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인생살이
김여사님은 50대 초반의 여성이다. 어려서 양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불행중 다행으로 할머니가 포목점을 하면서 경제적 기반을 지니고 있던 터여서 경제적 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노상 마음 한구석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텅빈 자리가 존재했다.
대학 졸업후 캠퍼스 커플로 지내던 학교 선배와 결혼을 하였고 아들하나 딸하나 두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가족모두 야외 나들이를 가던중 큰트럭과 충돌 사고가나서 부부는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아들 딸은 사망했다. 그나마 온전한 것은 김여사 뿐이였고 남편은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대수술 끝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죽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고 이를 악물고 살아 보려고 용기를 내 보았으나 불구가 된 남편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노상 술로 세월을 보내다 결국 목을메고 말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겨준 재산이 있어 그돈으로 지방의 작은 여관을 구입해서 운영을 시작했다. 영업은 그럭저럭 잘 되었고 옛날의 고통을 잊고 평상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사내를 만났다. 몇달에 한번씩 들려 며칠씩 묵고 가곤하던 사람이었는데 건축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상처하고 혼자 지내고 있다는 그사내가 은근히 마음에 끌려 다른 손님보다 더 신경을 써주었고 둘은 이를 계기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결국 이사람과 재혼하게 되었고 몇년을 재미나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본처라는 사람이 한 아이는 업고 두아이는 걸려서 여관에 찾아왔다. 아이셋에 처 까지 있던 사람 이었던 것이다. 결혼 신고를 차일피일 미루던 남편이 조금은 이상 했었지만 이런 기가막힌 사태가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김여사는 자신의 팔자려니하고 체념하려 하였으나 여관을 자신도 모르게 사채 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큰 빛까지 지어놓은 것을 알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언제 자신의 인감 도장이며 신분증등을 가져가서 이런짓을 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 이였다. 남자를 사기 결혼및 재산 사기죄로 고소하였고 남자는 구속되었다. 그래도 양심은 남았던지 울면서 용서를 비는 남자를 보내면서 김여사도 많이 울었다.
한국이 너무나 싫어져서 고교및 대학 동창중 제일 친한 친구가 사는 미국에 이민 오게 되었다. 대학졸업후 바로 미국에 이민와서 살던 김여사의 단짝 오여사는 미국에서 주유소 몇곳을 운영하며 골프장도 가지고 있는 큰부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 오여사가 김여사에게 한국에서 지지리도 궁상 떨지말고 넓은 미국에 나와서 재미나게 살아 보라고 성화여서 몇번 미국을 방문 하였다가 기후도 마음에 들고 한국도 여러가지 일을 겪다보니 진절머리가 나서 이민을 결심하게 된것이다.
미국에 이민와서 처음 1년은 그냥 놀았다. 친구 오여사와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쉬다보니 몸과 마음이 안정 되었고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여사가 김여사에게 충고하기를 이곳 미국에 처음 이민와서 판단을 잘못하면 투자하는 돈 날리기 쉽상이며 이런 이민 초보자를 노리는 사기꾼들도 득실득실하니 조심해야 한다며 차라리 자신의 사업에 투자해 놓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게 어떻겠냐며 이자만 가지고도 생활은 될수있게 해 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었고 김여사는 고마워서 그렇게했다. 그런데 그렇게 돈이 건너간지 몇달 안가서 오여사가 뱅크럽시를했다. 부도내기 얼마전 알고도 자신의 돈을 사취한 것이다. 알거지가 되었다. 눈물조차 메말라서 웃음만 나왔다.
다시 시작했다. 바닥 생활부터 밤낮없이 일했다. 너무 몸이 고되니깐 잡 생각이 나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어 갔고 돈도 모이기 시작하여 점점 쌓여갔다. 혼자 몸뚱아리 하나인데 돈 쓸일도 없었고 또 돈쓸 시간도 없었다. 이렇게 몇년이 흐르자 작은 식당을 시작할수 있었고 조금씩 식당 규모를 늘릴수 있었다. 이러는 사이 나이 50이 넘었다.
필자가 김여사를 면담한것은 올초였다. 자신의 수명을 알고싶어 필자를 찾아 왔다한다. 기토일주가 냉기가 강한 축월에 태어났고 토를 극하는 목이 많은 사주여서 위장에 탈이나기 쉬운 구조여서 위장에 이상이 생기기 쉬우니 극히 조심 하시고 또 지금 시기가 발병하기 쉬운 때이니 병원에가서 내시경을 꼭 해 보시라고 하니 벌써 검사 받아 보았고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한다. 그러면서 담담히 한 넉두리가 전기한 내용이다. 김여사님은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도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것도 다 제팔자지요 뭐! 한세상 이렇게 살다가는 거지요. 그런데 제가 한 3년만 더 살수 있다면 좋겠어요 1년은 남을위해 봉사하고 1년은 여행좀 다니고 싶고 나머지 1년은 영어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바빠서 여지것 영어공부 한번 제대로 못해 봤거든요 하며 쓸쓸히 웃으신다. 참으로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여성과의 면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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