상담 이라는 것이 상대방을 안심 시키거나 무조건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운이 흉하게 나올 경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고를 해주어야만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인상을 찌푸리고 고심하던 눈치더니 남편분이 하는 말이 "어쩌지요? 친구에게 인수하기로 비록 구두로나마 약속을 했고, 친구는 내 약속만 믿고 이사 준비가 시작 되었는데... 또 금방 이사한 집을 또 어떻게 옮긴단 말입니까?" 하더니 한숨을 내쉰다. 상담중에 상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경우 필자도 마음이 편치 못하나 필자가 어떻게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딱한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튼 그 상담이 있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이 부부가 필자를 다시 방문하였다. 필자가 워낙 상대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 편이고 수없이 많은 이들을 상담하다 보니 사실 상담했던 분들을 일일이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서 처음에는 이분들을 기억하지 못했으나 전에 방문 했었다고 하며 상담내용을 이야기하자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필자가 "아~ 그때 그 분들이시군요. 갈비집은 인수하지 않으셨지요?" 라고 물으니 잠시 망설이다. "선생님 충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상황도 어쩔 수 없었고요. 사실 갈비집을 인수하고 난 뒤 영업도 잘 되어서 선생님의 충고가 다 쓸 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손님 하나가 저희 집에 왔다가 종업원 실수로 얼굴에 크게 화상을 입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시집도 안 간 아가씨인데 그 아가씨 부모님들이 길길이 날뛰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제 망하게 생겼는데 어쩌면 좋습니까? 선생님?" 하고 이야기 하는데 뭐라 충고해 줄 말이 없어 진땀을 흘렸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담을 수도 없는 법, 그렇다고 당신은 이제 망할 운만 남았다고 이야기해 줄 수도 없어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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