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연합감리교회는 타락하고 있는가? 진화하고 있는가?"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공언하는77세의 미국 배우인Brian Cox라는 사람이 최근에 인터뷰 도중에, “성경은 최악의 책”이란 말을 해서 보수파 기독교인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링컨 대통령은, “성경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는데, 왜 이 사람은“성경을 최악의 책 중의 하나(one of the worst books, ever)”라고 했을까?

미국말에“Get curious, not furious.”란 말이 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화내지 말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궁금해 하라.”는 뜻이다. 성경을 혹평하는 말을 듣고, 화를 내기보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하는 호기심을 갖고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보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해학가인Mark Twain은, “성경은 요상한 책이다; 당신이 무슨 주장을 하건,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 성경귀절은 있다.”고 했다. (The Bible is a wonderful book; You can prove anything you want with it.“성경은 해석하기에 따라,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으니, 성경의 문자에 너무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린다.

천동설을 굳게 믿던 중세 교황은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에게 지동설을 믿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으면, 교회에서 출교되고 사형될 것이라고 압력을 가하자, 갈릴레오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지동설을 포기한다고 하고 걸어 나오면서, 작은 목소리로“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카톨릭 교회는 교회법으로 마녀로 규정된 여성들을 종교재판을 통해 불태워 죽인 역사가 있고, 개신교인들도 성경의 해석을 달리하는 다른 개신교인들을 물에 빠트려 죽이고, 불에 태워 죽인 역사가 있다.

한때 미국의 감리교회는 노예제도의 찬반문제로 북감리교회와 남감리교회로 분열된 적이 있었다. , 남부 조지아주의 감리교 감독이 부인 집안에서 대대로 이어받은 노예를 소유한 것이 구설수에 올랐는데, 북부의 감리교인들이, “감독이 왜 그러냐? 노예를 풀어 주고, 감리교회의 감독을 하라.”고 하자, 남부의 감리교인들은 그 감독을 두둔하며, “노예소유는 우리 남부의 고유문화인데, 왜 참견하느냐? 북부는 공업지대라 기계로 공장이 돌아 가더라도, 남부는 노예 없이는 목화 농사가 불가능하다”하며 노예제도 때문에 미국의 감리교회가 북감리교회와 남감리교회로 결별했다가 나중에 다시 합쳤다.

요즘은 동성애 인권 찬반문제로 연합 감리교단이 분열되고 있다. 보수적인 남부주에 속한 감리교회들이“동성애자들을 두둔하는 연합감리교회에 더 이상 못 있겠다. 우리는 딴 살림 차리겠다”고UMC를 박차고 나가서, 글로벌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교단를 창립했는데, UMC의 약4분의1인7,600개의 교회가UMC를 탈퇴한 후, GMC에 가입했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 살 때는“동성애자들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보았으나,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31년전 미국SMU 신학대학원에 도착해서, 학생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실 벽에 이런 낙서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지, 아담과 스티브를 창조했냐? 동성애자들은 이 학교를 떠나라.” 그 낙서가 아니었으면, 우리 학교에 동성애자가 있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나중에 교회음악 석사과정에 있는 백인 남학생과 교회 음악을 가르치는 독신 영감 교수가 동성애자인데 서로 사귄다는 말을 듣고, 별일도 다 있구나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동성애는 죄다.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어긋나고 전통적인 가족을 해체하여 인류를 멸망시키는 말세풍조”라고 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에 뱀도 사람 말을 하고 당나귀도 사람 말을 하는데, 그걸 문자적으로 다 믿냐? 성경에 색깔이 다른 실로 짠 옷을 입으면 죄라고 했는데, 너는 단색 옷만 입냐? 성경에 부모님에게 말대꾸하면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너는 자식이 말대꾸하면 돌로 쳐 죽이냐? 성경에 동성애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너는 그렇게 하냐? 예수님은 동성애자들에 대해 가타부타 입도 뻥긋 안 했는데, 왜 기독교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열을 올리냐? 예수님이“인간대접을 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인간대접을 하라고 하지 않았냐? 예수님이 정죄하지 말고, 이웃을 사랑하되,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지 않았냐?”하는 반론을 제기한다.

1972년 연합감리교회의 총회에서 총회 대위원들이 교단의 헌법격인“장정” (Book of Discipline)에 “동성애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는 문구를 입법화한 후, 그간52년 동안 동성애자들이 연합감리교회에서 인간대접 못 받으며52년동안 연회와 총회때마다“동성애자도 동등한 인간대우 받게 해달라. 안된다.”하며 싸워왔다. 미연합감리교회에서 한인 감독이 세분이 배출되었는데, 현역감독인 정희수 감독과 은퇴감독인 박정찬 감독은UMC에 머물지만, 은퇴감독의 한 분인 조영진 감독은UMC를 탈퇴하고, GMC에 가입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어제North Carolina에서 열린 UMC 총회에서 동성애자들을 차별하는 문구를 없애자는 입법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찬성 523, 반대 126)으로 통과되는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제 연합감리교회는 미국의 성공회, 미국 장로교(PCUSA), 미국 복음 루터란 교회(ELCA)에 이어서, 연방법으로 통과된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주례할 수 있게 되었고, 동성애자들도 안수 받은 성직자가 될 길도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지역화” (regionalization)라고 해서, 동성애에 대해 하나의 절대적인 판단을 세계 모든 감리교회에 적용시키기 보다, 특정지역의 문화적, 정치적 특성을 고려하여, 상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다. 가령, 미국의UMC 교회는 대부분이 동성애 인권을 지지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안수와 결혼 주례를 허용하게 되지만,, 아프리카와 필리핀 감리교회에서는 대부분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반대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의 안수와 결혼 주례를 불허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혹자는“교회가 세속문화에 오염되어 동성애가 죄라고 말하지 못하는 타락한 교회가 되었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성경에“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당시 문화에 따라 노예를 소유 했지만, 지금은 노예소유를 반인륜적인 죄로 여기는 것처럼, 예전에는 동성애자들을 죄인시 했지만, 이제는 동성애자들을 정죄하고 박해하는 것이 죄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간 러시아 감리교회를 이끌던 한인 삼세 러시안인이며, 고려인인 에르와드 케가이 감독은 러시아와 주변 유라시아 세 나라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감리교회 (약 66개 교회, 천백여명의 감리교인) 를UMC로 부터 독립하여, 자체 감리교단을 만들겠다고 해서, 투표를 거쳐 그렇게 하도록 되었다. 동성애 인권을 받아 들이기 힘든 신앙적인 입장도 있었을 것이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독재자 푸틴에 맞서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정치적인 현실도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이번 총회에서는 그동안 백인 감독회장이던 Thomas Bickerton 감독회장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Tracy Smith Malone 흑인 여자 감독이 연합감리교회의 수장인 감독회의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흑인 여성이 UMC 교단의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인데, 100년전에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미국인 교회는90% 이상이 이성애자들이고, 백여명의 교인들 중, 합법적으로 결혼한 두 쌍의 동성애자 커플이 있지만, 동성애자들을 죄인이라고 믿는 교인들은 다른 교회로 떠나 갔고, 지금 남아 있는 교인들은 동성애자들을 정죄하지 않고, 교회의 일원으로 포용하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미국말에, “Live and let live”란 말이 있는데,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다. “동성애자들을 미워하지 말고, 네 인생 행복하게 사는 데나 신경 쓰라”는 말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