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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전화위복(轉禍爲福)

2022.05.13

 



                               전화위복(轉禍爲福)

   

  오래전 이야기 이다.                                                                                   

40여 년 전쯤 70년대 중반 미국에 이민 오신 송 할머님은 미국에 오시기 직전 큰 사기를 당했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한 섬이 관광지로 크게 개발되고 연육교도 생길 예정이어서 땅값이 크게 뛸 것이라는 부동산업자의 말에 속아 거의 전 재산을 들여 땅에 투자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 거짓이었고 땅도 부동산업자가 미리 사놓은 것을 열배 가까이 속아 산 것이었다. 업자를 즉시 경찰에 고소했지만 당시에는 부동산 미등기 전매에 대한 법이 없었고 이런저런 개발계획을 들은 것도 업자의 입만을 통해 들었을 뿐 증거가 없어 처벌할 수도 없었다. 부동산업자는 “내가 사놓은 땅을 다소(?) 비싸게 팔아먹었다고 죄가 되느냐? 다 내 능력이지!” 라고 하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배타고 한참 들어가야 하는 섬에 있는 쓸모없는 임야 수 만평을 처리할 길도 없어 속을 태우다가 미국에 건너오게 되었고 하루하루 쉴 틈이 없는 바쁜 이민생활 속에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 고국소식을 들으니 그 섬 일대가 들썩들썩 한다고 했다. 큰 개발 사업이 벌어진다는 이야기였는데 사는 게 바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그냥 지나치고 또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곳에 공항이 생기고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하자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아 상상도하기 어려운 큰돈을 주겠다며 어찌 알아냈는지 한국에서 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처음에는 실감이 안가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는데 사실이었다. 화(禍)가 복으로 바뀐 것이다. 송 할머니께서 한국에 있는 땅 처분 문제로 필자를 찾아와 물으 신다. 


“미국생활도 열심히 한 덕에 돈도 어느 정도 벌었고 노후걱정은 없는데 하늘이 이런 복까지 주셨으니 이 땅을 팔아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싶습니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정말 훌륭하신 생각을 하신 것이다. 예전에 사기당한 것이 오히려 복이 되어 돌아온 예라 할 수 있다. 송 할머님의 사연을 들으니 <조선 민담 집>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옛날에 중국을 왕래하는 큰 상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판단의 실수로 대실패하여 겨우 남은 약간의 돈을 가지고 조선에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 조금 남은 돈으로 재기하여야 하는데 마땅한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들으니 평양에 유명한 점쟁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갔다. 상인이 “어떤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겠소? 이번에 또 실패하면 나는 죽는 길 밖에 없으니 꼼꼼히 좀 보아주시구려!” 라고 하자 점쟁이는 “먼저 3천 냥의 복채를 내시요!” 하였다. 상인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돈 3천 냥을 내놓았다. 그랬더니 이어서 “3천 냥을 더 내 놓으시오. 3천 냥을 더 주지 않으면 점을 칠 수가 없소!” 라고 하며 배짱을 부렸다. 괘씸했지만 어쩔 수 없이 3천 냥을 더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점쟁이는 상인에게 3일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돌아와서 3일 후에 찾아갔더니 커다란 종이 뭉치를 주면서 “이것을 지금 풀어보면 안됩니다. 충청도 계룡산 밑에 가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큰 잔치를 열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것을 펴 보이시오. 그리고 이것을 중국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시오.” 라고 일러주었다. 하여 그 상인은 점자가 일러 준대로 큰 잔치를 열기로 하고 그 일대에 소문을 내었다. 잔치를 벌려주고 중국에서 가져온 소중한 것도 나누어 준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게 모였고 잔치가 끝나갈 무렵 종이뭉치를 내 보이며 이것이 중국에서 가져온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어떤 귀중한 문서인가 하고 그 종이 뭉치를 하나하나 펼쳐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모두가 백지뿐이었다. 다만 마지막 남은 한 장을 펼쳐보니 거기에 阿彌陀佛(아미타불)이라는 넉자가 씌어 있을 뿐이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상인을 발로차고 주먹으로 치면서 ‘아미타불? 아미타불?’ 하고 소리치며 놀려대었다. 상인은 거기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에게 흠씬 얻어맞고 기절해 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 밤중이었다. 그런데 돌연히 긴 수염을 기른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리고 그대는 누구인가?’ 라고 물었다. 상인은 너무도 억울해서 점쟁이에게 속은 이야기를 노인에게 소상히 들려주며 신세를 한탄하였다. 


그러자 노인이 큰절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귀하는 나의 큰 은인 이시요! 나는 이 산을 지키는 신령인데 잘못을 저질러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천상에 불려가 갇히게 되었소. 상제께서 재판 하시기를 오늘 안으로 계룡산 밑에서 <아미타불>이라는 소리가 수천 번 들려오면 나의 죄를 용서하겠고, 그렇지 않으면 오늘 안으로 사형에 처한다고 하시매 꼼짝없이 죽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이 산에서 아미타불 소리가 끝없이 들려오는 것이었소. 하여 이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소!” 라고 하더니 금송아지 한 마리를 보답으로 주었다. 상인은 점쟁이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거꾸로 큰 부자가 된 것이다. 사기를 친 점쟁이는 상인이 사람들에게 맞아 죽으리라 예상하고 명복을 빈다는 식으로 조롱조로 맨 마지막 종이에 아미타불이라고 적어 놓은 것인데 이것이 상인에게 발복을 주게 된 것이다. 


송할머니가 부동산 사기꾼에게 속아 산 땅이 나중에 할머니를 어마어마한 큰 부자로 만들어 준 것이나, 점쟁이 사기꾼이 상인을 속여 오히려 큰 부자로 만들어 준 것 까지도 모두 運(운)에 따른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사람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해를 주어도 運(운)이 따라 준다면 그것이 복으로 바뀔 수 있고 누군가 나를 도우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나에게 害(해)가 돼서 돌아오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나의 運(운)이다. 예전에 미국에 오기 전 필자는 강남에 50평대 되는 APT를 소유한 적이 있었다. 당시 3억5천 정도를 받고 도미(度美) 전 팔고 왔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보니 몇 십 억도 넘는 가치가 되었다. 미국에 와서 십 수 년 간 열심히 번 돈 보다도 엄청나게 큰돈이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을 가진 교포 분들 여럿이다. 다 운(運)에 따른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다’는 말이 필자에게 해당되는 말 인듯하나 전혀 아쉽지 않다. 이것도 다 필자의 팔자인 탓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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