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터에서는 1년을 못넘길 겁니다.
일전에 50대중반의 여성분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자신의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고 하며 자신의 비즈니스 운을 중심으로 감정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분의 사주기둥과 운의 흐름을 세우고 나서 현재 닥친 세부적인 운의 흐름을 분석하기 위해 주역상 쾌를 잡아 보니 '수지정'의 쾌가 나왔다. 이를 풀어보면 ‘희망으로 시작한 어떤 일에 더러운 비가 내려 내 몸을 적시니 오도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에 처하는 운'이다. 즉 최근에 어떤 변화를 시도 하였음을 알 수 있고 그 변화가 뜻과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아 큰 난관에 처할 운이었던 것이다.
필자가 "여사님 운의 흐름을 보니 최근에 어떤 사업을 시작하신것 같은데 뜻하신 바 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큰 곤란을 겪고 계신 것으로 보이는데 하시는 일이 혹시 식당업이 아닙니까? 특히 불을 많이 다루는 식당일것 같은데........" 라고 하니, "예 맞습니다. 갈비집을 얼마 전에 시작했습니다." 라고 답한다.
"여사님 그 영업장의 주소를 알려 주십시요. 그 주소와 여사님의 운의 흐름을 비교해서 그 터를 한번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니 사업장의 주소를 말하신다. 이 터의 위치와 번지 방향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오행상 그 터의 쾌를 짚어보니 터의 기운이 센 터로 진단 되었고 이를 오행의 배합으로 분석해 보니 ‘풍전등화격' 의 터라 운도 나쁜데다가 터 마저 흉터에 위치 하게 되어 설상가상격 운이었다.
필자 왈 "여사님! 여사님의 운도 저조한데 다가 터마저 흉터를 잡았으니 참으로 난감한 운입니다. 제가 쾌를 잡아보니 이곳에서는 운을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이 터에서 후퇴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입니다. 운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손실이 점점 커져서 회복 불능의 상태에 까지 빠질 수 있습니다." 라고 하니 이분 당황한 표정이 역력해지며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선생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올해 초에 사업을 시작할 때 와서 먼저 선생님께 물어보고 일을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제 늦어버렸으니 어쩌지요? 가게 시작하고 처음 몇 달간은 처음 자리를 잡는 기간이니까 적자를 보는것은 어쩔 수 없다고 느긋하게 생각하며 애써 위안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는 기미는 없고 점점 파리만 날리고 있으니 열명이 넘는 직원들 월급이며 가게가 크다보니 임대료도 엄청나서 매달 꼬라박는 돈이 어마어마 합니다. 더군다나 처음가게 시작할 때 남편이 말리는 것을 제가 고집을 부려 일을 벌린 참이어서 이문제로 남편과의 사이도 갑자기 나빠져서 이혼 이야기도 오가고 있어 선생님 말씀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에 있는 처지입니다. 마침 저희집 주방장 아주머니가 선생님께 여러 번 상담을 한일이 있다고 하며 한번 찾아 뵙고 의논해 보라고 소개를 해주어 이렇게 찾아오게 됐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부탁입니다." 라고 간곡히 말씀하신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주워담을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 이었다. 운이 이렇게 나쁜 경우 터라도 좋은길 터라면 운이 좋아지는 시점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이 있으련만 터마저 흉터이니 어찌해볼 도리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임상을 하다보며 느낀 점은 운이 나쁠 때는 거의 틀림없이 터를 잡아도 흉터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극히 적은 확률의 예외적인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는 그러했다.
필자 왈 "여사님! 이 터에서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해결책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어떤 방법을 쓰던 간에 무조건 이 터에서는 빠져 나와야 합니다. 한번 은밀히 알아 보십시요. 이 터에서 사업을 시작한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고 이 터를 떠났을 겁니다. 물론 이 터를 잡은 사람들의 운이 이 터를 잡는 시점이 악운기였을 것도 틀림 없겠구요. 최저의 가격으로라도 빨리 정리를 하시는게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입니다." 라고 하니 "아이고! 역시 그렇군요. 알아볼 것도 없이 제가 이 터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제가 이 지역 토박이여서 이 터가 유독 자주 주인이 바뀌고 업종도 수시로 바뀌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가게 위치나 목이 참으로 좋은데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이템을 잘못 잡아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을 했구요. 제가 제 자신을 너무 과신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여러 업종의 가게를 해보았지만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서 제 자신을 너무 믿었습니다. 잘 안되는 가게를 인수해서 매상을 올려서 웃돈 받고 넘기거나 새로 셋업해서 넘기는 일로 제가 그동안 재미를 많이 보아왔기에 이번에도 다소 무리를 해서 시작했는데 역시 안되는 터 라는게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어떻게든 빠져나와야겠군요. 그러면 손해가 너무 큰데 이를 어쩌나......" 하며 울상이다. 하지만 운명상담이라는 것이 무조건 희망을 주는 립 써비스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어쩌랴! 괴롭지만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해주는 수밖에.........
그 후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여성분은 그 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뜻대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늪지에 빠지신 것 마냥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듯이 적자의 폭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가게 계약 기간이 있어서 가게를 포기하고 나올 수도 없었다 했다. 5년 기간의 리스계약이 있어 만약 가게를 문닫고 나온다 해도 남은 몇 년간의 리스를 건물주에게 일시에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고 건물주에게 사정을 해 보았으나 지독한 쥬이시 건물주 여서 이마저도 여의치 못했다 한다. 또한 백 만불 가까이 투자된 가게를 그냥 포기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파산하고 가게를 포기한다 해도 다른 재산에 차압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 년을 지독히도 고생 하다가 이 문제로 인해 가정 풍파수까지 겪어 이혼하고 결국 파산했다 한다.
악 터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라 했다. 큰돈이 오고 가는 모험인 사업에 있어 모든 것을 확인하고 재차 또 확인하고 하며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이른바 ‘터가 센 곳’ 에 잘못 들어가면 심한 경우 생명을 잃거나 건강을 잃을 수 있고 최소한 가정풍파나 금전적 파산 등의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확인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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