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울어라. 그러나 포기하지는 마라”
며칠전에 우리 교회에 들어 가려는데, 교회 문간에 어떤 사람이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종이박스를 깔고 얇은 담요만 덮고 자는 그 사람은 집이 없는 홈레스 사람이었다. 마음 둘 데가 없는 사람이 교회 입구에라도 찾아와 잠을 잔 것은 고맙게 생각되었으나, 교회 출입문을 막고 자고 있으니, 깨어서 자리를 좀 비켜 달라고 했다.
교회밖에서 자는 것보다는 교회 안이 더 따뜻해서 교회 안에서 자라고 하고 싶었지만, 교회 안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내 맘대로 결정했다가는 교인들로 부터 판단력이 부족한 목사로 욕을 먹을지 모른다.
다행히, 우리 교회에서 가까운 Tippecanoe 미국인 장로교회에서 겨울 네달 동안 홈레스 사람들을 교회의 지하실에서 자도록 하는 “하나님의 손길 (Divine Intervention)”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도 그 프로그램의 지도목사로 부탁을 받아 매주 금요일 저녁에 가서 식사기도도 해 주고, 홈레스 사람들이 원하면, 이야기도 들어주고 상담도 해 주는 일을 맡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여자 서너명, 남자 여덟명이 왔던데, 홈레스가 교회에 찾아 오면 무조건 재워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는 알코올 테스터기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알콜농도가 0.8 이상이 된 사람을 교회에서 재워줄 수 없어 돌려 보내는데 열두어명 중 한 사람이 알코올 농도가 높히 나와 “알콜 농도가 높히 나왔으니, 오늘 밤은 여기서 잘 수 없다”고 돌려 보내는 것을 보았다. 두번째는 폭력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받아 줄 수 없다고 했다.
술을 먹지 않았고, 폭력가능성이 없는 홈레스 사람들은 그 교회 지하실에 짐을 풀고,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따뜻한 무료 저녁식사를 대접받는데, 그날의 지도목사인 나한테 식사기도를 부탁해 왔다. 나는 식사 기도를 하기전에 짧은 설교를 한 마디 했다.
“여러분,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날에서 어떤 사람이 표를 사려고 하는데, 표 파는 사람이 “어디 가시는 표를 드릴까요?”하고 물었답니다.그런데 표를 사려던 사람이, “어디 갈 지 몰라요. 아무 거나 주세요.”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표 파는 직원이 놀라서,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디 가실지 모르시면서 표를 사시려고 해요? 목적지를 정하시지 않고 아무데나 보내달라고 하면, 표 파는 제 입장도 난처합니다.”라고 하자 홈레스 사람들은 재미있다듯이 빙긋이 웃었다.
“버스표를 사는 사람은 표 파는 사람에게, ‘시카고 가는 표 주세요. 뉴욕가는 표 주세요. 라스베가스가는 표 주세요’라고 해야 목적지에 맞는 표를 사서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것 처럼, 여러분들도 오늘은 교회 지하실에서 자지만, 앞으로 가고 싶은 곳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가령, 일자리를 얻는다거나, 작은 셋방을 얻고, 나중에는 집도 살 수 있다는 희망과 목표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희망과 기도와 노력을 기울이면, 꿈을 이룰 수 있어요. 예수님이, “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다.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라고 한 후, 식사 기도를 하고 함께 저녁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최근에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Charlie Munger는Warren Buffet의 오른팔이며, Berkshire Hathaway의 2인자인, 변호사요 억만장자이면서 자선사업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 그런 그도 삶의 시련을 겪었다고 했다. 20대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고, 백내장수술이 잘못되어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으며, 그 후에 9살 먹은 아들이 백혈병으로 죽는 슬픔을 겪었다.
그가 죽기전에 CNBC의 기자가 Charlie Munger에게,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 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하자 Charlie Munger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 주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있다. 힘든 때는 울어라. 그러나 포기하지는 마라.” (Challenging times are inevitable in everyone’s life. You can cry. But you can’t quit.)
인간은 human being이 아니라, human becoming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 보다도,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희망과 목표를 향해, 힘들 때는 울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해 가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Charlie Mu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