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que Terre 친퀘테레의 다섯개 마을 가운데 유람선이 정박하지 않는 곳이 있다. 마을의 이름은 코르닐리아(Corniglia). 지중해에 직접 면하지 않고 100m 높이 언덕 위에 만들어 졌다. 인구는 600명, 친퀘테레의 마을중에는 가장 작다. 코르닐리아는 마을로 올라 가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이유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은 이곳을 들르지 않고 그대로 패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정확한 여행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나로서는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기차역에서 마을로 올라 가려면 라르다리나(Lardarina)라고 하는 377계단을 올라 가야 한다. 그것도 계단이 위로 계속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고, 33번을 지그재그로 올라야 한다. 계단을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20분 정도. 노인은 오르기 조차 힘들다. 그러나 걷기가 힘든 사람은 기차역에서 마을로 가는 미니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미니버스는 오전 7시30분 부터 오후 8시까지 매 30분마다 운행한다. 가격은 편도 2유로, 왕복은 4유로. 친퀘테레 기차 카드 소지자는 무료다. 이것도 모르고 나와 아내는 코르닐리아 마을까지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올라 가는 일이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지중해를 보며 걷는 일은 곧 행복으로 변한다. 선인장과 들풀 사이로 보이는 지중해의 풍경이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언덕 위의 오래된 집과 피아트 승용차, 야자수와 지중해의 풍경은 덤으로 얻은 마을의 빈티지 풍경이다. 마을 중앙광장에 도착하니 트라토리아 옆으로 좁은 골목길이 하나 보인다. 골목을 따라 걸어 가면 18세기부터 형성된 라고 타라지오 광장(Largo Taragio)이 나온다. 이곳에는 산타 카테리나 예배당(Oratory Santa Caterina)과 전쟁 기념비(Monumento ai Caduti)가 있다. 예배당에는 20명 정도가 앉아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작은 예배 공간이 있다. 중앙제단에는 4개의 큰 촛대와 십자가, 제단화,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 벽에는 1952년, 나무로 제작한 ‘기도하고 있는 성 카테리나 동상’이 서있다. 예배당을 나와 조금 더 걸어 가니 성벽으로 쌓은 마을의 전망대가 나왔다. 한 커플이 와인을 마시며 샌드위치와 과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갈매기 날고 유람선 다니는 지중해를 바라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게 했던 점심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포도주의 역사는 3-4만 년 전으로 추정되지만, 코르닐리아 와인의 역사도 매우 깊다. ‘코르닐리아 와인’이라고 쓰인 포도주 항아리가 폼페이 유적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폼페이는 AD 79년, 화산폭팔에 의해 용암과 화산재로 뒤덮혀 오랜시간 잃어버린 도시였다. 마을 주위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형성된 계단식 포도밭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지중해의 따뜻한 바람과 햇살은 포도를 재배하는데는 최적의 조건이다. 지금도 이곳의 와인산업은 관광산업과 함께 마을을 지탱해 나가는 활력의 근원이 된다. 코르닐리아의 관광산업은 친퀘테레의 5개 마을중에는 가장 뒤처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곳은 여름철에는 방을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유럽인들이 많이 찿는다고 한다. 영국과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조용히 쉴 수 있는 휴양지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조용히 단절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최고의 휴양지다. 코르닐리아에는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구바노 비치(Spiaggia di Guvano)라는 누드비치가 있다. 이곳에 가려면 마을로 올라 가지 않고 기차역 옆으로 나있는 터널을 지나 해안가로 가야 한다. 1마일 정도되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빠져 나오면 지중해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누드족은 바위와 자갈이 있는 해변가를 자유롭게 거닐기도 한다. 구바노 비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누드비치다. 마을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길도 쉽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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