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생은 하루살이"

2024.06.27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June 27, 2024)


                                                                        "인생은 하루살이"


병원 채플린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중환자실 간호사로 부터 중환자실 8호실에 빨리 내려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병실에 도착해 보니, 백인 할머니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사망한 것 같았다. 간호사는 환자가 사망했으니, 대기실에 있는 가족들에게 가서 좀 도와 주라고 했다.


대기실에 가보니, 의사 두 사람이 가족들에게, “환자가 이미 지병이 있었는데다가 심정지가 와서 우리가 최선을 다 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안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대기실을 나갔다. 의사가 환자를 살릴 수 없어 죽게 되면, 채플린이 환자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추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말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리 쉽지 않다


중년의 백인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돌아 가실 수 있느냐?”하며 충격과 슬픔의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 내고 있었다. 비슷한 연배의 백인남성이 아무 말도 없이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킴이라는 여성은, “돌아가신 분은 우리 어머니인데, 어제 저녁에 배가 아프고 해서 내가 뒤다 봐야 하는데, 어머니가 “졸리니 그냥 잘란다”고 해서 어머니 계신 곳에 가지 않았는데, 오늘 새벽에 변비때문에 복통이 생겨 병원에 와서 수술하면 괞챦을 줄 알았는데, 수술도 받아 보지 못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으니, 너무 충격스럽고 슬프다”고 하며 계속 울었다.


킴 아주머니는, “어머니는 74세 밖에 안되었는데, 앞날이 창창하게 더 사실 수 있는 나이인데, 어머니가 죽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돈을 더 벌지 않아도 살 수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은퇴하고 엄마랑 시간을 보내었을텐데, 일하느라 바빠 일주일에 한번 밖에 찾아 뵙지 못한 것이 한이 맺힌다.”고 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어 보았더니, 간호사로 일한다고 했다. 킴은, “어머니는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다. 아버지와 이혼한 후 혼자서 자식들을 키우느라 애를 많이 쓰셨는데, 이제 살만한데 갑자기 떠나셔서 너무 슬프다. 어머니는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잘 한다고 편을 들어 주었는데, 이제는 누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겠느냐?”고 하니, 손을 잡고 있는 남편이 “내가 있지 않느냐?”고 하니, 킴은, “당신은 나를 조건적으로 사랑하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니, 남편이 아무 말도 못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킴은, “이제 Shilo로만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줄텐데, Shilo로가 열한살이라 얼마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Shilo로 킴의 애완견이라고 했다.


간호사가 와서 이제 어머니를 보러 와도 된다고 해서, 우리는 대기실을 나와서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캐런 할머니를 보러 갔다. 킴은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며, “요즘 나이 74면 앞으로 더 많이 살 수 있는 나이인데, 변비로 시작된 복통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하며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사위인 킴의 남편 피트는 아무 말도 없이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위로해 준답시고,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 난다. 우리 누님도 작년에 69세로 췌장암으로 돌아 가셨다.”고 하니, 킴은, “암은 작별할 시간이라도 있지 않느냐? 우리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 가셔서 작별인사를 할 겨를도 없으니,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 나는 “우리 동생은 13살 나이로 갑자기 물에 빠져 죽었고, 우리 어머니도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 가셨다”고 해 보았지만, 그런 말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때 킴의 딸인 20대 여성인 Lauren이 대기실에 들어오더니, “할머니!”하며 울기 시작했다. 내 경험상 백인들은 가족들이 죽어도 슬픈 표정만 짓지 잘 울지는 않던데,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 가셔서 그런지, 아니면, 그간 가깝게 지냈던지 킴과 로렌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 동양사람의 정서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킴은 남편과 딸 그리고 내가 옆에 있는데, “어머니가 우리를 홀로 키우셨다. 아버지는 Son of Bitch (개새끼)라”고 했다. 아마도 아버지가 아내와 자식들을 내 팽개치고 다른 여자를 만나 살러 간 것 같았다. 킴은 어머니와 애완견 Shilo에게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남편으로 부터는 조건적인 사랑을 받았고, 아버지로 부터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버림받았기 때문에, 돌아 가신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며, “아버지는 개자식”이라고 저주를 한 것으로 보였다.


킴의 둘째 딸인 제니퍼는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멀리서 전화로 돌아 가신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다고 하며, 전화를 통해, “할머니 우리를 잘 돌보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옆에 같이 있어 주지 못해 죄송해요. 할머니 천국에서 편히 지내시길 빌어요.”하는 인사를 했다.


나는 가족들에게 “어머니가 이 세상 고생을 마치고, 영원한 천국에서 안식하시길 바란다”는 기도를 하고, 더 이상 있는 것이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빠져 나왔다.


나는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모습과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종종 보며, 나한테는 이 가족의 슬픔이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니 무덤덤하게 느껴지나, 가족들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고 힘들어 할 때, 내가 어슬픈 말로 위로한다는 것이 별로 도움이 못되는 것 같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 주려 하기 보다, 말없이 옆에서 함께 슬퍼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인생이 별 것 아니란 생각이 든다. 어제 멀쩡 하던 사람이 오늘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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