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놀이동산
영서: 날씨는 추운데 사람들은 안 추워 보이네. 오늘 오길 잘했다.
희주: 영서야 고마워. 나 아빠랑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어서.
영서: 내가 뭘 했다구. 나야말로 너에게 고맙지.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타고.
희주: 아빠 우리 저쪽에 있는 백마 타요. 영서야 같이 가자.
영서: 아니 너랑 아빠랑 같이 타고 나는 저쪽으로 갈게. 바이킹.
희주: 너 혼자 타려고?
영서: 너는 백마타고 와. 나 먼저 가서 타고 너 오면 또 타지 뭐.
희주: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자. 나 먼저 아빠하고 간다.
영서는 희주가 아빠랑 같이 백마 타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바이킹 있는 곳으로 간다.
바이킹을 타려고 줄서서 기다리다가 입구쪽을 보게 되는데
아는 듯한 얼굴이 보인다.
혜선이 뛰어오며 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와서 멈추더니 무릎을 잡고 숨찬 표정으로 뭐라 말을 한다. 그러고는 다시 뒤돌아 뛰어간다. 뒤돌아 뛰어가는 모습을 한참 쳐다 보던 그 남학생은 뒤돌아 가다가 머뭇하더니 다시 입구를 들어온다.
뭔가 어떨떨해 하는 표정으로 영서가 서 있는 곳으로 가까이 온다.
영서는 그 모습들이 재미있어 계속 지켜보다가 자신이 서 있는 곳까지 가까이 오는 그 남학생을 보고 ‘휙’ 뒤돌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뭐야. 웬일로 여기에 온 거야! 혜선이와 둘이 만나는 사이?
그래서 그때 그렇게... 아니지.
내가 왜 피하려고 이러지? 내가 뭐 어때서!”
영서는 얼른 바이킹 타는 안쪽으로 들어가 바이킹 맨 뒷좌석에 앉는다. 파란 목도리로 얼굴을 꼭 감싸면서.
이날따라 맨날 검정 교복만 입고 나타났던 그애 였는데 오늘은 화사한 칼라의 복장으로-데이트하기에 아주 좋은 복장이었음.- 새롭게 나타난 그의 모습에 영서는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그 남학생이 영서가 앉은 그 자리 안쪽으로 들어와 앉는다.
강산: 미안합니다. (허리를 숙이면서 조심스레 안쪽으로 들어간다.)
영서는 목도리로 얼굴을 감싼 채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쪽으로 돌린다.
바이킹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영서는 목도리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 양손으로 손잡이를 꽉 쥐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스릴’을 느낀다. 심장이 떨리고 배가 서늘하게 조여 온다. 점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온몸에 닭살이 돋게 한다.
영서: ~ 아 ~ 아 ~ 어떻게! 엄마. 나 살려줘~~~
큰 소리로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치게 된다. ‘휭 휭’ 흔들리는 바이킹의 힘찬 바람에 얼굴을 감싼 목도리가 ‘휘엉청’ 흩날리며 창공으로 날아간다. 그 목도리를 보며 ‘어머 내 목도리’ -
강산이 그 목도리를 보더니 그 목소리를 들으며 영서를 보게 된다.
강산: 너 영서구나. (작은 소리로-실은 강산도 처음이라 많이 떨리었다. 바이킹이)
영서는 바이킹에서 내리면서
영서: 내 목도리~ 어디로 떨어졌지.~ (멀리 살펴본다.)
강산: 영서야 안녕!
영서는 강산의 느닷없는 귀여움 섞인 인사에 새침해 하며
영서: 응. 안녕. Happy New Year!
강산: 너 혼자 왔니?
영서: 희주랑 아빠랑. 너~는 여자 친구랑 왔지. 나 봤어. 네 여자친구가 혜선이었어?
강산: 혜선? 아니. 혜선이는 밖에서 만나본 적 한번도 없는데.
영서: 오늘 같이 왔잖아. 저기에서 같이 있는 것 내가 확실하게 봤어. 너 거짓말쟁이니?
강산: 너는 한번 보고 잘도 아는구나. 어쩌면 그렇게 단정하기를 잘해. 나는 여자친구 없습니다. 얌체님.
영서: 또 또. 그럼 나도 너 밤고양이라고 부를까? 아니면 거짓말쟁이라고 부를까!
강산: 나는 밤 고양이도 아니고 거짓말쟁이도 아닌데.(단호하게 목소리를 내린다) 네가 누굴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혜선이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영서: 분명 혜선이었는데. (강산을 위 아래 흩어보며) 너 오늘 데이트 하러 온 것 맞는데 뭘.
강산: 이 옷차림. 이건 내 친구가 이렇게 입고 오라고 코디해 주었어.
영서: 그건 그렇고. 아까 그 여학생 꾀나 급해 보이던데.
강산: 아~ 그 여학생. 너 봤구나. 오늘 내 친구가 소개팅하기로 한 여학생인데.~~
영서: 아~ 너는 모르는 얘라구. 그 얘기 하려고 하는 것이구나. 내 눈에 분명 혜선이가 맞는데.
강산: 혜선이? 그랬나~ 나는 자세히 볼 수가 없었어. 하두 급하게 뛰어왔다가 뭐라 혼자 말하고 쑥 달아나서.
영서: (안심 반 확인 반-) 그래서 혜선이 인줄 몰랐다~. 됐구. 그 옷차림 잘 어울린다. 너두 그렇게 좀 입고 다녀도 되겠어.
강산: 참 너 그 목도리 찾아야지. 너는 파랑색을 많이 좋아하나봐. 목도리도 파란색이야.
영서: 음. 이번에는 파란색이 눈에 밝히 들어와서.
강산: 그렇구나. 그럼~ 너를 파랑새라 부를게. 내가 바꿔주지. 네 별명.
영서: 그러지마. 무슨 별명을 그렇게 붙여. 나 별명 부르지 마. 알았지~잉
희주와 희주 아빠가 온다.
희주: 어떻게 된 거야. 강산이 여기 있네.
희주 아빠: 영서 남자친구인가 보네.
영서: 아니에요. 우리 노래하는 팀원이에요.
희주: 강산아 너 저 바이킹 타 봤어. 어땠어. 재미있지!
영서: 희주야 나는 더 못 타겠어. 한번으로 족해. 너는 아빠랑 타도 될거야. 든든한 아빠가 옆에 계시니 하나도 무서울 게 없을거야.
희주: 어머 ~ 그렇게 무서운 거야.
희주아빠: 그런 무서움도 두려움도 다 이겨야 살지. 이세상 인생을. 희주야 아빠도 한번 타 보고 싶은데. 들어가자.
저녁 석양이 짙어온다.
영서: 저기 하늘 좀 봐. 이번에는 빨갛게 물들어 가는 석양이야. 정말 예쁘다.
희주: 영서는 하늘을 참 좋아해. 여기 강산도 있고.
희주아빠: 오늘 고함치며 에너지 소모도 많이 했는데 내가 저녁 맛있는 것 한턱 내지.
희주: 그래요. 맛있는거 많이 사 주세요. 강산이도 우리와 함께 먹자.
강산: 오늘 또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되네요. 감~사 합니다.
영서: 아니에요. 희주야 너 집에 어떻게 오는지 알지. 아빠랑 맛있는 것 먹고 집에 와.
희주: 왜. 너 혼자 집에 가려고?
영서: 그래. 너 아빠랑 오붓한 시간 갖어. 이런 시간 갖기 힘들잖아.
강산: 아~ 그러는 것이 좋겠네요. 제가 눈치없이. 영서야. 내가 사과의 의미로 너에게 밥 쏠게. 내가 할 말이 아직 남았거든.
영서: 난 들을 말 없는데.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하는 수 없이 내가 너에게 시간을 주어야겠다. 희주를 위해서. 강산아 우리 먼저 나가자.
(강산의 옷자락을 잡아 당기며 씩씩하게 놀이공원을 나온다.)
***** 농촌 방문하기 하루 전날 모임을 갖는다.
경석: 내일이면 농어촌 봉사 간다. 준비물 확실히 다 했지.
강산: 그럼 이 교수님 학교에 모여서 가는 것 다들 알고 있지. 이교수님이 교통은 다 준비하신다고 했어. 아마 버스로 가게 될거야.
미연: 우리가 해야 할 노래와 댄스는 다 잘 알고 있지?
효식: 할아버지 할머니 춤 추실 때 어려움은 없겠지. 그렇지 강산아?
강산: 응. 아주 쉬운 동작만 준비했어.
영서: 누가 대표로 가르칠 건데?
강산: 나하고 너하고.
영서: 내가? 나는 잘 모르는데.
강산: 그러니까 오늘이 있잖아. 내가 이것을 짜느냐고 밤새웠다고. 내가 경석이랑 한번 해 볼테니 잘 보고 따라 하라고. 경석아 이리 와봐. 영서 댄스 좀 보고 배우게. 너랑은 지난번 함께 배웠으니 잘 할 수 있지.
강산과 경석이 명랑하고 가볍게 손을 맞잡고 빙 돌며 포크댄스를 춘다. 이것을 보면서 영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 동작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따라 한다.
미연: 영서야 나랑 같이 쟤네들 하는 것 따라 해 보자. (영서의 손을 잡고 강산과 경석이 하는 옆으로 선다.)
경석이가 갑자기 휙 돌더니 미연이를 붙잡고 다른 쪽으로 돌면서 ‘폭크 댄스’를 계속 이어나간다. 미연이는 경석이의 빠른 댄스에 이끌려 따라하게 된다.
효식: 노래는 어떻게 하려고?
경석: (숨찬 말로 몸을 진정 시키며) 우리가 지난번에 연습했던 노래 하고 그다음엔 할머니 할아버지 순서로 노래자랑 하려고 해. 그리고 식사는 이교수님이 다 준비해 가신다고 했어.
다음날 이 교수님 학교로 다 모였다.
모두들 조금씩 들떠있다. 짐을 옮기며 신나게 얘기하며 자리를 잡는다.
영서와 효식은 앞쪽으로 같이 앉고 (이 교수님 뒷 좌석) 미연과 희주는 그 다음칸에 앉았다.
남자애들은 맨 뒷좌석으로 앉는다.
한참을 달리다 도시를 벗어나 시외의 풍경이 창밖에 펼쳐 보인다.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 동요 가사 내용처럼??? 그러나 겨울의 풍경이다.
들판에 벼들은 알곡은 창고에 들이고 밑둥은 얼음을 이불삼아 덮여 있고 매끈매끈한 유리 얼음이 얼려있다.
산에는 푸르른 소나무들이 그 자태를 자랑하듯 어떤 것은 아름다운 버섯송이처럼, 어떤 것은 키다리처럼 숲을 이루고 있다.
밖의 광경을 한참 스케치하다 영서는 왠지 낯익은 풍경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는 지난여름에 부모님과 캠핑했던 것을 기억하며 그때의 그 냇가가 아닌가 어림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