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입시 고시장.
희주는 S 대학교 정문앞에서 손을 호호 불며 서 있다.
희주: 참 한국은 이렇게 어렵구나. 이 추운 날씨에 대학교 입시라니. 이 한번의 시험으로 대학을 결정하다니. 정말 어렵고 힘든 시험을 치르는 날이야. 오늘이.
영서와 효식이 함께 혼자 서 있는 희주를 보고 달려온다.
영서: 희주야 너 여기 어떻게 왔어? 아침에 일찍 나가길래 무슨 약속이 있는 줄 알았지.
희주: 응. 나 학습실 옆에서 공부하던 오라버니.
효식: 어머 희주. 너 그 오라버니에게 관심이 많구나?
희주: 뭐? 관심^^ 그게 뭔데.
영서: 희주가 이런 경험은 처음일 거야. 그래서 흥미로워서 그러는것이지?
효식: 그렇겠다. 미국은 이렇지 않을테니까.
희주: 그 오라버니 지금 시험 잘 치르고 있겠지. 내가 들었는데 이렇게 큰 엿을 붙여야 한다고 해서 사 갖고 왔는데. 만나지도 못하고 내 손에 붙였다.
영서: 정말 희주는 모르는게 없다. 미국에서 온 애 같지가 않아. 그렇지 않니 효식아.
효식: 그 오라버니 어떤 사람인지 부럽다. 희주의 이런 애뜻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영서: 우리는 효식이 너 오빠 응원 온거잖아. 너 오빠도 이 학교 원서 넣었잖아. 지금 시험 잘 치르고 있겠지.
효식: 붙어야 하는데. 아 오늘 그런데 정말 춥다. 따뜻한 오뎅 국물 먹어야겠다.
희주: 참 너희들 걱정도 안 되나봐. 너 오빠 이 학교에서 시험 본다며.
효식: 희주야 우리 저기 가서 같이 오뎅 먹으면서 몸 좀 녹이고 기다리자. 이러다 너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영서: 그러자. 그게 좋겠어. 건강 먼저 챙기자. 희주 너 많이 추워 보여. 한국 오자 마자 감기 걸리면 안돼. 자 어서 같이 가자. 그리고 끝날 때 쯤 다시 오면 돼.
효식: 희주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 이리와. (희주의 손을 잡고 ) 어머 손이 많이 차갑네.
영서: 우리 어묵 먹고 장갑 사러 가지 않을래? 저기 오다 보니까 장갑 파는 리어커 있더라.
어묵을 호호 불며 마음을 녹이고 손을 녹이며 조마한 마음을 진정 시킨다.
그리고 오르막길을 내려오며 예쁜 장갑을 손에 끼운다. 또 하나의 장갑을 손에 잡고 포장을 해 달라고 한다. 영서도 효식도 희주도 장갑을 따로 포장한 것을 들고 나온다.
영서: 희주야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운 날이 언제인지 아니?
희주: 왜, 그게 따로 정해져 있어? 그 해를 지나봐야 아는 거 아니겠니.
효식: 바로 오늘이야. 매년 대입고시를 치르는 날이면 몸과 마음이 제일 춥지. 거기다가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오늘같이.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춥다 생각지 않았잖아? 우리.
희주: 그렇긴 하다. 정말 어제는 이렇게까지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 많이~~많이 춥다.
영서와 효식이 희주를 따뜻하게 옷매뭇시를 덮어주면서 희주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입시추위의 추억을 담게한다.
그러다보니 영서 자신은 몸이 아파오는 것을 잊고 왠지 식은 땀이 흐르는 것 같았지만 무심코 지나간다.
함께 몇 발자국 걷다 보니 눈 앞에 있는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고 점점 걸을때마다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영서는 효식의 이름을 부른다.
영서: 효식아 잠깐만 쉬었다 가자.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발도 시리고 걷기가 힘든 것 같아.
효식: 그래. 나도 그래. 우리 저기 백화점 안에서 잠시 쉬자.
희주: 어머 영서 얼굴이 핏기가 하나도 없어. 많이 아픈 것 같아.
영서는 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스르르 힘없이 주저 앉는다.
희주는 너무 놀라 영서를 붙잡고 어찌 할 바를 모른다.
효식이 쓰러지려는 영서를 잡고 두리번 주변을 살펴 보다가
효식: 희주야 영서를 업어야 할 것 같아. 도와줘. 내 등에 영서를 기대게 해 줘.
희주: 어머 어떻게. 너 혼자서 영서를 업고 갈 수 있겠니?
효식: 어떻게든 해 봐야지. (등에 영서를 업고 일어나려는 데 힘이 딸린다.)
희주: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발을 동동 구른다.)
이럴땐 남자가 있어야 하는데 누구 없나! (사방을 급한 마음으로 살펴 보는데 어느 남자가 뛰어 온다.)
희주는 그 뛰어오는 사람을 보더니 금새 밝은 웃음을 얼굴에 띄우고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어머 어서와. 나하고 텔레파시가 통했어. 하나님이 보내 주셨나?
강산이 당황한 기색으로 효식에게로 온다.
강산: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업어야 겠다. 여기 근처 병원이 어디지?
효식: 저기 S 대학교 병원이 있어.
강산: 그러네. (영서를 업고 껑충 껑충 뛰다시피 병원에 들어선다.)
희주와 효식은 영서가 치료 받는 것을 지켜보며 영서가 안정을 찾게 되기까지 영서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강산이 병실로 들어온다.
희주: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그래? 왜 그런거래? 큰 병은 아니지?
강산: 아침에 먹은 것이 체해서. 급체를 한거래. 날씨도 춥고 소화 시키기에 힘들었나봐.
효식: 다른 것은 없고?
강산: 응. 괜찮대. 몸도 녹이고 안정 되면 된데.
희주: 휴우 다행이다. 나는 영서가 이런 적은 처음으로 봐. 항상 건강해서 오늘 정말 놀랬어.
효식: 그런데 희주야. 지금 시간이 저녁인데. 너 그 오라버니 못 만나서 어떻게 해.
희주: 하는 수 없지. 영서가 이렇게 아픈데.
너도 오빠 기다린다고 했잖아.
효식: 참 강산아 너는 여기 어떻게 왔어? 집이 이 근처니?
강산: 오늘 대입 고시 날이어서 한번 와 봤어. 나도 내년이면 이런 날을 경험해야 하니까.
효식: 참 다행이야. 네가 와서. 다른 대학교도 아니고 이곳에서 너를 만나게 돼서.
강산: 영서는 언제 깨어날련지.
효식: 콘서트때 아무 일 없겠지. 영서 없으면 안되는데.
희주: 음식 먹는 것 내가 잘 챙겨야 하겠어. 오늘처럼 체하지 않도록.
효식: 오늘 희주 많은 것 경험한다.
희주: 그러게말이야. 강산, 집은 어디야?
강산: 내가 어디라 하면 알까? 이 근처에 살기는 하지만.
영서가 살포시 눈을 뜨며 머리를 가다듬는다.
영서: 얘들아 미안해. 내가 너희들 힘들게 했지? 나 여기 병원까지 데리고 오느라고! 누가 나 업고 온 것 같은데. 효식이 너였니?
효식: 아니야. 건장한 행인이 그때 짱 하고 나타났어.
희주: 어 어디갔지 조금까지만 해도 여기 같이 있었는데.
영서: 연락처는 받아 놓았지? 인사라도 해야 할 텐데.
효식: 자주 볼 텐데 뭐. 큰 이변이 없는 한.
영서는 후훗 웃으며) 효식아 너 옆집에 사는 아저씨같이 말한다. 그렇게 친근하게 말이야.
희주: 왜 아무 말 없이 갔을까! 이 근처에서 산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